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마의 여행기록
"초마님은 왜 이렇게 강원도에 자주 가요?"
"혹시 속초나 강릉에 집이 있는 것 아니에요?"
"속초에 꿀단지 묻어둔 것 아니야?"
가족여행을 간다고 하면 늘 우리의 목적지는 강원도였다.
때로는 속초, 때로는 강릉이었고 어떤 때에는 한 달에 3번까지도 다녀오기도 했으니, 사람들은 우리가 속초에 세컨드하우스라도 있는 줄 믿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남편과 나의 여행코드는 거의 비슷했다. 물론 때로는 의견이 갈리는 때도 있지만, 충분히 조율이 가능했고, 우리는 그렇게 10여 년 차 강원도 여행을 찐으로 즐기는 중이다.
사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강원도를 우리의 주 여행지로 정했다고 생각했다.
넓고 시원한 동해바다를 보면 마음이 트이는 것 같아서 더 좋은 바다, 그리고 그냥 뛰어들기에 더할 나위 없는 강원도의 해수욕장, 반짝이는 모래로 모래놀이를 하는 것만으로도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곳이기에 아이들과 가기에 좋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강원도에는 설악산도 있어서 예전 설산을 오르기를 즐겨하던 남편과 나에게는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대청봉에 오르는 그날을 꿈꾸기에 계속 속초로 달려가는 중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난겨울, 우리는 드디어 초콩이까지 4명이 모두 흔들바위를 지나 울산바위까지 오르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실패, 다가오는 봄에 한 번 더 도전해 볼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속초, 강릉을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꽤 오래전부터 나의 추억의 장소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엄마, 우리 여행 가는 곳이 어디야?"
"응, 설악산!"
"설악산은 엄청 높은 곳 아니야? 그럼 나 못 올라갈 것 같은데!"
"하하, 꼭 산에 올라가지 않아도 볼 게 정말 많은 곳이야."
내가 아주 어린 초등학교 5학년 때쯤 여름이었을까? 내가 기억하는 나의 첫 여행이었다.
모처럼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과 함께 왔던 설악산은 단편 단편 사진처럼 내 기억 속에 남아있다.
늘 출장 중이어서 우리와 많이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아빠와 함께 떠나는 첫 여행이었던 것 같다. 사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여행을 많이 다니는 때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여름이라 그런지 설악산에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우리의 숙소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설악산 근처에 숙소를 잡았던 것 같았다. 지금도 그날의 엄마와 동생, 그리고 나의 웃음소리가 귓가에서 맴도는 것만 같다.
크지 않았고, 호텔같이 깨끗하지 않았던 방이었지만, 우리의 추억을 만들기에는 충분했던 방이었다.
우리는 그저 무섭기만 했던 아빠와 너무나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에 어느덧 4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추억인데도 머릿속에 장면 장면이 생생하게 남아있는 듯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억은 바로 여기서부터 이다.
내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게 된 이유!
저녁을 먹고 나서 우리는 설악산인근으로 산책을 간 것 같다. 내 기억에는 분명히 8시경이었는데 그곳은 관광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고, 우리는 어느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매번 사진은 아빠가 찍어주었지만, 나는 내가 사진을 찍는다고 했고, 그때 내가 찍은 나의 첫 작품사진은 우리 가족의 웃음이었다.
무섭기만 했던 아빠의 보조개가 패인 인자한 미소, 지금도 들릴 것 같은 엄마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보이는 크게 웃는 얼굴, 그 옆에서 새초롬하지만 예쁜 얼굴이 빛이 났던 내 동생
그 당시의 카메라는 지금처럼 간편한 휴대전화 카메라어플도 아니었고, 가벼운 미러리스도 아니었다. 필름카메라에 제법 무거운 카메라였는데, 나는 무조건 내가 목에 메고 가겠다고 우기면서 그 장소에서 내가 사진을 찍었었다. 오가는 주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저 내 눈에는 우리 가족의 빛나는 얼굴만이 보였던 곳이다.
그래서 나는 늘 여행을 떠나면 휴대폰 가득 사진을 담는다.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은 내 기억 속, 아빠와 엄마의 환한 얼굴, 그리고 인형같이 예뻤던 내 동생의 수줍은 미소에서 초파의 빛나는 미소와 아이들의 하이톤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다시 내 귀에 오버랩되면서 새롭게 나의 기억의 장면이 바뀌고 있다.
내가 너무 어릴 때였고, 동생은 더 어릴 때라 기억을 못 하겠지만, 언젠가 나는 같은 곳을 찾을 수 있다면, 나의 가족사진을, 웃음소리가 들리는 사진을 다시 한번 찍고 싶다.
그래서 나는 나도 모르게 매번 강원도로 떠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