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이덕화 씨는 식구를 이렇게 말했다.“식구는 말 그대로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이다. 진정한 식구는 함께 밥을 먹을 뿐만 아니라. 배고플 때 함께 굶어주는 게 진정한 식구다.”
어린 시절에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삼시세끼를 함께 먹었다. 밥상 위 수저는 어른이 들어야 자식도 따라 들었고, 음식은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어야 했다. 깨작깨작 먹으면 복이 달아난다며 혼나기 일쑤였던 그 시절. 가족이 모여 밥을 먹는 것은 한 끼 식사를 때우는 것보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챙기며 돌보는 소통의 시간이었다.
가족은 혈연과 혼인으로 묶인 공동체였다. 한집에 살며 끼니를 나누는 가까운 사람들은 식구가 되었고, 때로는 혈연관계 가족보다 끼니를 더하는 식구가 가족을 대신 할 때도 있었다.
일상에서 가족이 모인 아침식사는 희망사항이 된지 오래다. 점심은 회사와 학교에서 각자 해결하고, 저녁 약속이나 야근을 하는 날이면 밖에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다. 어느 날부터 가족과의 삼시세끼는 먼 이야기가 돼버렸다.
2년 전부터 조찬 모임에 참여중이다. 이른 새벽공기를 가르고 모인 멤버들의 열정과 에너지는 늘 새롭게 다가온다. 조찬을 마치면 아침 식사가 이어지고 업무적인 대화꺼리가 있는 날이면 점심까지 함께했다. 매주 화요일 1년 52주의 아침과 점심을 합해보면 104번의 끼니를 함께 하는 셈이다.
엉뚱한 계산을 해봤다. 의정부 본가에 한 달에 한번 찾아뵈면 함께 밥 먹는 횟수가 12번. 가족과 밥 먹는 횟수가 조찬 멤버보다 적었다. 멤버와 평균 두 시간씩 104번의 대화를 나누면 208시간을 함께 하지만 떨어져 지내는 가족과는 고작 24시간 뿐 이었다. 언제부턴가 나의 식구는 가족이 아닌 바깥사람들이 돼버렸다. 사람은 보통 가까운 사람과 밥을 먹게 되고, 자주 밥을 먹을수록 돈독해진단다. 자연스레 바깥사람과의 만남은 더욱 깊어지고 가족은 그렇게 조금씩 멀어져 간다.
바닷길 작은 외딴 섬. 쓰러질 듯 허름한 옛집 마당에 옹기종기 앉아 웃음꽃을 피우는 식구들. 한 끼 식사를 위해 안사람과 바깥양반은 작은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뒤뜰에서 방금 캐온 초록색 나물을 어루만지는 사이, 뜨거운 불을 참아내며 끓는 구수한 찌개냄새가 피어오른다.
어쩌다 고기라도 못 잡는 날이면 삶은 감자와 김치로 끼니를 채우는 식구들은 그래도 행복했다. 예능프로의 식구가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한 끼 식사로 정을 더해가는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흘러나오는 이유는 무얼까. 가족과 식구가 되어 소소한 삶에 기쁨을 나누고픈 마음을 대신 살아가는 그것이 나는 부러웠나보다.
함께 밥을 먹고 배고플 땐 함께 굶어주는 진정한 식구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