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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의 끝자락을 보내며

by 초마

올해는 추석 연휴가 제법 길었다.


우리는 추석 연휴에 별다른 계획은 하지 않았지만, 매일매일 아이들과 근교로 나들이를 갈 계획을 세웠지만, 날씨도 날씨이거니와 남편이 허리디스크로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드라마틱하게 연휴 전날부터 심해진 남편의 허리디스크로 인해 나는 남편과 나누어하던 집안일과 육아까지 독박으로 떠맡게 되어 너무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아픈 사람 앞에서 내가 힘들다고 짜증 내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나 역시 암과의 투병 중이고 남편은 내가 재발한 2020년부터 매일 나를 위해서 아침과 점심 도시락을 챙겨주고 있으니, 그에 비에 이 짧은 기간 동안 내가 혼자 한다고 큰 탈이 날 것은 아니었기에.


연휴 첫날, 어차피 다른 데 갈 수 없으니 집에서 책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니 오히려 모든 행동이 편해지고 마음도 여유로워졌다.


우리는 오랜만에 늦게까지 늦잠을 자기도 했고, 빗소리를 들으며 간식을 먹으며 온 가족이 OTT로 드라마를 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또 졸리면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낮잠을 자면서 제대로 휴식을 취했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2일 3일이 순식간에 지나가면서 추석이 다가왔고, 명절 전날 시댁에 가서 전 부치며 차례준비도 하고, 아들의 허리디스크가 걱정된 부모님께서는 평소보다 적은 양으로 음식 준비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남편과 달리 나는 음식 준비 후에는 끝없는 설거지, 그리고 아이들이 너무 들떠서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빠를 힘들게 하지 않도록 조절도 해야 헀으니 혼자서 너무나 힘들었던 추석이었었다.


그렇게 어영부영 연휴가 지나가고 있었고, 우리는 남편의 상태가 안 좋으면 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짧은 여행도 다녀왔다. 이번 추석 연휴는 비가 내내 내려서 쉴 수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어디도 갈 수 없어서 아쉬움이 가득한 연휴였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오늘 내가 함께 읽고 쓰는 여러 개의 북클럽이 오늘부터 시작되었다. 첫날의 마음가짐은 늘 완주를 목표로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나면 어영부영 하나씩 슬그머니 놓치게 되는 책들이 생기게 된다. 마음 한편으로는 그래, 주말이 있으니까! 하는 마음이 있지만 회사일과 퇴근 후의 육아에 치이다 보면 내가 읽기로 했던 책은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 적이 꽤 있었다.


하지만, 이제와는 달리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은 2025년이 80일 남은 날이니, 매일 오늘의 기록을 사진과 함께 짧은 일기로 남기기로 했다. 그렇게 남은 80일을 하나씩 기록하다 보면 나의 북클럽도 하나씩 완독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 분량을 읽은 고전책 모임인 [비밀의 화원] 은 읽은 줄 알았던 책이었는데, 제목만 친근했고 읽지는 않았던 책이다. 오늘의 분량을 읽기 전 추천서로 정여울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왜 그렇게 공감이 갔는지.



우리에겐 아직 더 다정하고 친밀한 시선으로 가꾸어야 할 수많은 비밀 정원이 있다. 그것은 우리 마음속에도 있고, 버려진 자연의 공간 속에도 있으며, 아직 개척하지 않은 모든 인간의 가능성 속에도 있다.




나의 비밀 정원은 어떻게 꾸며지고 있을까? 지금 새싹이 올라오고 있을까? 예쁜 꽃들이 피어있을지,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었다. 또 나의 화원에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하기 위해선 지금 나의 욕심을 조금 덜어내고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연휴가 지나고 학교에 가고 학원에 다녀온 둘째는 받아쓰기 연습 삼매경에 빠졌다. 연습 없이 처음 본 시험은 자세하게 말해주지 않는다며, 선생님은 친절하게 다 설명해 주는데 엄마는 왜 그렇게 말하냐며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두 번째 시험에서는 깔끔하게 쓴 글씨에 틀린 글씨도 감쪽같았다.


연휴의 다음날은 피곤하지만, 그래도 오늘부터 목표가 있으니, 얼른 아이들의 육퇴 후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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