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정치현상에서 떨어져 있어야 할까?

초롱초롱 박철홍 지금도 흐른다! 830

by 초롱초롱 박철홍

초롱초롱 박철홍 지금도 흐른다!

830


ㅡ 문학은 정치현상에서 반드시 떨어져 있어야 할까? ㅡ


며칠 전, 나는 한 장의 기사를 읽었다.


“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반발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주한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 한켠이 싸늘해졌다.


나는 인류를 본래 선한 존재라 믿고 싶다. 서로 다른 이들이 함께 살아남아야만 했기에, 결국 집단 지혜가 선을 향해왔기에, 인류는 오늘까지 이어져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때로 이 믿음이 무너진다.


인류 일부가 누군가를 ‘악’이라 단정 짓고, 그들을 집단학살하고, 그런 역사적 고통마저 부정하는 장면을 볼 때이다.


무엇보다 ‘제노사이드’라는 단어 앞에서 나는 늘 멈칫한다.


'제노사이드'란 인종과 민족, 종교, 이념 이름으로 자행된 인류 간의 '집단학살'을 말한다.


그것은 인류역사 어두운 그림자 이며, 지금도 중동, 우크라이나 등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심지어 우리 인류의 직접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 멸종시킨 것도, 일종 제노사이드 였다는 해석이 있다.


인류 피 속에는 어쩌면 그 비극이 이미 새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땅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극히 최근인 현대에 들어서서 <여순사건, 제주 4·3, 광주 5·18> 수많은 희생의 기록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이번 노벨문학상은, 그 아픔을 직시하고 문학으로 승화 시킨 '한강'에게 돌아갔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항쟁을,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을 품었다. 세계는 그 문학을 통해 한국의 상처와 인간의 연약함을 보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며 한강 작품을 아래와 같이 평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존재의 부서지기 쉬움을 드러낸 강렬한 서정성을 지녔다.”


그것은 문학이 결코 현실로부터 고고하게 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말이었다.


한강 스스로도 말했다.


“문학은 폭력의 반대편에 서는 것.”


그러나 여전히 그 사실을 외면 하는 이들이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5·18과 4·3을 ‘빨갱이 폭동’이라 조롱하며, 한강 노벨상 수상까지 부정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상대는 곧 '악'이어야만 한다. 집단이 그 논리에 갇힐 때, 역사는 다시금 '제노사이드'로 치닫는다.


광주에서, 우리는 그 참혹한 현실 을 이미 경험했다. 나는 스무 살 청년으로서 그날을 직접 겪었다.


문학이란 결국 인간의 목소리다. 때로는 상처의 기록이고, 때로는 침묵을 뚫고 나오는 진실의 외침 이다.


누군가는 문학이 '정치현상'과는 동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고통받는 정치현상에 등 돌린 문학이, 과연 순수할 수 있을까?


나 역시 글을 올리는 온라인 공간 에서 종종 갈등을 겪었다.


내 글이 정치적이라며 배척당한 적도 있고, 밴드나 카페에서 강퇴 당한 적도 있었다. 또 댓글 속에서 설전을 벌인 적도 있었다.


물론 이해한다. 그런 공간에서 정치적 논쟁은 쉽게 난장판으로 변하고, 결국 그 공간이 파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정치적 논쟁이 난장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과 조금만 달라도 극단적으로 몰아 붙이고 심지어 해괴한 인신공격 까지 일삼는 극단에 치우친 자들, 그들이 건전한 정치적 논쟁이나 대화를 파괴한다.


그러나 대부분 그런 공간 속 그런 자들을 배척하지 못 하고, 그저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하는 심정으로 어쨌던 원인을 제공한 것은 정치현상에 대한 글이니 침묵하도록만 강요 한다.


그리고 그러한 게 <순수 문학하는 사람 자세> 라고들 말한다.


정말 그러한 것일까?


어쩌면 문학의 몫은, 더럽고 시끄럽다고 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폭력과 증오가 덮어버린 자리에 작은 목소리로라도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그 일이야말로 문학의 사명 아닐까?


결국 나는 다시 묻게 된다.


인류사에서 영원히 추방되어야 할 ‘제노사이드’는, 인류 진화과정 속에 새겨진 피의 유산일까?


인간이 존재하는 한,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운명일까?


그 생각 끝에 남는 것은, 인간존재 슬프고도 참담한 빛과 그림자다.


그러나 그 참담함 앞에 문학은 여전히,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서 있어야 한다.


문학은 정치와 사회 현장 속에서 인류양심을 붙잡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인류가 끝내 스스로 구원할 수 있는 길이자, 동시에 제노사이드 세력과 맞서 싸워야 하는 문학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ㅡ 초롱 박철홍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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