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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고 아쉬운 호텔 멤버쉽, 이젠 정말 안녕!

by 초마

첫째가 3살이 막 되었을 때, 우리는 우리의 호캉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엄마, 여기 너무 좋아! 맨날 맨날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어!"


말이 빨리 트인 초롱이는 호텔방 안에 침대로 뛰어들어 오면서 너무 좋다고 연신 소리를 질렀다.


그 당시에 아마도 아고다 같은 앱에서 호텔 숙박이 굉장히 저렴하게 나와서 우리도 초롱이와 서울 안에서 호캉스를 즐기자고 시작된 것 같다.

1박의 숙박을 하면서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 아닌 물놀이를 하고, 그 옆 작은 따뜻한 자쿠지에서 몸을 담그면서 즐기기도 했고, 호텔 인근에 있는 몽마르뜨공원에 산책을 가서 한 바퀴 돌고 오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물론 아침엔 호텔 조식까지 포함되어 있던 숙박패키지여서 기분 좋게 즐겼던 우리였다.


초롱이도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나는 엄마와 동생과 셋이서 호캉스를 해보고 싶었다. 그냥 정말 이런 호텔의 멤버쉽 가격은 어느 정도 일까 궁금해서 퇴실하면서 호텔 멤버쉽 가격을 알아보았다.


그런데, 너무 놀라웠던 것은 호텔 멤버쉽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름 서울 고속터미널 반포동에 위치해 있기에 도심에 있는 호텔이었는데, 가성비 너무 좋은 가격이라 남편과 나는 둘이서 눈을 마주치자마자 바로 멤버쉽으로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앗싸! 나도 호텔 멤버쉽 카드 있다!!"


우리도 호텔 멤버쉽에 있다는 것이 너무 신이 났기에, 엄마랑도 1박 하면서 은근히 멤버쉽으로 숙박하는 거라고 자랑도 하고 싶었고, 가끔씩 서울 도심에서 호텔 숙박 그리고 공원 산책에 더해서 고속터미널과 이어져 있는 신세계강남의 맛있는 식당가도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더욱이 이 멤버쉽은 지금 생각해도 가성비 최고의 구성이었다. 50만 원대의 금액에 무료 숙박권이 2개, 클럽룸을 17만 원에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이 3,4개였고, 여기에 1층 뷔페식당 무료 이용권이 4,5장, 5만 원 이용권, 호텔 중식당 50% 이용권을 포함해서 1층 카페에서 음료 이용권 등도 포함되어 있었고, 우산이나 와인을 교환할 수 있는 교환권도 있으니 이제까지 몰랐다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그렇게 우리는 2,3년을 쉐라톤팰리스의 멤버쉽으로 즐기는 시간을 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웠던 것은, 엄마와 한 번도 와보지 못했던 것이다. 매번 엄마에게 같이 가자 같이 가자 하고서는 차일피일, 다음이 또 있을 줄 알고 미뤄왔던 것이 결국엔 이렇게 아쉬움과 후회로만 남게 될 줄은 그때는 몰랐던 것 같다.





우리가 좋아했던 이 호텔은 나중에 쉐라톤 팔래스로 이름이 바뀌었고, 코로나를 겪으면서 쉐라톤으로 주어야 하는 비용이 상당했다고 멤버쉽 연장을 하면서 매니저에게 얘기를 들었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호텔이 없어지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사건은 바로 코로나였다.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들의 방문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하면서 대부분의 호텔들처럼 이 호텔 역시 경영악화로 문을 닫게 되어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제는 다른 건물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 공사 중인 이곳을 지나다 보면, 나는 늘 그 시절 남편과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난다.


"초파! 우리 나중에 채영이 결혼식은 여기 이 호텔에서 시켜주자! 우리가 신라호텔이나 조선호텔은 안돼도 쉐라톤팰리스에서는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 너무 좋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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