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었으면 바뀌었을 일들

가족이었으면 바뀌었을 일들

by 최정환

만약 내 가족의 일이었어도 그랬을까. 2년 전에 어느 날. 컨설팅 차 찾아간 곳은 오피스텔 상가 3층에 레스토랑. 출입문을 열어젖히자 유로피안 비스트로 분위기의 은은한 조명과 체리색 원목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넓은 창 너머로 비치는 저녁 불빛은 그윽함을 더했고, 잠시 뒤 40대의 그녀가 다가와 수줍은 미소로 입을 열었다. 몇 년간 외국인 셰프에게 요리를 전수받고, 커뮤니티를 오가며 차근차근 준비했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그곳을 찾아간 것은 다름 아닌 레스토랑의 매출 부진 때문이었다. 환자 가슴에 살포시 청진기를 대고 숨소리를 살피는 의사가 된 듯 말을 이어갔다. 이윽고 몇 가지 문제들이 드러나고, 어려움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일 년째 운영 중인 레스토랑은 월평균 매출액 1,100만 원, 식재료 원가 400만 원을 제하면 700만 원이 남았다. 여기에 직원 월급(250만)과, 임대료(350만 원), 전기와 가스, 수도비(200만 원), 홍보비와 대출이자(310만 원)까지. 남는 돈은 고사하고 매월 400만 원씩 손해 나는 장사였다.


상가 모퉁이 사업장의 위치도 한몫을 더했다.

3층 엘리베이터 주변에서 빙글빙글 몇 번을 돌았을까. 꼬불꼬불 미로를 찾아가듯 구석진 자리는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높은 임대료임에도 처음부터 5년 계약을 했다니. 아 왜 그랬을까.


아쉬운 마음에 몇 마디 말을 더 건넸다. 계약할 때 공인중개사의 자동갱신 설명이 없으셨나요. 네 없었는데요. 그럼 사정으로 중간에 나가는 경우 남은 기간 임대료를 자신이 부담한다는 것도 모르셨나요. 예 몰랐습니다.

상황의 심각함을 느꼈던지 그녀가 무겁게 말을 이었다. 혹시 지금이라도 폐업을 할 경우 어떻게 될까요. 현재와 같이 매월 400만 원의 마이너스 매출이 유지된다면 하루 14시간씩 일하는 자신의 인건비는 고사하고 남은 4년 동안 1억 9천만 원의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 혹여나 남은 4년의 임대기간을 포기하더라도 1억 6천만 원의 임대료를 부담해야 한다니. 그녀의 마음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깊은 수렁에 늪으로 점점 빠져들었다. 임대인에게 사정을 빌어 임대료를 낮추거나, 폐업 시 일부 손해액을 줄이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어림도 없다는 반응에 씁쓸함이 더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먹먹했다.

내 가족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배려의 마음만 있었어도 이렇게 까진 되지 않았을 것을.


임대인 편에 서서 그들의 입장을 대변했던 공인중개사가 3층 구석자리의 문제를 한 번이라도 짚어주었더라면, 계약 중간에 나가면 그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려만 주었더라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힘겨워하는 그녀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었을 텐데.


가족이라면 그랬을 텐데. 미처 생각지 못한 위험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가족의 마음으로 바라봤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들.


잘 지내고 있을까. 아직도 그녀에겐 2년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다.

가족의 마음으로 그녀를 위로한다면.

인생의 외나무다리에서 삶을 위해 시작한 그곳이, 삶을 무너뜨리는 곳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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