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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가 나 집으로 들어가래!

초콩이의 일기

by 초마

"엄마, 아빠가 나 집으로 들어가래!"






최근 컨디션이 너무 떨어져서 대상포진 아닌 대상포진으로 병원에서 푹 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같으면 온 가족 모두 저녁 먹고 집 앞 공원으로 운동을 나갔어야 했지만, 일단 나는 운동보다도 푹 쉬면서 면역력을 끌어올리려고 푹 쉬로 하고, 나를 제외한 남편과 아이들만 밖으로 나갔다.


둘째 초콩이는 아직 운동을 하면서 틈틈히 땅을 파서 놀기도 하고, 내가 공원 트랙을 뛸 때 같이 뛰는 척 하다가 운동기구가 있는곳에서 나름의 땡떙이를 치고 있기에, 사실 남편에게 혼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몇 번은 또 셋이서 운동을 잘 하고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각자 좋아하는 음료수나 제리등을 사가지고 오기도 했기에 나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일단은 안심을 하고 혼자 쉬어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혼자 있으면서도 쉬었다기보다는 조용히 끄적이며 글을 쓰고 싶기도 했고, 책을 읽고 필사를 해보고 싶기도 했다. 어제는 5월부터 다시 매일 브런치 글 쓰기를 도전하기로 다짐을 해서 글을 마무리 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시계를 보니 운동하러 나간 남편과 아이들이 나간 지 40분정도가 지나 있었다. 슬슬 돌아올 때도 되었지만, 사실 셋이 나가면 좀 더 놀다가 올 수도 있었기에 나는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10분만 더 있다가 오면 마무리 할 수 있었는데...'


그런데 막상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초콩이 혼자였다.


"엄마! 아빠가 나 집에 들어가래!!!"


"엥? 초콩이 그게 무슨 말이야? 오늘 운동할 때 아빠 말 잘 안들었어?"


"아니, 나 줄넘기 꼬였다고 아빠가 들어가래!!"


사건은 줄넘기였구나..

모두가 나갈 때 내가 초콩이에게 늘 하던 발목줄넘기 대신 초롱이의 여분 줄넘기를 건네준 것이 화근이었다.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왔기에 땅이 젖어 있었을거고, 그러면 발목줄넘기를 하다가 넘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냥 줄넘기를 찾아서 준것인데...


그 줄넘기가 또 꼬여 있어서, 꼬여있는 줄넘기를 넘는다고 장난 아닌 장난을 치다가 남편의 화가 폭발한 것인듯 했다.


큰 눈망울에 눈물을 그렁그렁 담고, 한번 깜박일 때마다 양 볼로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리는 초콩이를 보니, 보지 않아도 그 상황이 눈앞에 그려졌다.


"초콩아, 일단 우리 빨리 씻고 자자!"


남편과 초롱이가 들어오기 전 초콩이를 빨리 씻겨서 방으로 데려가서 재우면 들어와서도 다시 혼나지 않을 것 같아서 나는 더 재빠르게 움직였다.


양치와 세수를 번개같이 하고, 발을 씻고 들어가서 로션을 바르고 있는 찰나, 남편과 초롱이가 소란스럽게 들어왔다.

초롱이는 들어오자마자 초콩이가 아빠에게 운동을 제대로 안해서 엄청 혼났다고 말하면서 눈으로 초콩이를 찾았다. 아마도 혼날 때는 말을 못했지만, 혼자 집에 들어가라고 해서 무서움을 참고 집에 들어왔을 동생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아니, 줄넘기를 하라고 했더니, 줄이 꼬였다면서 장난만 치는거야!

초콩아, 아빠가 줄넘기 제대로 하라고 20번도 넘게 말했어 안했어!!!"


그 마음 배만번도 더 이해한다. 나도 초콩이와 함께 트렉을 달리다보면 어느새 옆길로 빠져서 놀고 있는 초콩이에게 빨리 뛰어라! 반바퀴라도 달려라라고 해도 어느새 저 뒤에서 혼자 걷거나 없어져 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운동에 진심인 남편은 초콩이의 그런 행동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다행히 모두의 흥분상태가 조금 진정이 된 것 같아서, 초콩이는 운동하러 나가기 전 못했던 문제집을 마저 풀었고, 일기를 썼다.


일기를 두줄만 쓰겠다는 것을, 5줄은 써야 한다고하니 그림을 그리겠다고 해서 여기까지 서로 합의를 봤다.


늘 그렇지만, 초콩이의 일기를 보면 웃음이 빵 터진다.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알고 있는 듯 보이는 초콩이의 일기 속에서, 나는 내일 또 초콩이에게 져주겠지만 조금씩 커가는 모습에 슬며시 미소를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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