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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정환 May 17. 2020

가족의 씨앗을 뿌리던 날

가족의 씨앗을 뿌리던 날

아내가 오랜만에 된장찌개를 끓였다. 걸쭉한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흰쌀밥에 넣고 슥슥 비벼 먹는 이 맛이야말로 된장의 참 맛이다. 된장의 깊은 맛이 오랜 숙성에서 비롯하듯, 가족은 긴 기다림과 믿음의 시간으로 하나가 된다.     


협동조합 설립을 위해 우리 가족이 모였다. 비로소 새로운 여정의 날갯짓의 시작이다. 76년생 김미해, 감사한 최대리, 씩씩이 민준이와 행복이 현준이. 나머지 화룡점정의 한 자리는 홍주 처형이 채웠다.     


창립총회를 앞두고 정관에 들어갈 몇 가지를 정해야 할 시간. 집안에 있는 가족이니 자연스레 모인 것이라 여겼다. 아이들은 공을 던지며 뛰어노느라 정신이 없고, 뽀송군은 던진 공을 뒤쫓느라 우당탕퉁탕 소란스럽다. 아내는 흰색은 종이요, 검은색은 글이로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말하니 혼자 말하고, 혼자 답하기 일쑤다. 오늘따라 가족협동조합의 길은 유난히 멀게만 느껴진다.

     

어렵사리 정관의 목적을 정했다. “미해와머스마들”은 자주적·자립적·자치적인 가족협동조합 활동을 통하여 부모와 자녀가 공동의 목표와 나눔, 재능기부, 더불어 함께 소통하며 성장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협동조합의 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한다.     


다음은 출자금이다. 조합원은 1좌 이상의 출자금을 내야 한다. 각각 20만 원씩 이렇게 모아 100만 원에 마중물이 마련됐다. 비록 작은 시작이지만 누가 말하지 않았던가 큰 강물은 작은 샘에서 시작된다고.     


이제는 임원을 정할 차례. 조합에는 이사장 1명과 이사 2명, 감사 1명이 있어야 한다. 재밌는 것은 이사장은 두 번까지 연임이 가능한 반면 이사와 감사는 평생 연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가. 나는 지금 우리 가족에게 정년이 없는 평생직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기에. 아내에게 이사장직을 제안했다. 아내는 이사장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승낙을 미뤘다. 아이들은 한술 더해 스마트폰이 없으면 등기 이사도 없다며 엄포를 놓으니 산 넘어 산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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