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 박철홍의 고려사도 흐른다 17

고려거란전쟁 6 ㅡ강조의 정변 2 – 목종의 친위쿠데타 설)

by 초롱초롱 박철홍

초롱초롱 박철홍의 고려사도 흐른다 17

ㅡ 고려거란전쟁 6 ㅡ

(강조의 정변 2 – 목종의 친위쿠데타 설)


고려사를 들여다보면, 헷갈리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내가 역사 글을 써 오면서 가장 헷갈려 한 고려국왕 칭호 문제부터 먼저 짚고 가겠다.


고려는 건국 후 내부적으로 황제국적 의례를 갖춘 부분이 분명하다. 태조왕건은 '천수' 라는 연호를 썼고, 광종은 '광덕·준풍' 등의 연호를 사용했다. 황색의복, 황제의례도 갖췄다.


하지만 외교에서는 다르다. 고려는 송나라 등 중국왕조와 만날 때 ‘왕’으로 칭하며 책봉체제 받아들인다.


역사학계는 이렇게 본다.


고려는 내부적으로 황제국적 성격을 가진 자주적 국가였지만, 대외적으로는 왕국체제 취한 국가였다.


이 체제는 1270년 '원간섭기' 이후 크게 변한다. 독자연호와 황제적 의례가 사라지고, 국왕 지위는 명확히 ‘왕’으로 정착한다.


역사학계 대부분은 고려국왕을 '왕'으로 지칭하지만 내 역사 글 에서만큼은 원간섭기 이전 고려국왕을 '황제'로 표현한다. 내부적으로 고려가 황제국을 표방했으니 당연히 우리 또한 황제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 앞 편에 이어서 <강조의 정변>을 자세히 살펴보자.


1. 1009년, 개경정치의 소용돌이


1009년 봄, 고려수도 개경은 거대한 정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사건의 시작은 바로 궁궐 내 '천추전' 화재였다.


목종은 상정 전에서 연등행사를 관람하고 있었다. 그때 궁궐 기름창고에서 불이 나 큰 화재가 발생한다. 불길은 결국 '천추전'까지 번져 전각 대부분이 소실된다.


천추전은 당시 강력한 권력을 쥔 '천추태후' 가 거주하던 곳이었다. 화재 이후 목종은 충격을 받아 병석에 눕는다. 이때부터 국정은 극히 일부 측근만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목종 곁에는 <유행간·유충정 형제, 최항, 채충순> 등이 있었다. 특히 목종 동성애인으로 알려진 '유행간'은 다른 대신들이 병문안 오면 이렇게 전했다.


“황제의 기력이 점차 회복되고 있으니 추후에 따로 부르실 것이다.”


덕분에 대신들은 쉽게 왕을 만나지 못했다.


화재 정확한 원인은 지금까지도 명확하지 않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는 밤중에 화재가 발생해 천추전이 전소되었다는 기록만 남아 있다.


이에 역사학자들은 여러 가능성을 제시한다.


<자연발화, 권력투쟁 과정에서 방화, 목종에 의한 자작극 방화>

이 중 목종 자작극일 가능성이 가장 높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목종이 김치양세력 견제하려 은밀히 군사를 움직이기 위해 방화했을 가능성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목종의 ‘친위쿠데타’라고 단정할 확정적 역사적 기록이나 증거는 없다.


2. 천추태후와 김치양세력


당시 정치권력 중심에는 천추태후 그녀의 연인 김치양이 있었다. 천추태후는 아들 목종 즉위 후 사실상 섭정처럼 정치에 깊이 개입했고, 김치양은 권력을 크게 확대했다.


군인과 일부관료들은 김치양세력 전횡에 불만을 품는다. 소문에 따르면 천추태후와 김치양이 사이에서 난 아들을 황위에 올리려 했다는 이야기까지 있지만 이는 역사적 근거가 약한 정치적 소문 수준에 불과하다.


3. 목종이 '강조'를 부르다


목종은 조용히 군사를 움직인다. 그는 김치양과 가까운 '이주정'을 서북면으로 보내고, 군권을 쥔 장군 '강조'에게 은밀히 명령을 내려 개경으로 올라오라 한다.


강조는 정예군 약 5천 명을 이끌고 개경으로 향한다. 그러나 개경으로 오는 도중 천추태후 측 인물들이 찾아와 황제명령이 거짓이며, 강조를 제거하기 위해서 부른 것이라 경고한다.


이에 강조는 군을 다시 본진으로 돌린다.


