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장의 육아일기
"안녕하세요 어머니! 어제 초롱이가 완성한 사슴작품이 멋져서 보내드립니다!"
사실 늘 망설이고 있었다. 초롱이가 고학년이 되면서 가장 먼저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바로 미술학원이다.
피아노는 지금 끊기에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 중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계속 배우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다른 공부 학원의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미술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초롱이가 1학년 입학하면서부터 피아노와 미술을 함께 배울 수 있는 학원에 다니고 있으니 벌써 만 4년이 다 되어간다. 사실 초롱이는 학교 입학하면서 신청했던 돌봄 교실에서 떨어지면서 혼자 집에 있을 수 없어서 학원뺑뺑이를 시작하면서 영어와 태권도, 그리고 피아노와 미술학원을 다녔었다.
영어학원을 빼면 피아노와 미술은 같은 학원이었고, 같은 층에 있는 태권도를 다녔으니, 아직 어린 초롱이가 학원 버스를 타면서 어려워할 동선도 최대한 줄이려고 5년 전 이맘때 정신없이 학원을 알아보고, 차량이 되는지와 시간등을 체크하느라 힘들었었다.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초롱이의 학원 시간표를 만들었고, 초롱이는 학교 하교 후에 학원 차량을 타고 피아노, 미술 학원으로 갔다가, 주 3회는 중간에 영어학원을 다녀오고 다시 태권도에서 집에 오면 나의 퇴근시간과 얼추 비슷하게 맞아지는 시간표로 맞추어 두었었다.
한번 어렵게 시간을 정해두니, 학원을 바꾸는 것도 다시 그 머리 쓰는 스케줄을 만드는 것이 지레 겁이 나서 거의 바꾸지 않았었다. 중간에 영어학원을 한번 바꾼 것이 전부였고, 초롱이는 4년 동안 이렇게 학원을 다녔었다.
한동안은 피아노와 미술 학원에서 운영하는 카페에 아이들의 영상이나 미술 그림이 올라오면 혹시나 초롱이 영상이 올라왔나 싶어서 알람이 울리자마자 들어가 보곤 했다. 하지만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초롱이의 영상은 자주 올라오지 않았었고, 나는 점차 조급해하는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아직 어린 초롱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빠듯한 학원 일정을 소화해 내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삼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3학년이 되었을 때, 초롱이는 여름에서 가을 내내 연습했던 곡으로 난생처음 나간 콩쿠르대회에서 특상을 받았고, 그다음에 4학년 초여름 경에 나간 콩쿠르대회에서는 한 단계 더 올라간 차상을 받았다.
마음 같아서는 피아노에 더 집중해서 하게 하고 싶었지만, 남편과 시어머님은 피아노 학원을 이젠 그만둬라는 의사표현을 자주 하셨다. 요는 초롱이가 피곤해할 텐데 이제 혼자 집에 있을 수 있으니 피아노 학원은 안 다녀도 되는 것 아니냐는 말씀이신 것이었고, 남편은 이제 수학이나 그런 학원으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마음이었다.
나도 물론 마음 한편으로는 초롱이의 학원이 예체능이 많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피아노는 나의 욕심에 미술은 초롱이의 욕심에 4학년까지는 계속 다니자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언제 미술을 그만 다닐까 하는 생각으로 고민을 하고 있던 터였다.
'이번 겨울방학이 지나고 5학년이 되면 미술은 끊을까?'
'아니면 시간을 줄여서 주 2회 정도만 다녀본다고 하면 어떨까?'
이렇게 나의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선생님께서 나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이, 사진 한 장을 보내주셨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어제 초롱이가 완성한 사슴작품이 멋져서 보내드립니다!"
초롱이는 미술에서도 몇 번의 상을 받은 경험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는 4학년 여름에는 전국대회에 나가서 전국 20등 안에 드는 장려상을 받았고, 문화상품권까지 받고 책자에 수록이 되어서 너무 뿌듯해 한 초롱이었다.
그때도 여름방학까지만 미술을 시킬까, 2학기 때도 시킬까 하는 고민을 하던 터였고, 이렇게 상을 받아서 조금 더 미술을 하게 해 주었던 나였는데, 말은 채영이가 좋아하니까 시켜준다고 하면서 실상은 또 나의 팔불출 욕심이 미술의 끈을 붙들고 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초롱이가 숙제를 하지 않거나 할 때, 초롱이의 협박용이었던 카드는 항상 미술이었다.
"너, 이렇게 숙제 안 하고 하면 미술 끊을 거야!"
그러면 초롱이는 항상 풀이 죽어서, 말하곤 했다.
"엄마, 진짜 숙제 안 밀리고 잘할게. 그냥 미술 하게 해 주면 안 돼? 응? 응?"
초롱이는 내가 진짜 미술학원을 끊을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 순간에는 정말 엄마가 화가 나서 미술을 그만하게 할 수도 있겠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학교 친구들도 미술까지 다니는 친구는 거의 없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초롱이가 점차 공부의 스트레스가 많은 학원들 사이에서 한 군데 정도는 마음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학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미술학원을 그만 보내는 것을 한 학기 더, 여름방학이 지나고, 겨울방학까지만.. 하면서 자꾸자꾸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에도 이렇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보내주신 그림은 나의 마음을 또 약하게 만든다.
"선생님, 이 그림이 정말 초롱이가 혼자서 그린게 맞나요?"
"네 마무리할 때 제가 좀 봐준 거 말고는 초롱이가 오일파스텔로 그렸어요.
초롱이가 다른 재료보다 크레파스나 파스텔로 그렸을 때 더 작품이 완성도가 높게 나오는 편이에요. 초롱이가 스케치도 많이 늘고 명암도 요즘 혼자서 잘 넣어요! 칭찬 많이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팔불출 엄마는 또 신이 나서 남편에게 보내고, SNS에도 올려볼까 마음을 먹는다.
'그나저나 미술학원을 하루정도는 보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