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_Part 2. 말하지 않는 방식
나는 그날부터 말을 아끼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말을 줄인 게 아니라 방향을 바꿨다.
이전처럼 설명하지 않았고, 설득하지도 않았다.
대신 고개를 끄덕였고, 웃었고, “그렇죠”라는 말을 자주 썼다.
사람들이 가장 편안해하는 대답이었다.
팀장은 내가 변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조용해졌고, 이전보다 한 발 물러난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
그게 중요했다.
회의 자리에서 나는 더 이상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대신 누군가 말하면, 그 말의 끝에 아주 짧게 덧붙였다.
“아... 그런 시각도 있겠네요.”
“그렇게 보실 수도 있죠.”
그 말들은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보다 ‘여운’을 기억한다는 걸.
L을 대하는 방식도 바꿨다.
이전에는 직접 말했다.
지금은 말하지 않았다. L이 의견을 내면 나는 즉각 반응하지 않았다.
한 박자 늦게, 아주 잠깐 생각하는 척을 했다.
그 짧은 침묵 속에서 L은 스스로를 점검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아까 그 말, 너무 나섰나?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메모만 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난 뒤, 다른 팀원에게 조용히 말했다.
“L님 요즘 많이 긴장한 것 같지 않아요?”
“괜히 부담 주는 건 아닐지...”
걱정하는 말이었다.
누구도 나를 문제 삼지 않을 표현이었다.
JD에게는 다른 말을 했다.
“요즘 팀 분위기, 좀 예민한 것 같죠.”
“팀장님도 신경 많이 쓰시는 것 같고...”
JD는 그런 말을 잘 받아먹는 사람이었다.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H에게는 더 단순하게 말했다.
“지금은 조용히 가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그 말 한마디면 충분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팀장을 직접적으로 비판하지 않았다.
대신 이런 말을 반복했다.
“팀장님도 많이 바쁘시니까요.”
“모든 걸 다 보시긴 어려울 거예요.”
사람들은 그 문장을 듣고 스스로 결론을 만들었다.
아, 뭔가 있구나.
근데 아직 모르는 거구나.
나는 그 결론을 부정하지 않았다.
확인해주지도 않았다. 그저 웃었다.
가끔 팀장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팀 분위기 괜찮은 것 같아요.”
“다들 잘 따라와 주는 것 같고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팀장은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보는 순간, 나는 확신했다.
지금은 내가 말할 차례가 아니다.
사람들은 흔히 공격을 ‘크게’ 한다고 생각한다.
소리를 높이고, 문제를 드러내고, 갈등을 만든다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사람을 흔드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만드는 것이라는 걸.
L은 점점 말을 줄였다.
회의에서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메시지를 쓰다 지웠다.
그 모든 장면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나는 그 장면들을 아무도 모르게 축적하고 있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아직은 너무 이르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였다.
이제 이 팀의 공기는 내가 말하지 않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