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장의 육아일기
"엄마! 내일 말고, 한 밤 더 자고와!"
초콩이는 유치원 졸업식이 끝나고 나서도 종일반으로 계속 유치원에 갔었다.
그리고 종일반이 끝나는 25일 이후, 3일동안 갈 곳이 없어서 초콩이를 시댁으로 보냈다.
초콩이는 26일부터 시댁에 있다가, 3월 1일 집으로 데리고 오기로 했다.
원래는 초콩이의 유치원 방학이거나 하면 어머님께서 우리집으로 와서 아이들을 봐주셨다.
하지만 2년 전 겨울, 길고길었던 초롱이의 겨울방학 점심식사를 위해서 어머님께서 2달동안 와 계시면서 아버님께서 식사를 잘 챙겨드시지 않아서 건강에 문제가 생겨셨었다.
그 이후로 남편과 나는 가급적 어머님께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거의 없이 우리끼리 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초롱이는 이제 고학년이니 혼자 집에 있는 것은 물론, 식사도 급하면 김밥을 주문해서 배달해줘도 되는 정도가 되었지만, 문제는 아직 초콩이였다.
집에 혼자 있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남편과 내가 3일 내내 휴가를 낼 수도 없어서 이번에는 시댁에 초콩이를 맡기기로 한것이다.
초콩이는 할머니집에 도착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부르면서 올라갔다.
며칠이지만, 초콩이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힘들게 하지 않길 바라며 3월 1일 오전에 일찍 오겠다고 말하고 돌아섰다.
"엄마, 자?"
첫날 어머님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예전에는 왠지 안쓰러운 마음에 문자로 대답을 해주곤 했는데, 그러면 초콩이가 자꾸 답문자를 보내서 어머님께 눈치가 보이곤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몇번의 문자를 보내다가 더이상 안보내는 것을 보니, 이제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하루를 지나고, 나도 회사에서 바쁜 일이 있어서 퇴근하면서 어머님 휴대폰으로 연락을 했다.
어머님께서는 조금 피곤하신 듯한 목소리였고, 그냥 별 말 없이 끊으려는데, 초콩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언제 올거야? 엄마 2밤만 자면 온다고 했잖아!"
"초콩아, 엄마가 금요일에 퇴근하고 가면 너무 늦을것 같으니, 그냥 자고 토요일 아침에 일찍 갈께!"
"엄마 미워!"
그렇게 전화를 끊고나서 밤이 되니 또 초콩이의 문자 폭탄이 쏟아졌지만, 나는 무시하고 대답하지 않았다.
'초콩아, 미안, 엄마도 통화하고 싶지만, 할머니 눈치도 보이고,
그리고 엄마랑 자꾸 문자 하면 잠도 못자니까 우리 곧 만나니까 얼른 푹 자! 엄마가 꼭 안아줄꼐.'
그렇게 마음속으로 나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며 두번째 밤이 지나갔다.
초콩이를 집으로 데리러 오는 토요일의 일정은 조금 타이트 했다. 학교에 입학할 초콩이의 머리도 조금 다듬기로 해서 미장원 예약을 해 두었고, 오후에는 유치원 친구들과 처음이자 마지막인 키즈카페 모임이 있었다.
어머님께는 미리 나의 도착시간을 알려주어야 어머님께서도 초콩이의 짐을 싸 놓는 준비를 해 놓으실 것 같고, 일찍 초콩이를 데리고 나와야 어머님과 아버님도 푹 쉬실거라고 생각했기에, 금요일 퇴근길에 전화를 드렸다.
"어머님, 오늘 초콩이는 잘 지냈나요?"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어머님의 목소리는 아쉬움도 있지만 초콩이와 신나게 노는 중이신 것 같아서 밝게 느껴졌다.
"우리는 오전에 가지고 온 한글 공부 다 하고 뽑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올거다!"
"어머님, 저 내일 오전에 8시 30분정도에 도착할께요! 내일은 초콩이 머리도 해야 하고 점심에 친구들과 놀기로 약속을 해서 조금 일찍 데리러 갈께요!!"
그렇게 어머님과 짧은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으려는데, 초콩이의 목소리가 전화기 뒤로 들려왔다.
"엄마, 나 내일 안갈거야! 할머니랑 한 밤 더 잘거니까 모레 데리러 와!"
그 말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어머님의 웃음소리가 더 환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어머님께서는 초콩이가 할머니와 더 오래 같이 있고 싶다는 말에 기분이 좋아지신 것 같았고, 나는 초콩이의 마음을 조금 눈치채서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초콩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마음의 마술사라고 늘 생각해왔었다.
내가 힘들 때에도 나에게 다가와서 뽀뽀를 해주면서 이런 달달한 말도 서슴치 않고 해주는 스윗한 아들이다.
'엄마, 오늘 힘들었지? 내가 뽀뽀해줄테니까 얼른 힘내!'
그러니, 짧은 기간이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와 재미있게 보냈으니 더 있겠다고 말하면서 할머니께는 웃음과 기쁨을 주었던 것이다.
물론, 내가 그렇다고 하루 더 있으라고 할 수 없는 상황임을 눈치껏 잘 알고 있으니, 이런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것을 알기에 웃음이 나왔다.
'귀염둥이, 할머니에게 효도 제대로 하고 있네!!!'
그렇게 초콩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사랑을 가득 나누어 주고 용돈을 받아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