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 자? 얼른 와서 좀 쉬시오!
초롱이는 선생님들이 돌보실 테니 잠시 눈 붙이고 쉬어, 이제 곧 집에 가면 쉬지도 못하잖아!”
“아니, 저 울음소리는 초롱이 같아, 곧 전화가 올 것 같아…”
출산일 직전까지 회사일을 해서 그런 탓일까, 초롱이는 2.71Kg으로 태어나서 가까스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가는 것을 피했다. 조리원에서는 제일 작은 아기였지만 목소리 하나만큼은 함께 모인 아기들 중에서 제일 컸던 초롱이는 신생아실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내 방에서도 초롱이가 우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리원에서는 집에 갈 때가 다 되어가자 초롱이가 울면 나에게 전화를 주는 건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집에 돌아가면 당황할 엄마에 대한 연습이었을 것 같다. 그렇게 수시로 나는 신생아실로 불려 갔었고, 모든 아기들이 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드디어, 초롱이와 함께 세 명이 된 가족이 집으로 돌아온 날, 늦깎이 엄마와 아빠는 작은 아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 조리원에서 배운 대로 아기를 침대에 눕히고 오래오래 자 주기만을 바랬다. 그때까지만 해도 초롱이가 그렇게 예민하고 섬세한 아기란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작게 태어나서 크게 키우면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그저 작게 태어난 아기 엄마들에 대한 위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초롱이는 너무 작았고 예민했다. 모든 아기들이 그렇듯이 먹고, 트림하고, 자는 한 사이클이 적어도 2시간 정도는 되어야 엄마인 나도 잠시 쉴 틈이 있었을 텐데, 초롱이는 짧아도 너무 짧았다. 아기가 작다 보니 일단 먹는 시간도 너무 짧고, 트림을 시키고 겨우 재웠다고 생각하면 40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동일한 사이클이 반복되었다. 그렇게 나의 좀비 같은 생활이 시작되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알 수 있는 것은 사치였고, 사실 나는 지금이 오전인지 오후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시간을 볼 짬도 낼 수 없을 정도로 몸도 마음의 여유도 었었던 것 같다. 초파가 출근하고 엄마가 오면 아침이었고, 엄마가 집으로 가고 나면 초파가 퇴근해서 오기까지의 2시간이 마치 24시간같이 느껴지던 시간들이었다. 때로는 엄마가 자고 갔으면 했지만, 엄마도 몸이 약했기에 절대 무리하면 안 되었기에 엄마가 낮 시간에 와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분명히 수유도 했고, 기저귀도 갈아주었는데 미친 듯이 울어대는 초롱이를 보면서 발만 동동 구르는 우리는 육아 선배인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10분 거리에 살고 있었던 동생은 마트에서 쪽쪽이를 사서 가져다주었고, 초파와 나는 또 한 번의 신세계를 경험한 것 같았다.
“자, 그럼 이제 낮잠은 2시간을 목표로 자 볼까?”
사실, 쪽쪽이가 초롱이의 잠 시간을 조금 늘려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낮잠 2시간은 정말 큰 희망사항이었고, 내 바람과 달리 초롱이는 여전히 1시간을 넘게 낮잠을 자지 않았다. 초롱이를 재우려고 나는 공원으로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게도 해 주었고, 유모차에서 잠든 초롱이를 옮기면 다시 깰 것 만 같은 초롱이를 그대로 두고 현관 창문만 살짝 열어서 바람을 느끼게 한 적도 있었다.
초롱이는 100일이 지나면서 아주 조금 기적을 보여주긴 했지만, 여전히 초초초초 예민한 아기였기에 바닥에 눕혀 놓기만 하면 바로 울면서 깨는 아기였다. 초파와 나는 초롱이가 돌이 될 때까지는 둘이 함께 밥을 먹은 적이 없었다. 항상 밥은 한 그릇에 말아서 5분 컷으로 먹어야 했다. 그리고 초롱이가 아주 깊은 잠에 들 때까지 바운서를 흔들거나 안고 자는 것이 그나마 나도 잠을 잘 수 있는 방법이었다.
그 당시 초롱이의 조리원 동기들 중에는 초롱이와 아주 비슷한 여자아이들이 2명 더 있었고, 그렇게 우리 3명은 이렇게 끈끈하고 힘든 시절을 함께 보낸 최고의 동지였다. 새벽 3시 30분, 초롱이를 재우면서 힘든 마음에 톡을 해 본 적이 있다.
“다들 자?”
이 단어에 1분이 채 안 걸려서 톡이 온다.
“언니, 이 시간에 당연히 안 자지!”
“언니, 나 지금 막 다시 눕혔어! 우리 아기들은 왜 통잠을 안 자지?”
초롱이의 힘든 육아를 버틸 수 있게 해 준 건 아무래도, 그 시절의 공감과 힘듦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동기들이 있어서, 지금 이렇게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초롱이는 본격적으로 어린이집에서 활동량이 많아지는 3살이 지나면서도, 밤잠을 자는데 최소 1시간 이상 걸렸다. 이때에 수많은 방법으로 초롱이를 빨리 재우려고 노력해 봤지만, 모든 방법은 다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초롱이를 재운다기보다 내가 함께 잔다는 생각으로 누워이었더니, 초롱이가 먼저 잠이 들었다. 다만, 나도 함께 잠들어서 초롱이가 잠든 후에 해야 할 일들을 하지 못 가긴 했지만, 나 역시 회사에서의 피곤함, 퇴근 후의 육아의 피곤함에 지쳐 아침까지 잠 속으로 빠져들곤 했다.
이렇게 잠 때문에 초파와 나를 힘들게 했던 초롱이는 5살 유치원에 입학하면서부터 눕자마자 5분 안에 잠들어 버리는 새로운 잠습관에 환호성을 질렀다.
“초롱이 자? 이제 얼른 나와서 좀 쉬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