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사람에게서 배운 것

교육팀 빌런 Part3. 다 내 덕분이야

by 직장인C

“다 내 덕분인 거 알지? 내가 00씨를 위해서 힘을 많이 썼어.”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 선배들이나 TV 드라마에서 자주 듣던 말이 있습니다.
“회사는 줄을 잘 서야 한다.” “정치를 잘 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이었던 저는 그 말이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막내로서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됐고, 당시 회사는 공채 출신이라 일정 기간만 채우면 자동 승진이 보장되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누구에게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도, 누가 실세인지 파악하겠다는 마음도 없었죠.


그러던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개발팀의 또래 대리님이 제게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교육팀의 000 대리님은 어떤 분이세요?”

“왜요? 무슨 일 있으셨어요?”

“아니요, 별일은 아니고요. 000 대리님이 이번에 제가 본사로 올라올 때,

본인이 많이 도와줬다고 하시더라고요. 임원분들께 저를 적극 추천하고, 다른 경쟁자들 사이에서

저를 뽑을 수 있도록 힘을 썼다고요.”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덧붙였습니다.

“감사하다고 밥 한 끼 사드리겠다고 했더니, 뮤지컬 티켓이 있으니 주말에 같이 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부담스러워서 거절했는데… 혹시 이 일로 불이익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돼요.”


저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이상한 이야기였습니다. 000 대리님은 본사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인사 결정에 관여할 위치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괜히 섣불리 말하면 문제가 될 수 있을까봐 인사팀에 계신 선배님께 조심스럽게 사실 확인을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들은 답변은 예상과 정반대였습니다.

그 대리님은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았고, 오히려 인사팀 선배님이 현장에서 그녀의 평판을 듣고

직접 추천했던 것이었습니다.
즉, “내가 도와줬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던 거죠.


인사팀 선배님도 놀라며 즉시 주의를 주겠다고 하셨고, 저는 그 사실을 개발팀 대리님에게 전했습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털어놓았습니다.

“그게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계속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식사하자고 하고… 부담스러웠어요.”

그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그 대리님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도 다른 사람들을 상대로 유사한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누군가를 ‘내가 도와줬다’, ‘내 덕분이다’라며 생색을 내고, 그 고마움을 빌미로 사적인 만남을 요구했습니다.


그때의 저는 아직 막내였고, 직접 문제를 해결하는 것 보다 선배들에게 알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반복되는 상황을 보며 어떻게 하는 것이 맞을까 혼란스러웠습니다.


그 당시의 저라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셨을까요?


이제 돌이켜보면 그 사람의 행동 이면에는 인정 욕구와 권력의 오용이 공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도와줬다”는 말 뒤에는, 자신이 누군가보다 우위에 서고 싶다는 욕망이 숨어 있지 않았을까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사람들을 한 번쯤은 만나게 됩니다.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그 친절의 이면에는 계산이 숨어 있는 사람들.
그들과의 관계는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그날의 일은 오래전 일이지만, 여전히 제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직장 안에서 벌어지는 ‘보이지 않는 갑질’은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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