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롱초롱 박철홍의 고대사도 흐른다. 72

삼국통일의 시대 17 ㅡ ('김유신'과 '김춘추' 6 - 김유신 1)

by 초롱초롱 박철홍

초롱초롱 박철홍의 고대사도 흐른다. 72

ㅡ 삼국통일의 시대 17 ㅡ ('김유신'과 '김춘추' 6 - 김유신 1)


'김유신'(金庾信, 595~673)은 신라의 대표적인 장군이자 정치가로, 삼국통일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신라 역사뿐 아니라 한국사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위인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김유신에 대한 후대평가는 김춘추와 마찬가지로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편에서는 한민족 통일을 이룬 불세출의 영웅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외세를 끌어들여 삼국을 정복함으로써 만주지역을 잃게 한 망국적 사대주의자로 본다.


물론 당나라를 주도적으로 끌어들인 것은 김유신이 아닌 '김춘추'였지만, 당시 신라 최고 책임자였던 김유신 역시 그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실제로 김부식 '삼국사기 열전'에서도 김유신은 삼국통일 영웅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다뤄진다.


1. 삼국통일과 한민족 개념


삼국시대에는 아직 ‘한민족’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다. 고대 한반도 고구려, 백제, 신라는 서로 영토 확장을 위해 끊임없이 싸웠고, 서로 같은 민족이라는 의식도 없었다. 500년 이상 지속된 적대 관계는 현대 남북한 관계와도 비교될 만하다.


신라 삼국통일은 고구려 만주 지역까지 지켜내지는 못했지만,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민족’이라는 개념을 싹트게 한 계기가 되었다. 그 역사적 중심에 김유신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김유신은 당나라와 연합해 백제를 멸망시키고, 이어 고구려도 정복했으며, 이후 당나라와 신라의 갈등, '나당전쟁'에서도 신라군 총사령관으로 나서 승리를 이끌었다. 고구려 정벌과 나당 전쟁 당시에는 김유신이 너무 연로해 직접 출전하지 못했으나, 신라군 총사령관을 맡아 총지휘하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생애 내내 김유신은 신라 백성들의 신망을 받았고, 조정 대신들과 왕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할 만큼 막강한 위세를 갖고 있었다.


2. 김유신의 가계


김유신 조상은 532년(법흥왕 19)에 신라에 의해 멸망한 '금관가야' 왕족이다. 아버지는 '김서현'(金舒玄), 할아버지는 '김무력'(金武力), 증조부는 '구충대왕'(仇衝大王), 고조부는 '겸지대왕'(鉗知大王)이다.


김유신 가계는 이미 고조부 겸지대왕 때부터 신라 귀족과 혼인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김유신은 가야 출신이지만 신라 혈통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 '만명부인' 역시 신라 왕족 출신으로 '진평왕' 모후 '만호태후'와 '진흥왕' 동생 '숙흘종'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었다.


김서현과 만명부인 결혼은 가족 반대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두 사람은 함께 도망가 살다가 김유신을 낳았다. '삼국사기'는 김유신 탄생 과정까지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김서현은 경진일(庚辰日) 밤에 꿈을 꾸었고, 만 명 부인 역시 꿈을 꾸어 20개월 만에 유신을 낳았다.


어머니 만명부인은 임신기간이 20개월이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이는 집안의 반대로 10개월간 임신 사실을 숨겼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3. 김유신 성장과 화랑


김유신은 어린 시절부터 심신을 단련하며 무술을 익혔고, 15세에 화랑 되어 '용화향도'(龍華香徒) 이끌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랐다.


이 시기 그의 젊은 시절 일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천관녀와의 사랑 이야기’다. 고려시대 문인 이인로의 '파한집'에 자세히 전한다.


우리 나이 때 초등시절 교과서에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김유신은 화랑 시절 천관녀를 사랑했으나, 어머니 만명부인이 “나는 네가 공을 세워 왕과 부모에게 기쁨을 안겨주길 바라며 기다려왔다. 어찌 술과 여자를 쫓아다니느냐”라며 울자, 김유신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천관녀를 더 이상 찾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술에 취한 채 집으로 돌아가던 중, 말이 천관녀 집 앞에서 멈추자 김유신은 결단을 내린다. 그는 말의 목을 베어 죽이고, 천관녀 앞에서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천관녀는 충격을 받았지만, 결국 비구니가 되어 절에서 지내다 병으로 사망했다. 김유신은 삼국통일 후 그녀를 찾았으나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고, 그녀를 기리기 위해 ‘천관사’를 세웠다.


이 일화는 김유신이 사사로운 감정을 넘어 대의를 위해 결단할 수 있었던 인물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삼국사기에서는 이를 ‘검모잠 일화’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김유신이 타던 말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차갑게 목을 베었고, 사랑하는 연인 '천관녀' 조차 어머니 한마디에 무심히 버려졌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런 장면들은 그를 다소 마마보이처럼 느껴지게 하면서도, 인간적인 나약함과 시대적 운명을 동시에 보여준다.


이어서 김유신 2가 계속됩니다.


ㅡ 초롱박철홍 ㅡ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이전 10화초롱초롱 박철홍의 고대사도 흐른다. 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