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네루, 엘리트 교육정책과 인도 후진국화 그리고 대한민국 교육정책)
나라에도 사주팔자가 있을까? 2
(인도 네루, 엘리트 교육정책과 인도 후진국화 그리고 대한민국 교육정책)
인도는 어느새 중국을 제치고 세계 인구 1위 국가가 되었다.
인도 인구 14억.
하지만 그 수치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품고 있다. 세계 최상위 IT 인재와 글로벌기업 창업자를 배출 하는 나라, 동시에 10억 명 넘는 국민이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 국민들보다 못 사는 나라.
이 기묘한 모순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인도는 1947년 '영국' 식민지배 에서 벗어난 직후, 아시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였다. '일본'이나 '중국'보다도 부유했고, 면직물 산업은 세계 시장을 선도하며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였다.
그 시절 인도 국민들은 아시아의 선진국으로서 자부심을 누렸다.
그러나 불과 수십 년 만에 인도는 <‘엘리트는 세계화, 대중은 빈곤화’>라는 구조에 빠지며, 선진국 문턱에서 추락해 버렸다.
이처럼 사람에게 '사주팔자' 있듯, 나라에도 '사주팔자' 있는 걸까?
내가 인도를 처음 여행했을 때, 나는 인도 혼돈 그 자체 풍경에 압도 당했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궁전 옆에는 거대한 빈민촌이 있었고, 세계적인 IT 기업이 있는 도시 한켠에는 소 떼들과 함께 맨발로 거리를 헤매는 아이들이 있었다.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눈앞에 펼쳐졌다.
인도가 이런 상황에 빠지게 된 이유를 전문가들은 인도 초대총리 '네루'의 교육정책에서 찾는다.
네루(1889~1964)는 브라만 상층 카스트 출신으로 영국유학을 거쳐 독립운동에 뛰어 들었다
네루는 '간디'와 함께 독립운동을 이끌며 존경받는 민족 지도자가 되었다. 독립 후 초대총리로서 민주주의와 비동맹 외교라는 큰 틀을 잡았다.
그러나 네루의 이상주의 정책은 교육에서 만큼은 치명적 한계를 드러냈다.
네루는 독립운동가로 존경받는 인물이었지만, 교육에 대해서는 철저히 엘리트 중심의 오도된 사고를 가졌다.
네루는 초엘리트 가문 출신답게 <지식 엘리트가 국가를 이끌어야 한다>는 확신을 가졌다.
네루는 'IIT'(인도공과대학. 한국 카이스트) 같은 세계 최고수준 대학을 세우는 데 국가자원을 집중했다.
그 결과 오늘날 IIT 출신 인재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와 글로벌 기업을 장악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건 사실이다. 또 이들이 세계적 부호 되어 세계 부호순위 열 손가락에 인도출신이 여러 명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인도의 한정된 자원을 IIT 같은 최고 대학에만 모두 쏟아부었고, 국민들에 대한 기초교육은 뒷전이었다. 덕분에 세계적 인재들이 배출되었지만, 정작 국민 대다수는 문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독립 당시 인도 문맹률은 80%를 넘었지만, 네루 집권 17년간 이 수치는 변함이 거의 없었다.
국가예산이 소수 엘리트 교육에 쏠렸고, 농촌 대중은 기본적인 문해력 교육조차 보장받지 못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그 결과, 인도는 <소수 엘리트는 세계 무대에서 성공, 국민 대중은 빈곤> 이라는 기형적인 구조에 갇히고 말았다.
같은 시기 한국, 일본, 중국은 다른 길을 걸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이후 국민교육 통해 전 국민 문해율 끌어 올렸고,
전후에도 초·중등 보편교육에 집중했다.
한국은 가난 속에서도 ‘의무교육’ 을 지켜내며 모든 국민이 최소한 교육을 받게 했다. 그 덕분에 산업화 과정에서 값싼 동시에 질 높은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었다.
중국 역시 문해율 향상과 기초 교육 보급에 국가적 역량을 투입 인구전체 질적 향상을 꾀했다.
즉, 한중일은 <보편교육 → 산업화 → 엘리트 양성> 이라는 순서를 밟았던 반면,
인도는 <엘리트 양성 → 산업화 지체 → 대중 빈곤화> 라는 거꾸로 된 길을 걸어버린 것이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어떻게 나라의 사주팔자를 망쳐 놓을 수 있는지,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인도의 네루였다.”
이 대목에서 대한민국 교육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초창기 출발과 달리, 지금은 SKY로 대변되는 ‘일류대’와 '의대 쏠림' 현상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사회 또한 지난 날 인도처럼 일등주의적 엘리트 교육체제에 갇혀 있다는 방증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SKY 진학과 의대입학만이 부와 명예를 보장 하는 유일한 성공의 길로 인식 한다.
‘인서울’, ‘지잡대’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오가는 현실은 엘리트적 대학서열화가 이미 사회적 상식처럼 굳어졌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냉정히 돌아보면,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서 힘을 발휘하는 원동력은 엄청난 교육열에 국민 대부분이 문해력을 갖추었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K-컬처, 반도체,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왔다.
즉, 나라의 성장동력은 특정 엘리트 교육경로가 아니라, 다채로운 역량과 창의적 도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지금처럼 모든 재능이 SKY로 대변되는 '일류대'와 '의대'라는 한쪽으로만 몰린다면, 인도가 걸었던 길을 우리가 피해갈 수 있을까?
사람의 사주도 그러지만 나라의 사주팔자도 정해진 게 아니다.
한 나라 국민들이 어떤 교육정책, 어떤 철학을 가진 지도자를 선택 하느냐에 달려있다.
네루는 존경받는 지도자였지만, 오도된 교육관이 결국 인도미래를 바꿔 놓았다. 아주 안 좋은 쪽으로 말이다.
나는 사주팔자를 믿지 않는다.
하지만 요즘 같은 교육 현실을 보면, 가끔은 믿고 싶어진다.
우리나라에도 언젠가 제대로 된 교육철학 가진 지도자가 나타나, 국민 모두가 함께 빛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어쩌면 그 소망 자체가 우리가 나라에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주팔자’ 인지도 모른다.
― 燭籠(초롱)박철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