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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조금만 누워있으면 안 돼?

배부장의 육아일기

by 초마 Jan 11.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엄마! 아침 다 먹었으니, 나 조금만 방에 누워 있고 싶어!"







초롱이가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생전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데,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더니, 제일 좋아하는 누룽지도 겨우 먹고 나더니 방에서 잠시 누워 있겠다고 한다.

뭔가 컨디션 난조가 얼굴에서도 느껴져서 그러면 1시간 정도 잠을 자고 아침 숙제를 하고 점심을 먹은 후에 학원에 가라고 말을 했다.


그렇게 초롱이를 빼고 우리는 회사와 유치원으로 향했다.


한 시간가량이 지난 후에 초롱이는 전화가 와서 이제 괜찮은 것 같으니 거실에서 숙제를 한다고 했다.


초롱이의 방은 커튼이 없어서 그런지 창문에서 들어오는 외풍이 있었다. 매번 암막 커튼을 달아줘야지 하다가도, 이상하게도 어려운 일이 아닌데 하지 않게 되었다. 이전에 어머님께서 방학에 오실 때에는 아침에 햇살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고자 롤스크린블라인드를 해 두었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면서 커튼의 필요성은 잊어버렸는데, 얼마 전 롤스크린블라인드가 고장 나서 떼 버리고 나서는 다시 커튼을 달지 않은 터였다.


사실 내가 앉아서 책도 읽고 회사 업무도 하는 거실의 책상 앞에도 커튼이 없어서 외풍이 제법 들어오기에 초파와 이번 겨울에는 꼭 커튼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퇴근 후 집에 와서는 길이를 재고 쇼핑 사이트에서 적당한 커튼을 고르는 것조차 내일 해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었다.






요 며칠 기온이 너무나 떨어지고, 초롱이는 방학중이라 걸어서 학원에 다녀오곤 하는데, 아무래도 그때 춥기도 하고 워낙 독감이 유행인지라 학원 친구들에게 옮아온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초롱이에게 나는 또 후회할 행동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아침에 자고 일어난 것도 컨디션이 별로라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애써 모른척하면서


'어제 늦게 잤으니 당연히 졸리겠지!'라고 나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문제는 그리고 초롱이가 숙제를 다 했다, 이제 좀 책 보고 싶다고 했지만 나는 회사일에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라 초롱이에게 딱딱한 목소리로 해야 할 숙제를 하나씩 하나씩 더 만들었고, 점심은 언제 먹고 학원에 갈 것인지 다그치기만 했다.


"엄마, 나 점심은 12시에 딱 먹을 거야!"



12시가 되었고, 초롱이는 두 번째로 보온도시락을 먹는 날이기에 잘 먹는지 신경이 쓰였다.


거실에 둔 홈 CCTV로 초롱이가 먹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나도 회사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있었다.

점심을 다 먹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초롱이가 전화가 와서 잘 먹는지 물었는데, 새벽에 초파와 함께 준비해 준 도시락에서 밥 다 먹고 먹으라고 준 오이와 토마토를 먼저 먹고 있다는 이야기에 갑자기 화가 났다.


"지금 몇 신데 아직까지 밥을 먹고 있으면 어떻게 해! 빨리 먹고 가!"


초롱이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는 채로 이렇게 말을 하고 끊었다.


회사에 돌아와서 바쁜 업무를 몇 가지 처리하고 급하게 외근을 나가다가 문득, 초롱이가 학원에 가는 현관문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났다.



"초롱아, 너 어디야?"


"엄마, 나 아직 점심 먹고 있는데?"


"뭐????? 무슨 점심 도시락을 1시간 30분 동안이나 먹어!!! 아직도 남았어????"


"응, 나 입맛이 없어서 밥은 다섯 숟가락 정도 남았고, 계란프라이는 반정도만 먹었어. 그리고 미역국은 못 먹었어....

그리고 미안해, 반찬으로 소시지는 안 먹었어. 입맛이 없어서 못 먹겠어....."



