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기집 층수도 헷갈리는 층간소음편지?

by 초마

"띠동띠동!"


"저 5층입니다!"


"저, 무슨 일로.....?"


3층의 문이 열리며 젊은 남편이 현관문 밖으로 나왔다.


"저, 이 편지를 읽고 왔어요. 층간 소음 때문에...."


"네? 편지요? 저희가 쓴게 아닌데요?"


순간 3층 남편분과 나의 눈이 마주치면서 동시에 당황함을 느꼈다.


"아마, 4층에서 쓴것 같은데요.. 아니 왜 우리집으로 이런 편지를..."


"그럼, 3층에서 저희집 문앞에 붙인 편지가 아니라는 말씀이신거죠?"


"네.. 맞아요. 사실 저희도 4층 때문에 너무나 스트레스 받아요.

툭하면 연락와서 시끄럽다고 하고, 너무 힘들어요. 아마 관리사무실에서도 심하게 민원을 넣어서 골치아플 거에요."


생각지도 못한 소리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사람들 너무 시끄러워요. 그래도 저희는 그냥 참고 있는데, 자꾸 연락하고 참 사람들이...

마음 고생 많으실것 같아요."


집으로 돌아온 나는 당황스러움에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전했다.



"초파, 이 편지 3층에서 쓴게 아니래. 아마도 4층 사람들이 쓴 거라는데?"






보통과 다를 바 없는 일요일 오후, 우리는 저녁은 외식으로 양꼬치를 먹으려고 기분좋은 발걸음으로 현관문을 나섰다.


"어? 엄마 이게 뭐야?"


우리집 대문 옆 현관 벽에 편지가 붙어 있었고, 그 편지는 깨알같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안녕하세요.

3층에 거주하는 부부입니다.

이렇게 메모를 남기기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이렇게 시작하는 장문의 메모는 A5 용지의 노트 두장을 꽉 채운 편지였다.

주 내용은 우리집의 층간소음이 너무 심해서 스트레가 심하다는 내용이었다.


기분좋게 밥을 먹으러 나가려는 나와 초파는 일단 마음 한편이 불편해졌다.


4층 사람들이 이사를 온 것은 23년 가을쯤이었던 것 같다. 초콩이와 동갑인 남자 아이가 살던 4층집이 이사를 갔는지 엘레베이터에는 4층의 인테리어로 2달간 공사를 하니 양애를 바란다는 협조문이 붙어 있었다.


보통 인테리어 공사는 3주 정도면 끝이 나곤 했던 것 같은데, 2달이나 공사를 하는 것 보아 아마도 젊은 신혼부부가 아닐까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2달여동안 적지 않은 소음에 우리 역시 불편했지만, 따로 말하기도 그렇고 해서 이해하고 넘어갔다.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우리가 층간소음으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여름이면 물놀이를 개장해서 우리는 가끔 시간이 나는 주말에는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곤 했었다. 그날은 늦은 여름의 늦은 오후였다. 아이들과 놀다가 들어온 우리는 아이들이 젖은 옷에 감기 걸릴까 빨리 욕실로 들어가라고 했고, 아이들은 집에와서도 물놀이장에서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그 때였다.


"띠리띠리 띠리리리리~"


난데없는 인터폰 소리에 당황했고, 인터폰 수화기에서는 경비아저씨께서, 아이들이 혹시 뛰냐면서 주의를 부탁 하셨다.


'뭐지? 이 쎄한 기분은?'


우리가 아랫집에 그렇게 울릴 정도로 쿵쿵 뛴 것은 아닌 것 같았는데, 처음에는 다소 예민한 사람들이 이사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앞으로는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를 계기로 인터폰은 수시로 울리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조금만 다다다다 뛰어가면 인터폰이 울렸고, 그렇게 한두번을 반복하다보니 남편과 나의 신경도 곤두서게되었다.

조금만 아이들이 집에서 뛰어도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걸어다니라고 짜증섞인 목소리가 늘었다.


