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태어날 때 얘기해 줘!”
차를 타고 이동 시에 우리는 아이들과 조잘대며 지루할 틈이 없는 가족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초롱이와 초콩이 그리고 나는 쉴 새 없이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내가 초롱이와 초콩이가 태어날 때를 실감 나게 이야기가 가장 인기가 많다.
초롱이가 태어나기 1주일 전까지 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출산 예정일 일주일 전까지 회사를 다녔기 때문일지 초롱이는 뱃속에서 작은 아기였다. 선생님께서는 예정일 전까지 매일 단백질을 많이 먹으라고 하셨고, 태어났을 때 아이가 작으면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예정일 전날, 초파와 나는 집 앞 식당에서 너무 맛있게 고기를 먹었다. 너무 맛있게 먹는 내 모습을 보고, 초파는 내일 또 먹으러 오자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은 결국 둘이 아니라 셋이서 먹으러 오게 되었다.
갑자기 맛있는 고기를 많이 먹은 탓인지,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배가 콕콕 쑤시는 것처럼 아프다가 차츰 아랫배가 싸한 느낌으로 아프기 시작했다. 새벽 2시경까지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졌다.
“아, 때가 오고 있구나!”
부랴부랴 휴대폰을 꺼내어 진통 주기를 체크해 보기 시작했다. 규칙적인 것 같으면서도 불규칙적인 진통 횟수는 새벽이 밝아오면서부터 규칙적으로 바뀌었고 진통 횟수도 더 빨라졌다.
“초파, 나 배가 너무 아픈데, 병원에 가야 할 것 같아.”
“아암~ 어제 고기를 많이 먹어서 그래, 얼렁 자..”
초파의 말은 이미 내 귓가에 들리지 않았다.
바로 그때, 초롱이가 세상에 나올 준비를 시작했다.
다행히 일요일 아침이라 가까운데 살고 있던 동생이 병원으로 데려다주었고, 병원에서는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며 무통주사조차 놔주지 않았다. 나는 처음 겪어보는 고통에 누구라도 붙들고 무통주사를 놔 달라고 졸라 댔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서 무통주사를 맞자 나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평안해졌다.
무통주사의 효과가 좋은 덕분일까 나는 초롱이를 낳을 때 힘든 것 없이 한 번에, 그리고 빨리 낳았다. 엄마와 동생은 이른 점심을 미리 먹고 온다며 나간 사이에 나는 초롱이를 낳았다. 무통주사 때문인지 힘을 주어도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간호사 선생님은 내 위에서 내 배를 밀어내듯이 눌러 내렸다. 그렇기를 몇 번이나 반복한 후, 초롱이가 태어났다.
“벌써 초롱이를 낳은 거야? 너무 축하하고 대견해”
그렇게 나는 얼결에 엄마가 되었다.
나는 늘 엄마를 이해하고 제일 친한 친구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나는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엄마를 서운하게 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엄마가 되어서야 엄마의 소중함을 마음으로 깨닫는 순간이었다.
2016년 12월 24일, 초롱이가 만 4살이 되기 전 크리스마스이브날 아침, 엄마는 영화처럼 하늘나라로 가셨다. 내가 엄마에게 더 해주고 싶었던 것들이, 함께 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는데 이렇게 저렇게 미루다가 결국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엄마는 초롱이가 태어나고 행복하게 사는 것 만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하셨지만, 나는 공감할 수 없다. 함께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미루지 말고 오늘 바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번에 엄마랑 같이 와야지, 했던 일들은 결국 오지 않은 채 오늘을 보냈고, 그 오늘은 앞으로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지금 하는 후회를 5년 전 오늘을 사는 나, 10년 전 오늘을 사는 나에게 알려 줄 수 있다면, 지금의 내가 덜 마음 아플 수 있을까? 아마도 또 다른 후회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래서 매일 빛나는 하루를 보내고 싶다.
먼 나중의 내가 오늘을 기억해도 웃음이 가득하도록..
“엄마, 또 얘기해 줘! 이번엔 초콩이 태어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