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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만 베트남 안 가봤다고!

배부장의 육아일기

by 초마


"엄마, 우리는 베트남이랑 일본 언제가? 친구들은 모두 다녀왔는데 나만 베트남 못 가봤다고! 그리고 해외여행 안 간 사람은 우리 반에서 나밖에 없어!!"


"무슨 소리야, 초롱이 너 일본 가봤지! 4살에 오키나와에 이모랑 언니들이랑 다녀왔었잖아!!"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난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그래, 그럼 엄마 사진첩에서 사진 보여줄게, 이리 와봐...

봐봐, 여기 오키나와 다녀온 것 사진들... 초롱이 4살인데 우리 스킨스쿠버도 하고, 엄청나게 큰 고래도 수족관에서 보고, 코끼리도 보고, 파인애플 견학도 하고, 또...."


"아니 엄마 됐어! 나 아기 때 다녀온 것 말고, 지금 가보고 싶다고!!"







얼마 전 기사에서 초등학교에서의 '개근거지'라는 말을 듣고 놀란적이 있다. 개근거지란 말은 학기 중에 체험학습을 신청하지 않고 학교를 개근하는 아이들을 말한다. 체험학습을 한다고 선생님께 신청서를 내고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가지 않는 아이들이 왜 그런 엄청난 말을 들어야 하는지 놀랐고, 아직 어리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이 이런 무서운 생각을 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다행히 초롱이가 다니는 학교는 개근거지란 말은 하지 않는 듯 하지만, 아직 초롱이가 4학년이라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방학 전, 개학 후가 되면 초롱이가 학교에서 하교하자마자 전화해서 조르곤 한다.



"엄마, 우리는 언제 해외여행 갈 거야?"



사실,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나니 다시금 일정을 잡고 떠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을 알지만, 여행일정에 계획적인 초파는 몇 박의 일정으로 떠날 것인지, 어디로 가야 아이들이 더 좋아할 것인지, 휴양지로 갈 것인지 아니면 여행지로 갈 것인지, 휴양지라면 어느 휴양지로 갈 것인지, 그 나라의 보안은 어떠한지, 숙박과 식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근처에 돌아볼 여행지 코스는 있는지, 어떤 액티비티를 해야 아이들이 좋아할 것인지 등등을 알아보는 것은 물론, 이 모든 것을 만족하면서 가성비 최고의 가격을 만족할 만한 여행지를 찾으려고 하니 결론은 하나였다.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 좀 더 나중에 제대로 떠나자!'


초파는 어차피 늦어진 것, 아이들이 모두 만족할 일정을 계획해서 떠나자고 하는 생각이 아주 강해서 우리의 해외여행일정은 매 방학때마다 미뤄지고 있었다.


반면, 나는 엄청나게 오랜 일정인 14박 정도의 유렵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아닌데, 2박 3일의 일정으로 가볍게 일본의 오사카나 작은 소도시, 혹은 대만을 다녀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초파는 몇 년 전 회사에서 양산 검증 등을 위하여 중국으로 출장을 오랜 기간 다녀온 적이 있었다. 심천으로 출장을 꽤 오랜 기간 자주 다녔기에, 같이 출장 간 일행과 함께 저녁이나 주말에는 홍콩과 다른 곳을 다녀오기도 했기에 아직 홍콩에 가 보지 못했던 우리들의 로망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거기는 가봤자 별 볼일 없어! 서울이 훨씬 좋아!!"


이렇게 말하면서 홍콩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면, 초롱이와 나에게는 그것은 자랑같이 느껴졌다.


"엄마, 나도 여기 가보고 싶어!"

"초롱아, 엄마도 한 번도 안 가봤어! 가보고 싶다!!"






매 순간 여행을 할 기회는 있었지만, 이것만 하고, 저것만 하고 혹은 이때만 지나고 가자 등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나니 어느새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었다.


속초 바다가 제일 좋았던 초롱이는 어느새 모래놀이와 파도를 타면서 놀고 채집놀이를 즐기는 것보다는, 모래가 붙지 않는 깨끗한 워터파크를 좋아하는 사춘기 소녀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가 초롱이가 속초만을 제일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마도 속초라는 상자에 초롱이를 넣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한다.



"이제, 속초 말고 다른 곳에 가고 싶어!"


라고 말하는 초롱이를 위해서 이번 겨울방학에는 짧지만 너무나 재미있을 일본여행을 기획해 보기로 했다.


우선 일본 여행이 처음이니, 초롱이와 초콩이가 제일 좋아할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있는 오사카가 우리의 첫 여행지가 되겠지?



"초롱아, 기다려! 우리 2월에 일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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