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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환 May 17. 2020

가족을 지키는 독수리 오 형제

가족을 지키는 독수리 오 형제

슈파슈파 슈파슈파 우렁찬 엔진 소리 독수리 오 형제, 쳐부수자 알렉터 우주의 악마를, 불새가 되어서 싸우는 우리 형제, 태양이 빛나는 지구를 지켜라, 정의의 특공대 독수리 오 형제, 초록빛 대지의 지구를 지켜라, 하늘을 나는 독수리 오 형제, 우주를 누비는 독수리 오 형제.  

   

어린 시절 흑백 TV 속에는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오 형제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지금 나는 독수리 오 형제가 되어 가족을 지킨다.     


오늘은 유난히 아내에 기분이 좋아 보인다. 두 손에는 오색 가득 안개꽃과 장미 꽃다발로 향기가 넘쳐났다. 풍성한 꽃은 마치 풍선이 되어 하늘로 둥둥 날아갈 듯 보였다. 스승의 날 에어로빅 회원들로부터 기분 좋은 선물을 받은 것이다. 얼마나 좋았던지 선물을 자랑삼아 흥얼흥얼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며칠 전부터 가족협동조합 이야기를 꺼낼 참이었다. 입이 근질근질했지만 말할 기회가 없었다. 지금이 기회다.  


색시야(가끔은 아내에게 색시님이라고 부른다) 할 말이 있는데

요즘 우리 가족이 대화와 소통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마음도 무겁고, 분위기도 어수선한 생각이 들어

그래서 말인데 우리 가족이 보다 더 가깝게 소통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나의 그릇을 만들고 싶어

순간 룰루랄라 흥얼대던 아내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게 뭔데?  

내가 협동조합 컨설턴트잖아. 가족도 혈연을 넘어 경영이 필요한 시대라 생각하거든. 가족이 하나가 되어 꿈꾸고 행복을 경영하는 가족협동조합을 만들고 싶어

아내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이 없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을 더 그랬다.

     

아내가 기분이 좋다 싶으면 가족협동조합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꾹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나는 협동조합이 뭔지도 몰라. 당신이 원하니 하긴 할 테니 뒷감당은 알아서 해.

  

<길> 너의 마음이 어느 길로 가고자 하는지, 귀 기울여 들어 보아라. 그리고 온 힘을 다해 그 길로 가라

        -마틴 부버-


가족협동조합을 찾아 떠나는 길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제 첫 번째 산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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