그런데 곧 강조에게 또 다른 편지가 도착한다. 사료에 따르면 강조아버지가 보낸 편지였으며, 편지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왕이 이미 죽었고 간신들이 권력을 장악했으니 군사를 일으켜 나라를 바로잡으라.”


강조는 이를 근거로 다시 군사를 일으켜 개경으로 향한다.


4. 강조의 정변과 새로운 왕


개경에 도착한 강조는 목종 뜻과는 전혀 다르게 김치양 세력뿐만 아니라 목종세력 유행간까지 제거하고 궁궐을 장악한다.


이에 일부 군사들은 '강조'를 황제로 추대하려 했지만, 강조는 이렇게 말했다.


“다음 임금이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무슨 소리인가.”


강조는 '대량원군'을 데려온다.

대량원군은 훗날 고려 제8대 왕 '현종'이다. 즉위식이 거행되고 새로운 왕이 탄생한다.


김치양과 유행간 그 일파는 처형되거나 유배된다.


이어서 목종은 폐위된다. 천추태후 또한 마찬가지였다.


강조는 스스로 황제가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궁궐 실권은 확실하게 장악했다.


이는 강조의 정변이 군사반란이 아니라 왕권교체와 정치 재정리로 해석할 수 있다.


5. 목종과 천추태후 최후와 평가


목종의 최후에 대해 여러 설이 있다. 일부기록에서는 유배 도중 살해되었다고 전한다.


다른 전승에서는 살아서 천수를 누렸다고 하지만 이는 설화 수준이다.


현재학계에서는 강조 측 인물이 목종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목종과 함께 유배길을 떠난 천추태후는 살아서 절로 들어가 천수를 누렸다.


목종과 천추태후에 대한 평가는 오늘날 까지도 상반된다. 목종의 동성애 문제나 천추태후와 김치양과의 관계 등은 후대의 기록에서 지나치게 확대되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러한 평가는 정치적 패배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된 평가일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기록상 목종은 외견상 온화하고 여유로운 성격으로 비치고 있고, 국정을 운영하는 데 있었서도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면모를 보였다. 재위기간 동안 큰 혼란 없이 정치를 안정적으로 이끌었으며, 세금과 군사정책에서도 비교적 효율적인 모습을 보였다.


천추태후 또한 남편사후 목종이 어려서 즉위하여 섭정 기를 맡으면서 정권운영에 있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그녀는 권력행사에 신중을 기하며 고려 초기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데 기여하였다. 특히, 외척과 권력 다툼을 어느 정도 조정하며 국정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따라서 목종과 천추태후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당시 정치적 상황과 기록자의 편견을 감안할 필요가 있으며, 그들의 통치가 단순한 당시 정치적 승리자 시각에서 평가될 문제만 아니다.


6. 강조정변의 역사적 의미


강조정변은 고려정치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그 의미를 살펴보자.


1) 왕실외척의 권력약화


2) 군사세력의 정치개입 선례가 확립된다. 후일 무신정권 기반이 되었다.


3) 권력충돌로 인한 내부불안으로 외부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거란은 신하가 황제를 제거했다는 명분으로 재침략을 시도했다.


사실은 거란은 1차 침략 후 고려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강동 6주 반환을 요구하던 상황이었다. 이러할 때 강조정변은 거란에게 침략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즉 울고 싶을 때 빰 때려준 꼴이었다.


6. 이어지는 2차 거란전쟁과 고려 장수들


이후 고려는 제2차 고려거란전쟁이라는 거대한 전쟁을 맞이한다.


막 시작 된 현종시기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험난했지만, 동시에 외침을 스스로 막아낸 자랑스러운 시기이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훗날 큰 이름을 남긴 장수 '양규'와 '강감찬'이 등장한다. 이들의 활약은 거란침략을 막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7. 결론


‘강조의 정변’은 목종시대를 끝내고 현종시대 시작을 알린 사건이다.


강조의 정변은 단순한 군사반란이 아니라, 왕권교체와 권력재편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가진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당시 목종은 권력재편을 위해 군사력을 가진 강조를 불러들였으나, 친위쿠데타 형태 군사 개입은 결국 권력재편에는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발목을 잡는 결과까지 초래했다.


이러한 권력다툼 양상은 최근 현대정치에서도 유사한 사례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강조의 정변’은 단순히 국내 정치적 사건에 그치지 않고, 거란침략과도 맞물려 한국사에서 큰 의미를 지닌 사건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에게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사건이다.


이어서 <거란 2차침락 편>이 계속됩니다


ㅡ 초롱박철홍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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