사람 때문에, 사람 덕분에

“의도치 않은 첫 취업, 그리고 시작된 이야기”

by 직장인C

2011년 5월, 저는 첫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의도치 않은 취업이었고, 운 좋게 합격한 결과였습니다.

“의도치 않았지만 운이 좋아서 취업했다.”
이 말이 누군가에게는 쉽게 취업한 사람의 자랑처럼 들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시면, 아마 고개를 끄덕이게 되실 겁니다.


군 제대 후 복학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로부터 초등학생 과외 자리를 소개받았습니다.
11살,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였죠. 특이한 점은 자폐를 겪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복학 후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저는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승낙했습니다.
그렇게 아이와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처음 만난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눈을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어려웠죠.
‘이 아이와 공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왔지만, 친구의 부탁이기도 했고 당장 수입이 필요했던

저는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3개월은 정말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수학과 과학을 주 3회, 하루 두 시간씩 가르쳤지만, 소통이 되지 않으니 진도를 나갈 수가 없었죠.
‘이렇게 해서 돈을 받아도 될까’ 하는 죄책감이 커져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혼자 설명을 이어가고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어보니, 아이가 저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했습니다.

“선생님, 좋아요.”

순간 얼떨떨했지만 곧 저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선생님도 ○○가 너무 좋아.”


그것이 첫 소통이었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는 서서히 제게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마치 거짓말처럼 배우려는 의욕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죠.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아이의 변화에 놀란 부모님은 더 많은 시간을 부탁하셨고, 과목도 점점 늘어났습니다.
수학과 과학만 가르치던 초반과 달리, 국어와 사회까지 맡게 되면서 주 3회 두 시간이던 수업은 주 5회,

하루 다섯 시간으로 늘어났습니다. 어느새 저는 일주일 중 절반 이상을 그 아이와 함께 보내고 있었고,

그 관계는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제 인생의 큰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아이의 성적은 전 과목 평균 85점 이상으로 높아졌고, 자폐 성향도 눈에 띄게 호전됐습니다.
아이의 부모님은 고마움과 기대를 담아 저에게 제안을 했죠.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맡아주셨으면 해요. 급여는 국내 은행원 수준으로 맞춰드릴게요.”

졸업을 앞둔 저는 고민 끝에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6년 동안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된다면,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를 이어가도 되겠다.'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죠.


하지만, 그게 제 실수였습니다.

저는 이 가족을 철석같이 믿고, 취업 준비를 포기한 채 새해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2011년 3월 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이가 중학교에 진학하니 너무 힘들어해서, 과외를 중단하려 합니다.”

순간 앞이 캄캄해졌습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공채 접수는 이미 끝난 상황이었고, 저는 아무런 대책도 준비하지 못한 상태였으니까요.


집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대로 있을 순 없다.'
급히 컴퓨터를 켜고 아직 접수가 열려 있던 회사들을 찾아 지원서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우연처럼 지원한 한 중견기업의 공채에 합격했고, 제 첫 사회생활이 시작됐습니다.


이제 이해가 되시죠?
제가 왜 제 첫 취업을 ‘의도치 않은 취업’, ‘운이 좋았던 합격’이라고 부르는지.


저는 앞으로도 제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 합니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 힘들었던 경험도, 그로 인해 새로운 길이 열렸던 순간도.
돌이켜보면, 그 모든 인연이 지금의 저를 만든 이유였으니까요.

다음 이야기는 또 어떤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까요?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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