계속되는 인터폰소리에 나도 남편도 너무 신경이 예민해진 터였는데, 어느 날 밤 남편과 TV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인터폰이 울렸다.


"저, 밤에 노래를 부르는....."


"아저씨, 또 4층이에요? 지금 누가 노래를 부른다고 그러는 거에요? 밤 12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아 네,, 죄송합니다.... "


이런 식으로 툭하면 인터폰이 울렸고, 나는 초콩이의 친구들 엄마모임에서 층간소음을 토로했다.


"언니, 경비실에 연락해서 앞으로 이 전화 받지 않는다고 말해요. 그거 불법이에요.

그리고 아래층 사람들은 증거 준비해서 민사소송 하라고 해요. 절대 못해! 그 사람들 정말 너무하네.."


나는 인터폰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초콩이 친구 엄마의 조언대로 더 이상 우리집에 연락 안오게 하라고, 이런 인터폰 안받겠다고 했다.


사실 이 이후로 연락이 오지 않아서 관리실과 경비아저씨는 모르겠지만, 내 마음은 편했다.



어느날 남편과 TV를 보는데 인터폰이 또다시 울렸다.


"저 4층인데요! 너무 하시는거 아니에요? 지금 12시가 넘었는데 망치질은 좀 너무 하네요!"


"망치질이요? 저희 지금 TV 보고 있는데 무슨 소리에요?

그리고 다짜고짜 연락해서 너무 하시는거 아니에요? 저희는 아이들 때문에 홈 CCTV로 증거드릴까요?"


그렇게 불쾌한 싸움은 다시 시작되나 싶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 망치질 같은 소리는 우리집에서 나는 소리도 아니었고, 우리도 윗층에서 소음이 들렸다.

그러자 4층 사람들은 우리에게 미안하다며 인터폰을 끊었다.



그 이후, 정말 한동안 잠잠하다 싶었지만, 우리는 늘 아이들의 발걸음을 조심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말도 안되는 층간소음을 호소하는 편지를 받은 것이다.


저녁을 먹고 온 후 마음이 불편한 나는 3층으로 내려가서 우리가 낸 소음이 아닌 것들에 대해선 해명이라도 해야겠다 싶은 마음에 몇번 엘레베이터에서 얼굴을 마주쳤던 3층 부부를 생각하면서 내려갔다가 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자기네 집 층수를 헷갈릴 수 있나?'


'아니면 숨기려고 한건가?'


참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결론은 참 어이없고 대책없는 사람들이란 것이다.


초등학교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로 이사를 와서는 한다는 말이,

시골의 조용하고 한적함이 좋아서 이 아파트 단지를 선택했다고 한다.

우리 아파트 단지 중에서 우리 동은 바로 옆 초등학교에 가기 좋고, 학원 버스를 타기 좋아서 유독 아이들이 많이 사는 동이다. 그런데 고요함과 조용함이 좋아서 이 동네를 선택했다는 말은 도무지 나에게 와 닿지 않았다.


집을 보러 왔다면 학교에서 나는 방송등의 소음,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소리를 모를리가 없었을텐데 말이다.


3층 남편분은 그냥 무시하라고 했지만, 내일은 관리사무소에 연락을 해서 나도 정식으로 민원을 넣어볼 생각이다.

물론 아이들이 있어서 층간소음의 싸움에서 약자가 될 수 있겠지만, 우리가 그렇게 아랫집에 피해를 줄 정도로 쿵쾅거리는 소리, 질질끄는 소리를 포함해서그런 소리를 낸 적이 없으니, 나도 참고 싶어지지 않아졌다.


우선 편지 내용을 토대로 4층 사람들의 입주일을 확인 해 볼 수 있는지 체크해 보고, 4층이 쓴 편지가 맞는지, 그렇다면 왜 3층이라고 거짓말을 한건지... 물어보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배똘은 속이 밴댕이 소갈딱지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