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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은 눈썰매지!

배 부장의 육아일기

by 초마

"엄마! 밖에 눈이 엄청나게 와!!"


아이들에게 미리 일요일에 서울랜드 눈썰매장에 가겠다고 이야기를 해 두었다.

예전에는 주말 일정을 미리 말해두지 않고 그냥 아침에 눈 떠서 출발했는데, 아이들이 크면서 동기부여를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주말 일정을 살짝 오픈하고 있는 중이다.


"초롱이 너 숙제 다 안 하면 주말에 눈썰매장은 안 갈 거야!"

"초콩이 이렇게 말 안 들으면, 눈썰매장은 그냥 안 가!!!"


가끔은 아이들의 협박용으로도 유용하게 먹힐 때가 있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미리 계획을 알려주니 기대감이 상승하여 미리미리 공부를 해 두거나, 숙제를 미리 끝내야 한다는 것을 아니까 좋기도 하다.


"너희 내일 눈썰매장 갈 거니까, 오늘 숙제 다 해놔야 하는 거 알지?"


이렇게 토요일에 초롱이는 주말숙제를 미리 다 해두고 기대감 가득 차서 일어난 아침이었다.






눈썰매장 가려고 아이들 패딩바지와 두꺼운 양말, 그리고 얇은 옷들을 여러 겹 입혀야 하니 챙기던 중이었다.

초롱이의 말에 나의 눈은 베란다 밖으로 향했고, 창문밖으로는 올 겨울 첫눈처럼 폭설 같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눈이 많이 오니, 혹시 몰라 아이들의 여벌옷과 모자, 장갑등을 챙겨서 일단 밖으로 나섰다.


"오늘 우리 날 제대로 잡았는걸?"


초파의 말에 설레기도 했지만, 나는 서울랜드까지 가는 길이 걱정이 되었다.

지난 폭설의 경험이 있다 보니, 우리가 갈 서울랜드의 꼬불꼬불 길이 혹시나 빙판길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 집에 있던 체인까지 꼼꼼히 챙겨서 출발했다.


우리가 출발하고 얼마 안 지나 눈은 그치기 시작했고, 큰 도로에 나서자 눈은 멈추었다. 그리고 큰 도로와 고속도로는 눈이 이미 다 녹아있어서 가는 동안 길이 불편하지 않았다. 내가 걱정했던 서울랜드 후문주차장으로 가는 길도 길에 열선이 깔려 있는 것인지 길에 눈과 얼음은 찾아볼 수 없어서 다행이었다.


드디어 서울랜드 후문 주차장에 도착했고, 다시 눈은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서울랜드를 이제까지 수십 번을 왔지만, 이 날처럼 주차장이 비어 있던 적은 없었다.

게다가 일요일이었는데 말이다.


아마도 폭설의 영향이었는지 주차장은 거의 비어 있었고, 우리는 안내요원의 지시에 따라서 후문에 가까운 곳으로 주차를 하고 입구로 달려갔다.






"아니!! 오늘 뭐지?"


나는 내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믿지 못했다.

사람이 많아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번 타고 내려오는 눈썰매장을 기억했기에, 당연히 아침 일찍으로 서둘렀던 우리였다. 그런데 내 눈앞에는 엄청나게 긴 120M의 길이의 눈썰매장은 거의 비어있었다.


우선, 나는 아이들이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영상을 찍고 그다음에 함께 눈썰매를 즐기기로 했다.

사실 같이 눈썰매를 타면서 사진을 찍은 것은 불가능했기에, 먼저 아이들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담고 나서 실컷 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작년만 해도 초롱이는 무섭다고 혼자 못 타겠다고 해서 슬쩍슬쩍 초콩이 와 내가 타는 유아슬로프를 탔었다. 그런데 일 년 사이에 초롱이는 무서움이란 사라지고 너무나 재미있게 눈썰매를 즐기는 것이 표정에서 온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이제 막 120CM를 넘어서 아슬아슬하게 일반스로프를 탈 수 있게 된 초콩이었다.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그 높은 경사 위에서도 신이 나게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확실히 남자아이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한두 번 찍고 나니, 이제는 함께 타면서 즐겨야지! 하는 생각에 썰매 하나를 끌고 눈썰매를 타려고 올라갔다. 그런데 내려올 때는 길어서 재미있던 눈썰매인데, 처음엔 신이 난 기분에 그다지 힘들지 않았는데 두 번째 올라가려니 갑자기 급경사를 만난 듯 올라가는 경사가 심해서 힘이 들었다.



그래도 아이들 앞에서 내색하지 않고, 애써, 괜찮은 척 올라갔다.


사실 힘들게 올라오더라도 눈썰매를 타기 시작하면 올라올 때의 힘듬은 한순간에 잊어버릴 정도의 짜릿함에 나도 모르게 한번 더를 외쳤던 것 같다.


게다가 우리가 온 이 날은, 눈이 많이 온다는 예보 때문인지 점심이 다 될 때까지 올라오는 길을 기다리는 법 없이 썰매를 끌고 올라오기만 하면 바로 내려올 수 있었기에 연속으로 10번은 탄 것 같다.


눈이 많이 오고 바람이 불면 추울 것 같아서 얇은 옷을 어려 겹 입은 탓에 전혀 춥지는 않았고, 썰매를 끌고 올라오는 것이 나름의 운동이 되었는지 우리 모두의 얼굴은 땀이 나기 시작했고 가장 어렸던 초콩이의 말 한마디에 우리는 눈썰매장을 잠시 떠났다.



"엄마, 나 이제 놀이기구 타고 싶어! 너무 힘들어!"


사실, 나도 힘들긴 힘들었다. 하지만 눈썰매를 더 타고 싶어 하는 아이들에게 먼저 그만 타자고 할 수 없어서 연속동작으로 내려오면 바로 썰매를 끌고 다시 올라가는 것을 반복했던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눈썰매장을 잠시 떠나고 놀이기구 타는 곳으로 이동했다.






여기서부터는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기본 1,2시간은 기다려야 한 번을 탈 수 있는 놀이기구들이 눈이 와서 그런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하다못해 범퍼카는 연속으로 2번을 탈 때까지 아무도 오지 않았고, 총 쏘는 것도 우리만의 놀이기구였다. 항상 기다리는 줄을 보고 포기했던 라바조차 기다림 없이 두 번이나 타는 행운을 누렸던 하루였다.



오로지 서울랜드에는 우리와 쌓인 눈을 치우는 직원과 아르바이트생들만이 있던 것 같았다.


점심 이후 눈도 그치고 사람들이 모이자 우리는 다시 눈썰매장으로 가서 한두 번만 더 타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사실 토요일이었다면 눈도 그쳤고 날이 춥지 않았기에 더 오래 놀다가 레이저쇼까지 보고 오고 싶었지만, 일요일은 아무래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온 눈썰매장은 아까보다는 사람이 많긴 했지만, 여전히 기다림 없이 썰매를 끌고 올라가면 바로 타고 내려올 수 있었고, 우리는 또다시 3,4번 연속으로 눈썰매를 타고나서야 이제 집으로 가자! 를 외쳤다.


이 날, 초파와 나의 워치에서 걸음수를 알려주는 앱에서는 만 오천보 이상을 알리는 알람을 울렸고, 아이들은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자마자 10분도 안되어 잠에 빠져들었다.



초콩이의 방학은 끝이 나고 초롱이의 방학이 시작되는 일요일!

우리의 2025년 1월 첫 주말은 이렇게 성공적인 눈썰매장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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