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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환 May 24. 2020

삶을 채우는 행복충전소

삶을 채우는 행복충전소

일상의 삶이 고단할 때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보자. 삶에도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어둑해진 자정 무렵 연료 게이지 붉은 바늘이 바닥에 맞닿았다. 난감했다. 혹여나 주유소를 찾지 못하면 머지않아 자동차가 멈출 것이다.      


스산한 바람이 불던 겨울날이었다. 양평에서 워크숍을 마치고 돌아갈 채비를 서둘렀다. 차량 연료 게이지를 살피는 순간 아차 싶었다. 집까지 거리는 70km, 남은 기름은 20km까지만 갈 수 있는 양뿐이었다. 혹여나 기름을 넣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긴급출동을 불러야 하는 긴박한 상황. 급한 마음에 내비게이션을 두들겼다. 다행히 길을 따라 두 곳의 주유소가 있었다. 11시가 조금 넘은 야심한 시각. 부리나케 찾아 나선 지방 도로 외곽에 허름한 주유소는 불이 꺼진 지 오래된 듯 보였다. 기대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순간도 잠시. 서둘러 마지막 휴게소로 발길을 돌렸다. 10km 떨어진 주유소를 찾아가는 내내 한 가지 생각만 거듭했다. 제발 불이 켜져 있기를. 혹시라도 불이 꺼진 상황에서 발생될 수 있는 여러 잡다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먼발치에서 깜깜한 밤을 가르는 작은 빛줄기가 새어 나왔다. 휴 다행이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느지막한 밤중에도 꽃을 찾 헤매는 벌이 날아들 듯 차량이 모여들었다. 부족한 기름을 채우고

잠시 차에서 내려 땅을 밟아보는 사람들. 먼 길을 떠나기 전 화장실을 찾아 볼일을 보거나,  스트레칭으로 쌓인 피로를 누그러뜨린다. 한 적한 곳에 머물러 들이키는 시원한 물 한 모금이 메말랐던 몸을 촉촉이 적시고, 한 개비 구름과자를 벗 삼아 연신 뿜어대는 하얀 연기가 밤하늘에 피어올랐다.      

불현듯 일상의 고단함이 뇌리를 스쳤다.     

나는 지금 어디로 달려가는 걸까?

앞만 보며 내달려야 하는 삶에서 벗어날 순 없을까?     


다행히 끝없이 달려가는 고속도로 중간에는 주유소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들를 수 있고 부족한 것들을 채울 수 있 충전소.

      

내 삶에도 숨을 고르는 행복충전소가 있다. 바로 가족이다. 가족의 행복충전소는 하루 종일 사용돼 방전된 에너지를 채워주는 마음에 쉼터다.  

삶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 했던가. 조금 쉬어가도 늦지 않을 만큼 인생은 길다. 잠시 머물러 삶을 충전해보자. 그래야 이 보이고 인생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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