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식구와 삽니다

새 식구와 삽니다

by 최정환

수정 빛 투명 물속에 초록 수초와 돌 틈 사이를 요리조리 헤엄치는 녀석이 말을 건넨다. 주둥이를 내밀며 아가미를 벌름벌름 거리는 녀석을 보며 나도 모르게 물 멍(물속을 보며 멍 때리기) 세계에 빠져든다. 가끔은 가족 없이 홀로 지내는 집안 생활이 적막할 때가 있다. 스냅사진 속 세상에 머문 듯 시간은 멈추고 숨소리마저 멎는다. 정적을 가르는 시곗바늘 초침 소리만이 살아있음을 알린다.

새 식구와 동거한 지 100일째다. 집안 한편 물속 세상에는 구피와 몰리, 안시와 오토싱, 민물새우가 어울려 산다. 동거 초반 물갈이와 수온조절 실패로 물고기 식구들이 죽은 적 있다. 그 뒤로는 집에 돌아와 가장 먼저 녀석들의 안위를 살피게 됐다. 한 마리, 두 마리 세어 보다 어느새 밥상머리까지 어항 앞에 두고 녀석들과 마주한다.


수족관 세상을 들여다보면 보이지 않던 새로움을 발견한다. 물속에 몸을 기대어 하늘거리는 초록색 수초. 울퉁불퉁 돌멩이와 나뭇가지에 찰싹 달라붙은 이끼들. 동그랗고 자그마한 달팽이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흔적이다. 어느 날부터 조금씩 배가 불러오는 노란 구피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했다. 뻐끔뻐끔 말하듯 청소 물고기는 돌과 수초를 오가며 쉴 새 없이 청소를 해댄다. 작은 변화를 느끼고 감지하는 일은 이제 하루 일과가 됐다.

보면 볼수록 색다르고 오래 볼수록 보이지 않던 삶을 알아 가는 수족관 세상.

어린 민물 달팽이를 만나면 어제까지 잘 지내던 구피 녀석은 생을 뒤로한 채 종적을 감춘다.

하룻밤 사이 새 생명이 태어나고 생을 다하여 사라지는 수족관 안에 삶이다.


매일 바라보니 그들의 삶이 조금 보이고, 오래 보니 비로소 배려의 방법을 깨닫게 됐다.

수족관 LED 등을 하루 종일 밝히면 녀석들도 쉴 수 없음을 뒤늦게 알았다. 저녁에 밥을 먹지 않으면 밤사이 배고픔으로 서로를 물어뜯는다는 걸 알기까지 적지 않은 희생이 뒤따랐다.

날마다 먹이와 정수된 생명수를 보충해 준다. 그 대가로 수족관 세상의 삶을 공유한다. 녀석들의 삶을 지켜주고 자신들의 삶과 세상을 함께 공유하는 거다.


오늘도 수족관의 은은한 불빛이 거실을 밝혀주고, 자연 가습기가 되어준다. 수족관과 물고기 식구들을 살피는 일은 삶에 일부가 되었다. 물고기 가족들이 살아가는 물속 세상과 우리 가족은 하나가 되어 이렇게 살아간다.

물고기를 보듯 가족을 바라보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방 한편에 나란히 누워 잠을 청하는 아내와 아이들. 어제와 다른 오늘의 가족을 바라보는 지금. 이제라도 우리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는 거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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