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장의 육아일기
"아니 우리 첫째가 있잖아요.."
초콩이의 태권도에서는 한 달에 한두 번 주말 오전에 행사를 한다. 유치원부와 초등부를 나뉘어 피구대회 등 아이들이 모여서 태권도 이외에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유치부와 초등부로 나뉘어 각각 2시간 정도 뛰어노는 시간이다.
나는 사실 이 시간에 초콩이가 간다고 하면 왠지 신이 난다. 2시간 정도의 행사 시간을 감안하면, 그동안 밀렸던 독서와 필사등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초콩이를 데려다주고 집에 다시 가서 집에서 편하게 할 수도 있지만, 집에는 또 남편과 초롱이가 있다 보니 그 시간은 그냥 지나가버리기 일쑤다.
또 왔다 갔다 이동시간을 감안하면, 그냥 나 혼자 2시간 정도를 보낼 수 있는 카페타임을 언제나 선호한다. 그래서 이 날도 하고 싶었던 필사와 책들을 주섬주섬 가방에 담아 나왔다.
초콩 이를 올려다 놓고, 나는 카페의 한적한 자리를 잡아서 책을 꺼냈다.
주중에는 저녁에 아이들 육퇴 후에 하려다 보니 책을 읽는 것도 쉽지 않았고, 영어원서 읽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일단 아이들이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아이들을 재우고 하자니 요즘엔 아이들을 재우다가 함께 잠드는 날이 많아서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일단, 제일 먼저 영어원서 읽기의 인증을 하기 위해서 조용한 자리를 선택했다.
내 옆테이블에서도 어떤 분이 책을 읽고 계셨기에 나도 조용히 얼른 영어원서를 읽기로 했다.
그렇게 주문했던 커피가 나오고 나도 인증을 하나둘씩 시작하고 있던 찰나, 주위가 갑자기 시끄러워졌고 내 주위는 방금 들어온 한 무리의 엄마들 옆자리가 되었다.
내 추측에는 초콩이와 비슷한 또래의 엄마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 학기가 들어서면서 아이들을 받으려는 태권도, 줄넘기 등 다양한 학원에서의 모집행사에 참여한 엄마들 같았었다.
모두들 모여서 어느 학원에 보내고 있다는 둥, 책은 어떤 것을 읽히고 있다는 둥 하는 이야기로 화제가 이어지고 있었다.
나도 조금 시끄러웠지만, 우선 원서 읽기의 인증을 지금 하지 않으면 또 미루게 될 것 같아서 시끄러움도 참고 영어 원서 읽는 것에 집중을 하고 있었다. 어느덧 내가 말을 해야 하는 원서 읽기가 끝나고, 가져온 책 필사를 하고 있던 때부터 엄마들의 말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책을 보며 말을 하지 않으니, 눈으로는 책을 읽고 손으로는 필사를 해야 하는데, 자꾸만 옆 자리의 엄마들의 이야기가 귀로 먼저 들어왔다.
아이들의 한국사는 어떤 책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둥, 어떤 출판사 책은 아이들이 너무 어려워한다는 둥.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한쪽 귀가 소머즈처럼 커지는 것 같았다.
손으로는 필사를 하고 있으면서도 귀와 온갖 신경은 엄마들의 이야기에 점점 끌려들어 가는 것 같았다.
사실, 내가 아는 부분이 있더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이제까지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전혀 모르는 책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나 혼자만 모르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한 엄마의 말에 나도 안심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그 책은 너무 어려워서 아이들이 안보더라고! 우리 집은 그냥 설민석 한국사를 봐!
설민석은 사건으로 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사건별로 이해하기도 좋고, 나중에 통으로 사건만 잘 연결하면 될 것 같아!"
설민석의 한국사 책은 나도 조카들이 보던 책을 동생에게 물려받았고, 중간에 빠진 책들은 중고시장에서도 구입하고 해서 시리즈로 구비해 두고 었었다. 다행히 아이들도 좋아하는 편이라 속으로 내심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절대 엄마들의 이야기에 휘둘리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래 엄마들과 소통을 할 수 없다 보니 엄마들의 이야기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다른 엄마들은 또래 엄마들과 이런저런 모임으로 만나서 학원도 같이 보내보고, 여기저기 정보도 많이 공유한다고 하는데, 나는 친한 엄마들이 거의 없다 보니 아이들의 교육 방법에 대해서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보내는 학원에 계속 보내는 것이 괜찮은 방법인 건지, 아니면 다른 학원으로 바꿔야 하나, 이대로 내버려두어도 괜찮은 건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5학년이 된 초롱이는 4학년까지 다녔던 영어 학원 시간이 더 늦은 시간으로 바뀌게 되니까 전체적으로 학원 스케줄이 다 바뀌어서 그 시간표를 짜느라 한동안 머리가 복잡했다. 피아노와 미술은 시간을 줄이고, 수학학원등 공부 학원을 늘려야 하는데 초롱이는 무조건 미술은 넣어야 한다고 우기니 또 생각보다 시간표 짜기가 어려웠다. 남편은 당장에 피아노와 미술은 끊으라고 했지만, 피아노는 지금 그만두면 이제까지 친 것도 아깝기도 해서 초등 6학년까지는 보내기로 마음을 정했다. 하지만, 미술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초롱이가 정말 원하니까 5학년 1학기 까지만 보낼까 하는 생각에 피아노 다니면서 일주일에 2시간만 미술을 하는 것으로 머리를 짜내어 시간을 만들어 준 것이다.
아마 초등 5학년에 미술 전공할 것도 아닌데, 미술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거의 없겠지만, 올해가 마지막이다 생각하면서 초롱이에게 다짐을 받았었다.
"초롱이, 영어학원 먼쓸리 테스트 점수 떨어지면 미술 끊을거야!"
하지만, 나중에 중학생이 되면 정말 공부만 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숨통이 트이는 학원 하나쯤은 보내주고 싶었던 것이 내 마음이었던 것 같다.
결국 나는 다른 엄마들은 어떤 학원을 보내나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 내가 짠 스케줄에 만족하면서 초롱이와 더 많은 대화를 하면서 만족하고 있다.
어찌 되었건, 아직 내 생각일지 모르지만, 초롱이가 너무나 학원을 다니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적어도 학원 가고 싶지 않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5학년은 성공!
이제 소머즈 귀는 닫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