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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직렬독서지, 무슨 병렬독서야!

by 초마

"배똘! 나 다음번에 읽을 책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읽고 싶으니 준비해 주시오!"


남편이 나를 부르는 애칭 중의 하나는 배똘이다. 맨 처음 이 애칭의 시작은 '배똘똘'이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몇 개의 애칭으로 파생이 되었다. 그중에 하나는 '배또리' 그리고 '배똘'이다. 이 두 애칭을 주로 부르게 되면서 원래의 '배똘똘'이라 부르는 횟수가 조금 줄어들었다.


'배똘똘'이라는 애칭의 뜻은 나의 성인 배에 일처리가 깔끔하고 똑 부러진다 하여 똘똘을 붙여서 '배똘똘'이었는데, 벌써 이 애칭이 생겨난 것도 20년이 훌쩍 넘은 것 같다.


결혼 전에 메신저로 얘기할 때는 주로 '배또리'를 썼고, 만나서 부를 때는 '배똘'이다.그 차이는 아마도 '배또리'가 타이핑하기 편했고, 부를 때는 '배또리' 보다는 '배똘'이 입에 착 붙으니 그렇게 부른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남편은 나의 병렬독서를 늘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책은 한 권을 다 읽고 다음 책을 읽거나 해야지, 주르륵 여러 권의 책을 한 번에 읽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다.


나도 예전에는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음 책을 읽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5,6년 전부터 잠시 쉬었던 책과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몇 개의 독서 모임에 가입을 하게 되었고, 내가 혼자서도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병렬독서가 나에게 습관이 되어 버렸다.


"아빠, 엄마는 늘 책을 2,3장만 봐!"


아이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하루에 2,3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분량을 읽는 것이다. 그 분량은 많기도 하고 적을 때도 있다.


이상한 것은 독서 모임을 하면서 함께 있는 톡방에서 다른 분들의 인증독서를 보면 또 읽고 싶어 져서 자꾸만 읽는 책이 한 권 두권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의 눈에는 2,3장만 후다닥 보다가 넘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책을 많이 읽게 되니 자연스럽게 집안 곳곳에 책탑이 쌓이게 되었고, 나는 슬며시 남편의 눈치가 보이게 되었다.


남편은 늘 내가 여러 권의 책을 읽는 것을 못마땅해 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꿋꿋하게 남편에게 책을 권했는데, 최근에 남편에게 나의 책 전파가 통하기 시작했다.


맨 처음 성공한 책은 '신삼국지'였다. 요즘엔 역사책도 이야기처럼 너무 재미있게 나오고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한국사와 세계사에 대한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주곤 하니 남편도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았다.


더욱이 삼국지라면 누구나 한 번은 흥미를 가지고 읽어봤던 책이니, 슬며시 이 책을 권했다.


'이 책, 재미있던데 한번 읽어보면 어때? 아이들에게도 아빠가 책 읽는 모습 보여주면 좋잖아!"


나의 전략은 통했고, 남편은 신삼국지에 이어서 그릿으로 이어졌다.


그릿을 읽으면서 남편은 나에게 늘 말하곤 했다.


'책에다가 잔뜩 테이프를 붙여놔서 중요한 내용인가 했더니 전혀 아니던데, 왜 그렇게 많이 붙여둔 거야?

그리고 책에서 나오는 내용을 읽지만 말고 좀 실천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애들한테 소리 좀 그만 질러!"


이런 남편의 말은 언제라도 들어줄 수 있었다. 함께 책을 읽으면서 공감 가는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사실 우리에게는 사춘기로 접어드는 초롱이가 있으니 무조건 버럭 하는 우리 부부도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그릿을 다 읽어가는 것 같은데 다음 책은 어떤 책을 추천하면 좋을까? 하고 고민하고 있던 찰나, 남편이 나에게 말을 한 것이다.



"배똘! 나 다음번에 읽을 책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읽고 싶으니 준비해 주시오!"





나는 최근 [내향인의 독서]라는 독서모임에 참여 중이다. 죽전에 위치한 공유서재에서 리딩을 하고 있는 이 독서 모임은 내향인의 독서답게 책을 모여 읽거나 줌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각자 혼자 책을 빌려가서 읽고 나의 생각을 책상자 앞에 적어두는 것이다. 2달의 기간 동안 책을 많이 읽을 수도 있고, 내가 가져온 책을 1권만 읽을 수도 있지만 이 운영 방식이 새롭기도 하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오늘 잠깐의 틈이 나서 내향인의 독서 책을 가지러 방문했고, 나는 책 상자의 소개글만 보고선 내가 이번에 읽을 책을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남편이 읽고 싶다던 유시민작가의 청춘의 독서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놀랍기도 하고, 뭔가 통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이 책을 보자마자, 남편에게 말해주었다.


"초파! 나 이번 독서모임에서 책을 골랐는데 그게 초파가 읽고 싶다던 [청춘의 독서] 야 너무 좋지!!!"


남편의 대답은 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무슨 책을 또 시작한 거야! 책은 직렬 독서지 무슨 병력독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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