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너인 게 약점이 될 수는 없어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by Lucia

“넌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친구들과 만나면 빠지지 않고 나누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사랑 이야기다. 연애 중인 친구의 고민, 연애하고 싶다는 친구의 하소연 등 우리를 둘러싼 이야기는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이렇게 매번 사랑, 사랑, 사랑을 말하다 보면 가끔은 지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창 사랑에 관심이 많은 우리네 삶. 그런데 그렇게 닳도록 반복되는 사랑 이야기, 대체 무엇이 그리

중요할까? 사랑이란 정말 그렇게 특별한 것일까?

혹시 우리는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처음 ‘대도시의 사랑법’이라는 제목을 봤을 때, 나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일 것이라 짐작했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청춘들의 사랑 이야기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SNS에서 퀴어 영화라는 후기를 많이 접했기에, 흔히 소비되는 남녀 간 로맨스와는 조금 다른 결을 보여주겠거니 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한 ‘대도시의 사랑법’은 그런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청춘이 겪는 방황과 자기 정체성의 탐색을 담고 있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세상에 치이며 살아간다. 나를 들여다볼 틈조차 없이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이 영화는 사랑보다 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바로 ‘나다움’이다. 방황일지라도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가장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자유분방한 성격 탓에 ‘미친 X’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주인공 재희는 사실 누구보다 여린 마음을 지녔다.

사랑받지 못한 결핍을 애써 사랑으로 채우려 하지만, 내면은 늘 외롭고 불안하다. 당당하게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남들이 나보고 그렇대. 진짜 그래?”라며 무너져 울 때, 그녀의 상처와 외로움이 드러난다.


또 다른 주인공 흥수는 성 소수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끝내 숨기려 한다. 사회의 편견과 시선에 눌려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고, 거리 두는 데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은 타인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에 기대어 스스로를 규정한다. 남들이 나를 ‘미친 X’라 부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여겨 버리고, 성 소수자를 향한 왜곡된 시선 앞에서 나조차 내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 속에서 ‘조금 튀는’ 재희와 흥수는 서로에게서 자기 모습을 발견한다. 아픔을 공유하고 상처를 이해하는 과정 속에서, 그들은 결국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간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이렇게 사랑과 우정을 통해 ‘나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재희 역을 맡은 김고은 배우는 인터뷰에서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 만큼 관객마다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대중문화가 해야 할 진정한 역할을 잘 보여준다.


“청춘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고 강요하기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위로와 공감이다. 이 영화는 관객에게 자기 경험을 비춰보고, 각자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공간을 선물한다.


“치열하게 버텨왔던 그때 모든 순간이 깨진 유리조각 같았는데, 이제 보니 반짝임이었구나.”

영화 관람평 가운데 특히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은 문장이었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과 사회의 압박 속에서 상처와 아픔을 겪으며 버틴다. 하지만 그 순간들이 결국은 반짝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중문화가 이러한 경험을 솔직히 담아낼 때, 우리는 고통조차도 성장의 밑거름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앞으로도 ‘나다움’을 찾도록 도와주는 작품이 더 많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그 누구도 “괜찮아”라고 말해주지 않는 사회 속에서, “나는 나여서 괜찮다”는 위로를 건네는 대중문화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안식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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