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사주팔자가 있을까?

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828

by 초롱초롱 박철홍

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828

― 나라에 사주팔자가 있을까? ―


조선은 성리학의 나라였다.

성리학은 죽음 이후 세계를 말하지 않는다. 조상 제사와 묘를 잘 쓰는 일조차, 결국은 현세에서 자손들이 복을 누리기 위함이다.


이 현실주의적 사유는 조선사대부 들에게 이중성을 남겼다.


겉으로는 관상이나 사주, 풍수, 무속 같은 것을 미신이라 여기며 경멸했음에도 속으로는 누구보다 그것을 의지했다.


현실에서 부귀와 안락, 자손번창 무엇보다도 갈망했기 때문이다.


불교도, 기독교도, 토속신앙도 우리 땅에 들어와서 모두 다 결국 '현세구복'으로 기울었다.


백성들이 찾는 ‘복’은 언제나 눈앞 것이었다. 재물과 권세, 무병장수 와 자손번창. 그것이 곧 잘 산다는 의미였다.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의 지도층일수록 무속을 더 깊이 의지한다. 선거철이 되면 ‘누가 어느 묘에 묻혔다더라’, ‘이번엔 두꺼비 상이 대통령이 된다더라’ '십원짜리 동전 속 다보탑 안의 불상'하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언론에까지 오르내린다.


이러한 것들에 화룡정점은 바로 얼마 전 '윤석열후보'가 손바닥에

'王'를 쓰고 티브토론회에 나온 일이다.


이토록 현실을 붙잡고 살아내고 싶어 하는 민족인데, 정작 자살률 은 세계 최고라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옛날 관상가가 이완용을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한다.


“천재 상이요, 평생 호의호식할 팔자다.”


실제로 그의 삶은 그 말대로였다. 민족을 배신하고도 현실에서는 부귀를 누리며 천수를 다했다.


그와 정반대의 길을 걸은 이가 '백범김구' 선생이다. 그는 과거에 실패한 뒤 스스로의 관상을 살피며 더욱 비관에 빠졌으나, '마의상서' 한 구절에서 길을 찾았다.


相好不如身好, 身好不如心好.

“얼굴의 좋음은 몸의 좋음만 못하고, 몸의 좋음은 마음의 좋음만 못하다.”


그는 이 구절보고 외양이 아니라 마음을 닦는 수양에 힘쓰기로 결심했다. 그 결심이 김구를 위대한 민족지도자로 세웠다. 그러나 냉정히 말하면,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고, 끝내 비극적 죽음을 맞았다.


이완용과 김구!


한쪽은 민족을 배반하고도 호의호식했고, 다른 한쪽은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도 고난을 겪었다.


역사는 늘 이 두 길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래서 묻고 싶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김구처럼 살아라, 안중근처럼 살아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부끄럽게도, 대부분 보통사람들은 차마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 그만큼 현실은 냉혹하고, 우리들 마음은 연약하다.


역사 속에서 현실 욕망에 충실한 자들은 나라를 망쳐왔지만, 정작 현실 속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다.


우리는 겉으로는 그들을 욕하고, 속으로는 그들 삶을 부러워 한다.


사주·관상·풍수 같은 것들은 결국 인간의 욕망에 맞춰진 도구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거기에 기대곤 한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에게 가장 좋은 삶은 따로 있다. 세계가 평화롭게 유지되고, 나라가 안정되어, 개인들이 그런 선택 기로에 빠져 들지 않아도 되는 삶이다.


정치를 맡은 이들의 가장 큰 책무 바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사 돌아보면, 현실은 그와 정반대인 경우가 너무도 많았다.


그렇기에 나라와 민족에 큰 영향 끼칠 위치에 선 사람들은 달라야 한다.


그들은 사사로운 개인적 욕망에 머뭇거릴 것이 아니라,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흔들림 없이 결단할 수 있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역사는 그런 지도자를 만나는 ‘복’이 지독히도 없었다.


임진왜란 선조, 병자호란 인조, 구한말 고종, 6·25 이승만….


커다란 국가위기 앞에서 나라가 기댈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니었다.


그것도 '나라의 운' 이였을까?


내가 역사 글을 쓰면서 느낀 것은. 특히 구한말을 보면 우리나라는 지도자 복은 고사하고, 대내외 정세마저 우리에게 지긋지긋하게 '나라 운'이 없었다.


그 결과가 36년 식민지 세월이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을 단순히 '나라 운'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 속에는 오로지 개인 욕망에 들떠 나라를 배반한 수많은 군상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할 대목이다.


<'나라 운'은 결국 사람의 선택이 모여 만든다.>


그리고 그 선택의 무게는 무엇 보다 지도자의 어깨 위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선택의 무게는 국민들 손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 燭籠(초롱)박철홍 ―

keyword
이전 11화나라의 영웅, 그러나 가족의 재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