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836
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836
ㅡ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 없다.!? ㅡ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를 무척 재미있게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영화 스토리가 제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였지만, 영화 다 보고 나니 제목 의미가 선명해졌습니다.
영화는 텍사스 황야에서 벌어진 마약자금 쟁탈전과, 그에 얽힌 무차별 폭력과 운명을 그립니다.
주인공은 구세대 보안관 '에드 톰 벨'(토미 리 존스). 그는 평생 정의와 질서를 믿고 살아왔지만, 신세대 범죄와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무력감을 느낍니다. 자신이 익숙했던 ‘옛 질서’와 ‘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계, 다시 말해 노인(구세대)이 설 자리가 없는 세상을 마주한 것입니다.
현실세계는 더 이상 늙은세대가 머물 수 없는 잔혹한 곳임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마지막 꿈 장면을 통해 “노인이 향할 곳은 이 세상이 아니라 아버지(죽음과 영원의 세계)”임을 암시하며 철학적 결말 맺습니다.
하지만 오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영화처럼 무겁고 심각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늘 제가 하려는 얘기는 그냥 제 인생 첫 경로우대 할인을 받은 경험담, 그 유쾌·씁쓸한 에피소드 입니다.^^
얼마 전, 보성 율포 해수탕에서 목욕하려고 할 때였습니다.
함께 간 건 저 포함 네 명, 모두 연배가 조금씩 나보다 더 많은 선배들이었습니다.
카운터 아가씨 앞에서 한 선배가 내게 물었습니다.
“어이 초롱이, 자네도 이제 경로우대 혜택 받는 거 아녀?”
“뭐랄? 내가 왜랄?”
“지난 달로 예순다섯 넘겼다고 자랑 혀잖여. 인자 자네도 자격 충분혀부네.”
“경로우대로 허면 을메나 깎아 준다요?”
“이천 원!”
“에게게~ 고까짓 거 안 받아 부릴랄. 괜히 젋은 나가 노인 티 내기도 싫당께랄.”
그러자 선배가 곧장 카운터 아가씨에게 말하더군요.
“아가씨, 쩌 양반은 목욕비도 지가 안내불면서 지 자존심만 세워불고 있구만잉. 8000원에서 2000원 이면 고게 워딘디. 넷 다 경로로 끊어부러잉!”
아가씨는 아무 말없이 그냥 웃으며 입장표를 내줬습니다.
저는 괜히 마음이 복잡해져 너무 친절한거 빼고 아무 죄도없는 아가씨에게 따졌습니다.
“아가씨, 원래 요롤 때 신분증 확인해야 되는 거 아녀? 왜 나한텐 신분증 보자고도 안 허요? 나가 그라고 늘거 보이요? 딱 봐도 60세도 안 넘기게 생겼는디 말여잉, 아가씨 직무태만 아녀? 요즘 사기꾼들이 을메나 많은 디”
직원은 난처한 듯 나를 보며 그저 웃기만 했습니다. 그때 또 다른 선배가 내게 톡 쏘아 붙입니다.
“지랄허고 자빠졌네. 자네 얼굴은 고대로 액면가여. 신분증이 무슨 필요가 있당가? 자네 얼굴이 주민등록증 자체랑께로”
“머시라고요? 나가 워디가도 아직 질대로 육십은 넘게 안 보인다고 말혀잖아랄? 모두 다 그란단 말이요이!”
“허허, 지랄 고마허고, 고 말은 자네 혼자만 믿고 사쇼잉~”
그렇게 나는 생애 첫 경로우대, 무려 이천 원 할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득 본 기분보다 괜히 기분이 더러워 졌습니다.
“에궁~ 이제 나도 진짜 법정 노인이 되어버렸구나.”
그 사실이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영화는 요즘 세상에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나는 묻고 싶습니다.
단돈 이천 원으로 노인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우리나라!
과연 우리나라에는
<노인을 위한 나라가 ‘있는’ 걸까, ‘없는’ 걸까?”>
<진짜 노인을 위한 나라는 돈 일까? 노인 자존심 세워주는 일 일까?>
ㅡ 초롱박철홍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