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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4000일 파티

배부장의 육아일기

by 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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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초롱이 4000일인데 파티할까?"


남편의 톡에 너무 바쁜 하루 중에 초롱이의 4000일을 잊고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지난 주말, 서울랜드에서 실컷 눈썰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초초남매가 잠든 차 안에서 남편이 곧 있으면 초롱이의 4000일이 되니 오랜만에 축하파티를 하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었다.


사실 우리는 아주 사소한 건이라도 축하할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작은 케이크를 하나 사서 파티를 했다.


초롱이의 100일, 200일, 300일 그리고 500일이 지나고, 1000일 2000일 이렇게 말이다.

아주 가끔 그냥 지나가버린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는 아쉬움에 가까운 비슷한 날짜로 축하파티를 하곤 했다.

예를 들면, 1004일이나 3003일 같은 날처럼 깜박하고 3000일을 놓치고 나서는 아쉬우니 3003일에 나름의 우리만의 파티를 하곤 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기념일이라는 것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안 하고 지나가도 그만이지만, 왠지 그날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싶은 날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년 돌아오는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그리고 엄마의 기일은 바뀌지 않는 지정된 날이기에 잊지 않고 챙기게 된다. 하지만, 날짜계산을 하는 기념일들은 미리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 그냥 잊어버리고 지나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남편과 나는 언제부터인지 서로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둘 중에 한 명이라도 잊지 않고 챙기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요즘 부쩍 고민도 많아지고, 이제까지의 어리기만 했던 초롱이가 조금씩 생각이 커지는 것이 느껴지기에 나는 초롱이의 4000일 기념일 파티를 꼭 함께 즐기고 싶었다.


"엄마, 엄마에게 할 말 있어!"

"엄마 그런데 내가, 지금은 안 그러는데, 예전에 3학년 때 말이야.... 어쩌고 어쩌고..."


"엄마, 오늘 학원에서 선생님이 질문하는데 내가 엉뚱한 대답을 했어. 히히"


이런 사소한 이야기를 매일 해주는 초롱이가 귀엽기도 하고, 점점 엄마바라기였던 나를 닮아가는 것 같기도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초롱이는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이 들면, 자기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너무나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초롱이에게 슬쩍 말해주었다.


"초롱아, 엄마도 초롱이만 할 때 그랬던 것 같아. 그런데 10살의 엄마도 그때는 엄청 심각하게 고민을 했던 것 같은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무슨 고민을 했는지 전혀 생각이 안 나.. 아마, 엄마도 지금 초롱이가 엄마에게 다 이야기하는 것처럼 외할머니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 했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고민도 말하다가 해결되기도 하고, 외할머니랑 같이 고민도 하고 하면서 나쁜 생각이 들어도 다 잊어버리게 된 것 같아."


"엄마도 그럼 무서운 생각이나 나쁜 생각이 들 때가 있었던 거야?"


"그럼! 엄마도 초롱이만 할 때 상상력이 많아서 그런지, 무서운 생각도 많이 들고, 그러면 무서워서 밤에 외할머니 손잡고 자고 그랬지!"


그 이후로 초롱이는 더더욱 나에게 하는 말이 많아졌지만, 나는 전혀 초롱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싫지 않다.


"엄마, 엄마! 나 이거 다 했는데 조금만 책 보면서 쉬면 안 돼?"

"엄마, 나 오늘은 이거 먹고 싶은데, 우리 저녁으로 먹으면 안 돼?"

"엄마, 나 그리고 학원에서 어쩌고저쩌고!!"

"엄마, 나 오늘 학원에서 친구랑 어쩌고저쩌고!"


남편은 이제 엄마를 그만 부르라고 하지만, 사실 나는 초롱이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즐기는 중이다.


방학이 시작되고 초롱이가 나를 부르는 횟수는 훨씬 많아졌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엄마를 부르면서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꼬마숙녀 초롱이가 벌써 태어난 지 4000일이라니! 사실 믿어지지 않는다.


초롱이가 태어난 순간이 아직도 눈에 생생하고, 병원에서 엄마가 초롱이를 안고 좋아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3Kg도 안되었던 작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초롱이는 반짝이는 눈을 가진 호기심 많은 꼬마숙녀가 되어가고 있다.


초롱아, 엄마와 이제부터 앞으로의 4000일도 잘 지내보자!


언제나 너무나 사랑해! 엄마의 가장 소중한 보물! 이초롱,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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