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 박철홍의 고대사도 흐른다. 85

나당전쟁 1 ― 모든 형태 전쟁을 반대하는 내가 나당전쟁은 필요했다고 말

by 초롱초롱 박철홍

초롱초롱 박철홍의 고대사도 흐른다. 85

ㅡ 삼국통일의 시대 30ㅡ

(나당전쟁 1 ― 모든 형태 전쟁을 반대하는 내가 나당전쟁은 필요했다고 말하는 이유)


나는 전쟁을 혐오한다.


“이길 수 없는 전쟁은 범죄에 가깝고, 항복 또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역사 글을 쓰면서 줄곧 말해 왔다.


그래서 고려 무신정권 '대몽항쟁' 미화하지 않는다. 30년 가까이 강화도에 숨어 버티며 권력자들과 그 추종자들만 살 찌운 그 전쟁은 나라를 지킨 전쟁 아니라 백성과 소중한 유물만 소모한 쓸모없는 전쟁이었다.


'병자호란' 역시 다르지 않다.

남한산성에서 끝까지 싸우자고 외친 '주전파'를 나는 영웅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들이 지킨 것은 나라가 아니라, 유교론자들 '친명 소중화주의'에 대한 자기 합리화였다.


나는 더 나아가 “어떤 형태 전쟁도 반대한다”라고 말해 왔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이 흔들릴 때가 있다.


우리 역사 속에는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던 전쟁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내가 비난한 고려 '대몽항쟁'과 조선 '병자호란' 당시 주전론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당시 주전론자 권력자들이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이 전쟁들은 멈출 수 있었고, 협상 여지도 존재했다. 다만 자신들이 내려놓아야 할 권력과 체면만을 포기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입장에서 싸우지 않으면 나라 자체가 멸망하는 전쟁, 백성들이 더 큰 고통을 겪게 되는 전쟁들도 있었다.


<고구려 수·당 전쟁, 고려 거란과 전쟁, 조선 임진왜란>이 그렇다.


여기에 더해 지금까지 우리가 배워왔던 역사책에서 지나치게 가볍게 다뤄져 왔지만, 반드시 싸워야만 했던 우리 민족사에서 가장 중요한 전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삼국통일시대 <나당전쟁>이다.


이 전쟁은 반드시 치러야 했다.


<나당전쟁>은 ‘살수대첩’이나 ‘안시성 전투’만큼 유명하지 않다. 학창 시절 국사교과서 에도 짧게 지나간다. 우리는 이 전쟁을 단지 “신라와 당 동맹이 틀어진 결과”

정도로만 배워 왔다.


그러나 나는 단언한다.


<나당전쟁>은 한반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이었으며, 동시에 한반도가 가장 위험했던 순간을 살려낸 전쟁이었다.


삼국통일시대 기나긴 전쟁에서 신라에게 ‘평화’란 무엇이었을까?


<나당전쟁>을 하지 않았다면 피를 덜 흘릴 수 있었을까?


단기적으로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시 신라와 당의 협상은 평화가 아니라 종속을 의미했다.

항복은 타협이 아니라 국가해체를 뜻했다. ‘멈춘다’는 선택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김유신이 이 전쟁을 “끝까지 가자”라고 강하게 밀어붙인 건 허세가 아니었다.

버티지 않으면 '신라'라는 나라자체가 사라지는 냉혹한 계산 결과였다.

하지만 다음 편들 에서 자세히 쓰겠지만 나당전쟁은 김유신 보다 '문무왕'을 더 높게 평가해야 한다


나는 여전히 전쟁을 혐오한다.

그리고 대부분 전쟁은 피할 수 있었다면 피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나당전쟁> 앞에서만큼은 내 신념이 흔들린다.


싸우지 않는 선택이 평화가 아니라 국가소멸을 의미한다면,

'항복이 전략'이 아니라 '역사에서 퇴장' 이라면, 그때도 우린 끝까지 전쟁을 거부해야 했을까?


이런 질문에 내 답이 곤혹스러운 전쟁들은 존재한다.


<나당전쟁> 상황을 오늘날에 비유해 보자.


'한미동맹'을 맺은 상태에서, 한미가 '북한'을 소멸시킨 뒤, '미국'이 북한 땅 넘어 '대한민국'까지 직접 지배하려 한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정면대결 전쟁을 할 수 있을까?


당시 신라와 당 상황이 비슷했다.


당나라는 당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초강대국이었다.


그런 나라가 욕심을 부리니 신라는 동맹을 깨고 정면대결인 전쟁을 선택했다. 그리고 승리했다. 신라 승리에는 여러 복합적 이유도 있었지만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그래서 오늘, 나는 스스로에게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 언제나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선택일까?


<나당전쟁>을 다시 바라봐야 하는 이유는 이 질문이 과거 문제가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당은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뒤 한반도를 직접 지배하려 했다.

신라 땅에 설치된 안동도호부는 우발적 조치가 아니라 계획된 통치선언이었다. 이 이야기 자세한 내용은 다음 편에서 다루겠다.


전쟁을 정당화하는 것은 언제나 위험하다. 역사는 늘 전쟁 명분을 악용해 왔고, 나는 그래서 대부분 전쟁을 옹호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당전쟁>만큼 다르다. 내 신념과 정면으로 충돌하더라도 말을 해야만 한다.


<나당전쟁>은 단순한 침략도, 영토확장을 위한 전쟁도 아니다. 그것은 나라 존립을 지키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우리는 전쟁을 미화할 필요는 없다. 나당전쟁을 강하게 주장한 김유신이나 문무왕을 신화로 만들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이라고 규정하는 순간, 우리는 당시 '신라'에게 조용히 나라를 포기하라는 말을 건네는 셈이다.


나는 분명히 말한다.


“나당전쟁은, 내가 반대해 온 수많은 전쟁과 달리, 멈추는 것이 오히려 비겁했을 전쟁이었다.”


다음 편에서는 신라가 당과 싸울 수밖에 없었던 구체적인 이유를 이어서 다루겠다.


ㅡ 초롱박철홍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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