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장의 육아일기
"엄마, 지금 오디야?"
내가 초콩이보다 늦게 집에 도착하게 될 때, 나는 마음이 바쁘다.
초콩이가 태권도차에서 집에 도착하는 시간즈음부터 계속 집 안을 비추는 홈 CCTV를 틀어놓고선 대기해야 한다.
작년 여름, 초콩이의 유치원 여름방학에 하루가 비었다. 어머님에게 하루를 봐달라고 오시라고 하기에도 미안했고, 남편은 회사 일이 바빠서 휴가를 낼 수 없었다. 결국 내가 휴가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나는 오전에 중요한 미팅이 가산동에서 있었기에 오후반차를 내고, 초콩이에게 몇 번이나 당부를 하며 3시간만 TV를 보고 있으라고 용기를 주었다.
평소에 잠깐 혼자 있었던 연습을 했었고, 30분여 정도는 충분히 혼자서도 있었기에 도전해 볼 일이었지만 그날은 다시 생각해도 아찔할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초콩이는 내가 가산동에 가느라 CCTV를 보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밖으로 뛰쳐나갔고, 나는 가산동으로 가는 꽉 막힌 서부간선도로에서 "퇴실"이라는 알람을 휴대폰에 뜨자 당황해서 머릿속이 하얗게 된 순간이었다.
다행히 아파트 미화여사님 덕분에 나와 통화를 한 초콩이는 집으로 돌아왔고, 한 번의 탈출 아닌 탈출은 있었지만 나는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초콩이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사건 이후, 초콩이는 단 한순간도 혼자서 집에 있지 않으려고 했다.
사실, 슬슬 초등학교 준비를 하려면 여름부터는 혼자 집에 오는 방법, 혼자 집에 있기 등을 연습해야 하는데, 그 여름의 사건 이후로 모든 것이 리셋이 된 것 같았다.
일단 초콩이의 마음을 무섭지 않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생각을 했기에, 번거로워도 한동안 초콩이가 혼자 집으로 올라오는 요일엔 조금 일찍 집으로 돌아와서 태권도 차에서 내릴 때 꼭 기다리면서 마중을 나왔다.
다행히 일주일에 두 번은 누나인 초롱이와 함께 태권도에서 하원하기에 그날은 문제가 없었지만, 혼자서 하원하는 날이면 아침부터 걱정요정이 발동되었다.
"엄마, 오늘 빨리 올 거야?"
"엄마, 오늘 초콩이 기다리고 있는 거 맞지? 빨리 와야 해, 정말 꼭이야 꼭!!"
엄마가 없으면 불안하고 무서운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기에 나는 늘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대답을 해주었다.
"그럼 초콩아, 걱정하지 마! 엄마가 기다리고 있을게!"
그리고 실제로 나는 한여름의 그 여름방학 이후로부터 추운 겨울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집 앞에서 초콩 이를 기다리려고 했다.
회사에서 조금 늦는 날이면 태권도에서 초콩 이를 기다리라고 하고 태권도로 데리고 가기도 했는데 대부분은 집 앞에서 초콩이와 만나는 시간까지 최대한 빨리 오려고 노력했다.
가을바람이 시원하게 불기 시작한 날, 나는 작은 스티커북을 사서 부엌 찬장 벽에 붙였다.
초롱이의 손톱 안 뜯기, 오늘 공부 다하기, 편식 안 하기 등등과 초콩이의 혼자 올라오기, 오늘 공부 다하기, 찡찡거리지 않기등의 여러 개를 붙이긴 했지만 나의 목표는 단 하나, 초콩이 혼자 올라오기였다.
그 한 미션만 붙여 놓으면 마음이 신경 쓰여서 자꾸 숨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고쳤으면 하는 초콩이의 습관을 모조리 붙여놓으면서, 초롱이도 같이 붙여놓은 것이다.
효과는 사실 기대 이상이었다.
초롱이는 손톱을 뜯지 않았고, 아이들은 스티커 붙이는데 진심이 된 것이었다. 그래서 매일의 루틴처럼 그날 할 공부와 밥을 잘 먹거나 하면 나에게 사과 스티커를 붙여도 되냐고 물었다.
작은 한 장에 28개의 사과를 붙일 수 있었고, 나는 초콩이가 14개를 모으면 다이소 상품권 1,000원을 주겠다고 상금을 걸었다. 초콩이는 처음에는 혼자 올라오는 것을 겁내하다가 점차 멋지게 해내기 시작했다.
처음에 혼자 올라오기의 조건은 내가 책상 앞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정말 처음에 아무것도 못 할 때에 비하면 큰 발전이라 생각하고 나는 다음 단계로 이어갔다.
"초콩아, 이제는 집에 혼자 있기야!!!
이건 조금 더 어려운 거라서 한번 잘 하면 스티커 2개씩 붙여줄 수도 있어!!"
하지만, 초콩이에게 연습 할 겨를도 없이 일이 생겼다.
초롱이가 아파서 병원에 가던날, 초콩이는 집에 혼자 올라오게 되었고, 나는 병원에서 초롱이의 진료를 기다리며 CCTV를 보면서 대기하면서 마음을 졸였다.
"입실' 알람이 울리자마자 나는 큰 소리로 홈 CCTV의 마이크를 켜서 말했다.
"초콩아! 엄마야 엄마!!!"
사실 이건 초콩이가 예전처럼 또 탈출할까봐 무서웠기에 일단 큰소리로 초콩이를 불렀다.
"초콩아 불 켜!!"
하면서 소리를 질렀는데 멈칫 멈칫하는 발걸음과 울먹거리는 초콩이의 얼굴이 눈앞에 들어왔다.
"엄마, 어디야?"
"엄마, 지금 누나가 아파서 병원에 왔어. 그러니까 초콩이 TV 보면서 기다리고 있어! 엄마랑 누나가 금방 갈게!"
"응, 엄마 초콩이 계속 보고 있어야 해!!"
그리고 초콩이는 TV를 켜고 바로 앞에 앉아서 울먹이는 표정으로 TV를 보면서 나를 기다려 주었다.
이 날, 처음으로 도전한 혼자 집에 있기는 성공이었다.
초콩이의 진료는 검사 결과가 오래 걸려서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고, 초롱이의 저녁으로 죽까지 사서 집으로 가는 바람에 1시간 정도 걸렸는데, 그 시간 동안 초콩이는 정말 TV를 보면서 잘 기다려 주었다.
가끔, 혼자라는 것이 생각나면 울먹이는 표정으로 큰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엄마, 지금 어디야? 어디쯤 온 거야? 지금 오는 거 맞아? 주차장이야?"
그렇게 초콩이의 첫 집에 혼자 있기 도전은 성공으로 끝났고, 나는 너무 기특한 초콩이에게 스티커 2개를 주기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