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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디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까요...?

배부장의 육아일기

by 초마


"저.... 신고를 좀 하려고 하는데요....."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나는 112 혹은 119에도 신고할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주변의 조언에 따라서 나는 경찰에 신고하기로 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여야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의 마음을 굳히게 만들었던 것 중에 하나는 관리사무소 직원분 말이었다.





"저, 지난 주말 관리소 직원분과 통화는 했어요. 어떤 할아버지가 저희 아이를 뒤에서 안아서 CCTV를 좀 확인하려고 하는데요."


"네, 그러면 일단 CCTV 열람 동의서를 직접 와서 작성하셔야 해요. 그런데 이게 직접 보실 수는 없으세요. 저희도 개인정보보호가 강화된 건이라, 일단 신청을 하시면 저희가 접수를 하고 내용을 저희가 보고서 말씀드릴께요."


"네 그런데 이건 저희 아이의 추행 건인데도 저희가 CCTV를 못 본다고요?"


"네, 보실 수 없으세요. 그리고 저희도 바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날 때 CCTV 열람을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저장 기한이 있어서 삭제될 수 있으세요. "


"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접수를 하면 바로 보시는 것도 아니라고요?"


"네, 저희가 전담 직원이 있는 것도 아니라, 일단 경찰에 신고부타 하시는 것이 어떠세요? 그러면 경찰에서 조사가 나오면 저희도 더 깔끔하고 좋아요."


관리사무소 직원과 통화를 하면서 왠지 모를 책임을 경찰에 떠 넘기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일단 그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경찰에 신고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어디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할까요...?"


"네??? 112에 하시면 되죠!"


내가 생각해도 정말 바보 같은 질문이었지만, 이제까지 한 번도 경찰에 신고를 해 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112는 생각하지도 못했었다.



관리사무소와 통화를 끝내고, 112에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네. 112 신고센터입니다."


"네, 저..... 제가 신고를 좀 하려고 하는데요. 이게 지금 일어난 일은 아니고요, 어.. 지난 주말에 일어났던 일인데요... "


하면서 외근 가는 중에 초콩이의 사건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대로 이야기를 했다.


"네, 그런데 지금 위치가 사건 현장과 거리가 있으시죠?"


"네, 저는 지금 외근 중에 전화로 신고를 하는 건데 그럼 안 되는 건가요?"


"이미 사건 시간이 지난 상태이고, 현장도 아니니 지금은 접수를 받을 수 없어요. 112로 전화를 걸면 지금 위치에서 가까운 곳으로 접수가 되니, 댁에 돌아가셔서 그 현장 앞에서 다시 112로 신고를 부탁드립니다."


그저 112는 위치에 상관없이 신고를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것 역시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나는 퇴근 후, 집 앞에서 다시 112로 전화를 했다.


"네, 아까 112로 신고를 했는데..."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네, 사건 현장에 도착하셨어요? 그러면 바로 순찰차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네?????? 아니 어떤 건인지 아세요?"


"네, 오전에 연락 주신 아동 추행 건으로 기록이 되어 있어요. 현장에 오셨으니, 이제 출동차가 바로 나갈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게 10여분을 기다리자 순찰차가 아파트 주차장 앞으로 들어왔다.


내 평생 처음으로 교통경찰이 아닌 다른 순경분들과 마주치니 약간 마음도 목소리도 떨렸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혹시 신고하신 초콩이 어머님이신가요?"


"네, 저예요!"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출동하신 경찰분들에게 다시 한번 대략적인 사건에 대해서 말씀드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출동하신 경찰분이 관리실에 전화를 걸었다.


"신고받고 온 경찰인데요, 지금 CCTV 확인이 바로 가능할까요?"


관리사무소에서는 경찰서 공문이 있어야 CCTV 확인이 가능하다고 했고, 경찰분들은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처리가 될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간략하게 진술서와 초콩이의 인상착의에 대해서도 적어달라고 했다.


그날 따라 주차장에서 바람은 너무나 추운 꽃샘추위의 칼바람이 불었고, 나는 주차장에서 난생처음 진술서를 쓰면서 내내 마음이 두근거렸다.


"아동폭력 관련한 건은 바로 처리가 되어야 해서요, 아마 내일 중에 바로 접수가 되어서 용인서부경찰서에서 연락이 올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경찰분들은 아파트 공동현관에서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직접 눈으로 보고, 사진을 찍고, CCTV 위치를 확인하고 떠났다.


그리고 한참 뒤, 관리사무실에서 한 직원분에게서 연락이 왔다.


"저, 관리실인데요. 저희가 CCTV 조회요청 주신건 확인하였습니다. 어머님께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전화드렸습니다. 어머님께서 말씀해 주신 내용과 영상은 거의 99% 이상 일치합니다. 어느 할아버지가 아이를 뒤에서 안았고,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가는 모습 저희가 영상으로 확인하였습니다. 다만,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아이의 말과 어머님의 말씀이 CCTV 영상과는 조금 차이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공동현관에서의 영상이 확인되었습니다. 제가 봐도 부모님의 입장이라면 정말 기분 나쁘실 것 같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인지라...... 충분히 그러실 것 같습니다. "


화가 나기도 하고, 연락을 주신 관리실 직원분이 감사하기도 했다.

아마도 같은 부모의 입장이라 더욱이 그런 마음을 잘 돌려서 말씀해 주신 마음이 느껴져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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