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정환 May 17. 2020

가족의 위기는 기회로

가족의 위기는 기회로

위대한 비평가이자「희곡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비문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우물쭈물 살다가 내 끝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영원히 정지된 과거에 집착하며, 바람처럼 사라지는 삶을 덧없이 흘려보내기에는 인생은 너무나 짧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며 부딪치고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어느 날 지나온 삶을 되돌아봤다. 부모의 손에 의지하며 아장아장 걷던 아이들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훌쩍 자라 외발 킥보드와 한 몸이 되어 뛰어노는 아이들. 이리저리 쌩쌩 내달리는 모습 그 어디에도 어린 시절 아이들에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언제부턴가 아내와의 왠지 모를 서먹함은 무엇일까? 문득 마음속 삶에 공허함이 밀려들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주말과 휴일 없이 내달리는 삶. 나는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걸까? 이렇게 바쁜 일상과 삶 속에 가족은 행복할까? 남편이자 아빠인 나는 과연 가족으로 충실한 삶을 사는 걸까? 언제까지 이렇게 쉼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제라도 온전한 남편과 아빠로서 우리 가족의 위기를 넘어야 할 때가 왔음을 느낀다.

   



# 나는 협동조합 컨설턴트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 그것이 “동행“이다, 뜻을 함께하는 다섯 사람이 모여 돈을 모으고, 공동으로 소유하며 경영하는 사람들. 그들이 모여 협동조합은 새롭게 탄생한다. 누군가가 겪는 불편함과 어려움, 사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 가며 동행하는 사람. 나는 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협동조합 컨설턴트다.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은 다양하다. 새로운 꿈과 희망에 도전하거나, 때로는 가족과 공동체의 삶과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다. 개인 사업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모인 소상공인.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여성의 자존감 회복과 성장을 소망하는 경력단절 여성. 인생이 막의 새로운 삶을 실현하고픈 시니어. 자신의 재능으로 더불어 행복한 가치를 만들어가는 장애인. 이주여성의 건강한 삶과 좋은 일자리를 나누는 다문화가족. 대한민국 청년세대의 건강한 일자리를 만드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과 공동체, 더 나아가 모두의 행복을 꿈꾸는 협동조합의 존재 이유다.

               

어느 날 문득 컨설턴트로 인연을 맺었던 100여 개의 협동조합을 헤아려 봤다. 곰곰이 되씹었다. 그동안 나는 누군가에 어려움을 해결해왔다.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그러나 정작 내가 처한 상황은 그렇지 못했다. 마음 안에 겹겹이 쌓인 어려움은 어느덧 큰 산이 되어 내 앞을 가로막았다.     

이제는 나에 문제를 해결할 때다. 순간 머리를 스치듯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 가족의 얽힌 실타래를 협동조합으로 풀어보는 거다.     


우리 가족으로 구성된 협동조합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사장과 감사는 아내와 내가 맡고, 두 아들은 등기이사가 되는 거다. 그렇다면 우리 가족의 얽힌 실타래는 무엇일까? 마치 일을 위해 태어난 듯 숨 가쁜 40대 남편의 삶 속에 가족은 먼 곳에 있다. 일과 육아로 지친 워킹맘 아내, 아빠보다 핸드폰을 더욱 좋아하는 아이들과의 관계, 무엇보다 현재와 같은 초, 중, 고등학교 입시제도에 지친 아이들로 내버려 두고 싶지 않다. 한 가지 더, 언제부턴가 사라진 가족의 소통을 진정 되찾고 싶다.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 내가 가족협동조합을 만드는 이유     


누군가는 묻는다. 뒤엉킨 실을 풀기 위해 왜 협동조합이 필요한지를

사람들은 자신의 성장을 꿈꾸고, 기업은 성공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 집안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됨을 알면서도 정작 우리는 가족의 화목과 행복을 미룬다. 마치 한 마리 불나방이 불빛을 향해 내달리듯 자신과 기업의 성공만을 뒤쫓는 삶.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가족은 삶에 근원이자 안식처지만 어느 순간 우리 삶에 가족은 사라졌다.    

  

<라이프 오브 파이> 영화 속에서는 주인공의 배가 풍랑으로 침몰하고 가족을 잃은 채 넓은 바다를 떠돌게 된다. 좌표를 잃었고, 허허바다 한가운데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얼룩말과 오랑우탄(새끼 잃은 오랑우탄 어미), 하이에나, 벵골호랑이만이 있을 뿐이다. 시간이 흘러 모두가 사라지고 배고픈 호랑이와 단 둘만이 남았을 무렵. 한 뼘 그늘의 소중함을 알게 됐고, 벵골호랑이와 동행이 자신을 살리고 서로를 살렸음을 깨닫는다. 녀석을 살리는 삶에 의미를 두었고, 그렇게 호랑이와 사는 법을 익히며 새로운 삶을 살았다.    

 

어쩌면 우리 가족은 작은 배에 갇혀 망망대해를 표류 중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인생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의 나침반과 좌표가 있다는 것이다. <앤드류 매튜스>의 말처럼 ”정녕 마지막인 것만 같은 순간에 새로운 희망이 움튼다. 삶이란 그런 것이다. 태양이 어김없이 솟듯, 참고 견디면 보상은 반드시 있다.”

나는 절망의 끝에서 희망을 찾았다. 그것이 내가 가족협동조합을 만드는 이유다.




매거진의 이전글 눈 속에 너를 담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