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이 따뜻한 이유
오월에 뜨거운 열기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주르르 흐르던 땀을 훔치고 길 가던 시선이 모퉁이 작은 손수레에 멈출 무렵. 쇠줄 위에는 갓 구운 붕어빵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단 층 집들이 옹기종기 모인 작은 골목에는 오가는 행인도 없이 한적했다. 겨울철 별미인 붕어빵을 뙤약볕에 그것도 구석진 주택가 골목에서. 장사가 될런지 의문이었다.
이럴 때면 컨설턴트의 몹쓸 버릇이 발동한다.
천원에 세 마리. 밀가루와 단팥, 우유와 달걀 식재료 원가에 가스비를 제하면 어림잡아 오백 원은 남겠다. 하루 50명의 발길이 닿으면 오만 원을 벌고, 거기에 50% 원가를 제하면 남는 돈은 이만 오천 원. 하루 8시간(시간 당 여섯 명의 고객이 다녀갔을 때) 노동의 대가로 얻는 품삯은 생각에 따라 만족스럽거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그렇지. 왜 하필 뜨거운 오월에 붕어빵 장사였을까. 혹시나 이것 말고는 다른 할 일이 없었던 걸까. 어쩌면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만한 나름에 사정이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며칠쯤 뒤에 룰루 랄라 아내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간식을 챙겼다. 전기오븐 타이머는 째깍째깍 시간의 걸음을 알리고, 오븐 안에서 퍼져 나오는 고소한 냄새가 코 속을 파고들 무렵. 아내가 동그란 접시에 붕어빵을 담아왔다. 마트에서 사왔는데 맛있네. 노릇노릇 잘 구운 손가락만한 녀석을 들고는 한 입 베어 물자 불현듯 잡다한 생각이 들었다. 골목길 붕어빵 장사는 잘되고 있을려나. 이런 것까지 만들어내면 없는 사람들은 뭘 먹고 살라는 건지. 씁쓸한 마음에 한숨이 흘렀다.
칼바람이 쌩쌩 부는 한겨울이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퇴근 준비를 서두르던 느지막한 저녁. 수화기 너머 붕어빵을 먹고 싶다는 아들의 애절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저기 찾아나선지 한 시간도 더 댔을까. 대로변 길모퉁이 노란 불빛을 밝히는 붕어빵 손수레가 보였다.
붕어모양 쇠틀에 밀가루반죽이 쏟아지고 잘 다져진 까만 팥소를 얹어 굽기를 몇 번 했던가. 흰 봉투에 담기는 붕어빵을 마치 자식을 보듯 바라보는 사장님의 온화한 미소가 궁금했다. 추운 겨울날 언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미소 짓는 이유는. 붕어빵에 따듯한 온기를 담아 가족과 함께 하는 모습을 떠올렸던 것은 아닐지.
그리 보면 뜨거운 날 붕어빵이 잘 팔리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차디찬 추위 속에서 가족을 생각하며 품는 따듯한 온기를 전할 수 없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