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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통편지 대신 필통문자로 보내줘!

by 초마

2025년이 되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갈 때 꼭 필통편지를 써주었다.


사실 1학년으로 입학한 둘째 초콩이가 학교 수업 끝나고 어디로 가야 할지, 늘봄교실에서 몇 시에 나와야 하는지, 몇 시에 어떤 학원 버스를 타야 하는지 등을 매일 아침 말해주기 위해서였다.


4년 전 초롱이때를 생각하면서 당연히 학교 끝나면 학원차를 타기 위해 약속된 시간에 나올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들은 정말 쉽지 않았다.

그 전날부터 내일은 늘봄 1교시를 하고 피아노학원 버스를 타야 한다고 말을 해도, 불안했다.


그 전날 이야기를 해주어도, 아침 등교하기 전 이야기를 해도 늘 불안한 마음은 여전했기에, 입학식 다음날부터 필통 안에 편지를 써 주었다.


편지라기보다는 일종의 메모였고, 몇 시에 어디 가고, 어떤 학원 차를 타라는 내용과 함께 사랑한다는 하트를 그려주는 내용의 짧은 글이었다.


사실 한글을 완벽하게 읽지 못할 수도 있으니, 긴 글을 적어줘도 다 읽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시간만 큼지막하게 적었었다.


처음의 혼란기를 거치고 한두 달이 지나고 나니, 어느덧 초콩이는 하교시간에 적응을 했고, 친구들과 늘봄 끝나고도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 때 말고는 학원차 차량 선생님께서 연락이 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가끔은 "오늘 하루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 엄마는 초콩이의 하루를 응원할게!"

라는 내용의 쪽지를 써서 필통 안에 넣어주곤 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말은 이랬다.


"엄마! 왜 몇 시에 나가야 하는지 말 써줬어!!! 자꾸 헷갈리잖아!!!"


그때부터 나는 1학기가 끝날 때까지 매일 학교 끝나고 늘봄교실에 가는 날이면 늘봄에서 몇 시에 나와서 피아노학원 차를 타라, 오늘은 늘봄 안 가고 바로 나와서 영어학원 차를 타라는 내용의 쪽지를 써주었다.


2학기에는 또다시 혼선이 있을까 봐 학원 일정을 전혀 바꾸지 않았고, 최대한 늘봄에서 나오는 시간을 비슷하게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 덕분인지 초콩이는 자꾸 필통편지를 안 보고 집으로 오는 날도 조금씩 늘어났다.


"초콩이 너 자꾸 필통편지 안 읽고 오면 엄마 안 써준다!!"


"아니야 엄마!! 그래도 써줘!! 오늘은 내가 정말 바빠서 못 본거야!!"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초등 1학년이 뭐가 그리 바쁘다고 쪽지를 못 보았을까? 싶었지만, 이제 친구들과 반에 들어서자마자 신나게 노는 재미에 푹 빠졌으니 그럴 것 같다고도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 추석 연휴 이후에는 필통 편지를 쓸 시간이 없었다.

연휴 후유증인지 늦잠을 자기도 하고, 마음이 조급하기도 해서 필통 편지를 며칠 잊었더니, 오늘 아침엔 초콩이가 이런 제안을 했다.


"엄마, 오늘은 필통 편지 없어?"


"초콩아 미안, 엄마가 깜박했네! 내일부터는 꼭 써줄게!!!"


"엄마, 그러면 필통 문자로 해줘!!!"


"필통문자?"


그런 방법이 있었네!! 나는 그래도 초콩이에게 출근길에 사랑 가득한 문자를 보내보았다.


하루 종일 답이 없던 초콩이는 저녁 태권도에서 하원하는 차 안에서 나에게 사랑 가득 답장을 주었다.


딸보다 더 딸 같은 다정한 대문자 F 초콩이는 언제나 무지개 하트를 나에게 선물한다.


이럴 때는 내가 사랑이 가득한 필통문자를 받은 기분이다.


"사랑해, 이초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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