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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환 May 27. 2020

싼이와의 추억

싼이와의 추억

외딴 시골마을에 작은 영화관. 영사실 바닥에 놓인 조그마한 바구니에는 낡은 조각난 필름이 수북했다. 기억의 파편을 얼기설기 역으면 삶의 추억이 완성된다. 내게도 무성영화의 낡은 필름이 돌아가듯 추억을 머금은 곳이 있다.     


연애시절 아내에게 잘 보이고 싶어 중고차를 마련했다. 2008년 싼(2006 연식 투싼)이와는 그렇게 인연을 맺었다. 우리 부부의 결혼식 웨딩카였던 싼이는 아이들에 출산과 아버지의 장례식, 가족의 삶에 동고동락했다.     

세월이 성급하게 흘러서일까. 내 얼굴에 새겨진 깊은 주름과 흰 머리카락이 지나온 삶에 흔적으로 남았다. 가끔씩 녀석의 주변을 빙빙 둘러본다. 여기저기 긁히고 움푹 파인 세월의 흔적은 나를 보살피며 얻은 상처들이다.      

아이들은 차가 너무 낡았다며 뽀로통 입을 내밀어 심통을 부린다.

이제는 거들떠보지 않는 그저 그런 낡은 차가 된 걸까.


아내와 사랑을 나누고 가족이 함께했던 기억.

이 작은 공간 여기저기에 스며있는 삶의 흔적을 간직하련다.      

가끔씩 녀석을 어루만지며 마음속 고마움을 전한다. 여기까지 잘 왔다. 삶의 추억을 담아 조금만 더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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