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가계도의 비밀

500년 가계도의 비밀

by 최정환

우리 집에는 500년을 이어갈 가계도가 있다. 가끔씩 아이들은 두 눈을 끔뻑거리며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의정부 할머니 이름이 뭐예요. 삼촌은 몇 살이에요. 고모부가 누구예요. 나는 그럴 때마다 아직도 그걸 모르냐는 눈빛으로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말을 해도 그때뿐. 뒤돌아서면 처음 듣는 듯 천진난만한 눈으로 쳐다보니 그저 웃을 수밖에. 왜 기억하지 못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종종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이 상대의 성과 몇 대손 어느 본관인지를 묻기도 했었는데, 그때는 혈통 관계와 뿌리를 거슬러 하나임을 확인하고 싶었나 보다.


아이들은 우리 역사와 조상의 삶을 들여다보지만, 정작 함께 있는 가족의 관계와 뿌리를 이해 못하는 현실이 아쉬울 수밖에.


문득 재미난 발상이 떠올랐다. 어쩌다 뉴스를 보면 대기업 재벌가의 지배구조와 승계구도를 가계도로 설명했던 기억. 역사 속 조선왕조의 519년간 27명의 왕조계보와 가계도의 기억이 훅 하고 지나갔다. 가족을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는 방법은 없을까. 그 순간 무릎을 탁 치며 떠오른 생각 하나. 그렇지 우리 집에도 가계도를 만들어 보는 거다. 일단 복잡하지 않고 단출하게.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이들까지 삼대를 그리고 이름과 생년, 나이, 혈액형으로 구성원의 개인 특성을 넣어 얼개를 맞췄다. 흰 종이 여백을 채우는 가족의 얼굴은 마치 살아있는 듯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어 하나를 이뤘다. 새로운 시대 변화와 삶 속에서도 변치 않아야 할 것은 가족의 이해다. 그래 가족을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자.


가족의 삶에도 역사와 뿌리의 흔적이 배어있다. 오늘의 나는 오랜 시간의 흐름과 파편들로 채워졌기에 생에 발자취를 남기려 작은 씨앗을 심는다. 앞으로 30년 후. 아이들이 자라 가정을 꾸리면 사랑하는 이와 손주들이 가족의 역사를 채워갈 것이다. 한 페이지 걸음의 흔적은 그 흔적을 더해 보태고, 가족은 함께 살아온 삶의 길을 공유한다.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였듯, 500년 뒤 나에 자손들은 500년 전 할아버지의 엉뚱한 상상과 이야기로 흐뭇한 미소를 지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집 옷장 한편에는 500년을 이어갈 가계도가 붙어있다.

나를 이해하고,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며, 나아가 우리를 이해하는 가족은

그렇게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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