그때 나는 눈치를 챘었어야 했다.

미역국과 계란프라이 킬러였던 초롱이가 그렇게 남겼다는 것은 컨디션이 안 좋다는 것인데 최근 배 아프다는 것을 핑계로 또 배가 아파서 안 먹었겠지, 지레짐작으로 내 화를 초롱이에게 덮어버린 것이다.


"당장 준비하고 학원가!!!"


후다닥 준비하고 나서면서 전화를 건 초롱이에게 나는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고, 초롱이는 나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그런지 울면서 학원으로 걸어갔다.


낮 기온이 제법 추웠음을 알았지만, 그 순간 왜 그렇게 화가 났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통화를 하면서 아차 싶었고, 다시 초롱이에게 몇 가지 규칙들에 대해서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 주었고, 앞으로는 그러지 말자고 서로 이야기하며 초롱이는 학원으로 들어섰다.



초롱이가 영어학원에서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회사 미팅을 좀 빨리 마치고 가서 기다렸다.


초롱이의 영어학원 1층에 위치한 카페에서 초롱이가 제일 좋아하는 주스를 사서, 초롱이에게 건넸는데 초롱이는 나중에 먹겠다면서 먹지 않았고, 더 먹고 싶은 것이 있냐며 이것저것 권했지만 시큰둥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한마디 건넸다.


"엄마, 나 성복역 우리 가는 이비인후과 가고 싶어.."



"응, 엄마도 초롱이랑 병원 가려고 기다린 거야!! 우리 얼른 가자! 그리고 가기 전에 점심도 대충 먹었으니 요구르트랑 딸기칩 먹어!"



병원에 도착해서 감기라고 했더니 으레껏 열을 재더니 간호사 선생님께서 깜짝 놀라셨다.


"어머니 초롱이가 열이 제법 높은데요? 38.4 도인 데요?"


"네??? 아침에는 열이 전혀 없었는데요????"



그렇게 병원에서는 열이 높기에 독감 검사를 권유했고, 우리는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렸다.



다행히 초롱이는 독감은 아니었다. 선생님께서는 아직 초기일 수 있어서 독감을 안 나왔을 수 있다고 하셨고, 혹시 독감으로 가기 전에 잡아야 하니 약을 잘 처방해 주신다고 하셨다.


그렇게 약을 처방받고 초롱이가 먹을 죽을 포장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아침에 재 본 체온계로 다시 초롱이의 열을 쟀더니, 36도이다.

체온계가 고장 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체온계를 믿고 아침에 컨디션이 별로였다던 초롱이의 말을 귓등으로 들었던 것을 후회하며 내 생각만 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육아서를 매일 읽고 있지만, 또 아직도 한참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부모는 평가자가 아니라 관찰자입니다. 
부모는 비평가가 아니라 감상자입니다. 
부모는 해결사라 아니가 상담사입니다. 

(중략) 

아이를 그대로 바라보고 공감해주세요. 
아이를 그대로 인정하고 감탄해주세요. 
아이가 자기 자신을 긍정하도록 말이지요.

- 부모마음공부일력365 중 1월 10일 - 



바로 이 날 이렇게 읽고 필사를 하고서는 나는 또 내 생각만 했던 것을 반성해 본다.


하루동안 몸살과 열기운으로 힘들었던 초롱이에게 나는 혼내기만 하면서 울면서 학원에 가게 한 것도 너무나 마음이 아팠고, 초롱이가 컨디션이 안 좋은 것을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 이겨내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한 것도 너무나 속상하고 미안했다. 자꾸만 너는 이제 5학년이다. 그러면 스스로 다 해내야 한다라며 초롱이에게 힘들게 한 것 같아서 많이 미안한 하루였다.




"초롱아, 엄마가 더 많이 안아주고 항상 초롱이 말을 많이 들어줄게! 

오늘은 엄마가 정말 미안했어! 초롱이가 밥을 안 먹으니 속상해서 그런 것 같아.!

엄마가 이젠 초롱이 마음 잘 알아채볼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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