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대 갱년기
예전에 아이들과 여행중에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책 제목이다.
여행중이라기보다 여행을 가는 차 안에서 우리는 늘 오디오북을 들으면서 지루함을 달래는 편이다.
예전에는 장거리 이동을 할 때 내가 좋아하는 책의 오디오북을 들었지만, 강원도로 떠나는 길에는 항상 아이들으 책을 오디오북으로 듣는다. 맨 처음의 오디오북은 이상한 과자점 전천당이었다.
정말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되고 더 빠져들게 되는 전천당은 우리가 책을 듣고 얼마지 않아서 TV 프로그램에서 애니메이션을 방영했고, 아이들은 더욱 재미있게 빠져들었다. 그 이후로도 다양한 시리즈들을 많이 읽었는데, 최근 기억나는 것은 남몰래 가족 단톡방 가족 시리즈, 꼬마흡혈귀 시리즈, 짜증방, 거짓말 삽니다, 뻥뻥수, 그리고 의사어벤져스, 고민해결 사무소등 적고보니 정말 많은 책들을 함께 들었던 것 같다.
나도 오디오북을 좋아하는데, 그냥 읽어주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재미있게 성우분들이 실감나는 연기를 하니 아이들도 더욱 푹 빠져버릴 수밖에 없다.
그 중에 내가 요즘 다시 듣고 싶은 책은 바로바로, 사춘기 대 갱년기이다.
이 책은 주인공과 가족들이 우리와 상황이 너무 비슷했다.
특히 주인공의 이름은 루나, 첫째의 영어 이름이 루나이고, 엄마가 40살에 낳은 것도 똑같고, 엄마와 아빠가 비슷한 업종에서 일을하다 만난 것도 비슷하다.
그러니 나도 더욱 재미있게 빠져들면서 읽고 들었고, 사춘기가 시작된 초등 5학년 루나와 갱년기에 푹 빠져 있는 엄마와의 갈등을 몇몇의 사건을 통해서 이해하고 감정의 골이 해결되는 초등 고학년 동화책이다.
일단, 갱년기에 빠져 있는 엄마는 잠만 잤고, 아빠는 세상 다정한 딸바보인 것이 우리집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말 못되게 하고 삐죽삐죽한 사춘기 딸은 첫째 초롱이를 많이 닮았다.
나의 사춘기는 순전히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나는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혼자서 잠자면서 말 안듣는 정도? 로 끝났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계셨다면 나의 사춘기를 물어보면서 초롱이의 삐죽댐을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가 없으니 일단 내 생각으로는 나는 그저 수다스러운 잠꾸러기였던 것 같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딸 초롱이와 나는 늘 카페에서 함께 책도 읽고, 음료도 마시면서 데이트를 하고, 북카페를 함께 돌아다니는 상상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 상상은 항상 현실 속 초롱이의 목소리에서 깨진다.
"나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난 아빠랑 여행 갈거야!"
이런,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늘 사춘기라서 못됬게 말하기 시작하는 초롱이와 그 버릇을 고쳐버리겠다는 남편의 날선 공기를 화해시키는 것이 바로 나인데 말이다. 사실 화해라기보다 내가 중재를 해서 남편의 화를 잠재우고, 초롱이의 마음도 다독여주고 있는데, 그 마음도 전혀 몰라주고 항상 나를 보면서 말한다.
"엄마, 미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방 맞은 느낌으로 사춘기 대 갱년기를 시작하다보니, 어느 날은 그저 내가 참아야지 하지만, 또 회사일로나 이런 저런 일로 지쳐 있는 날에는 소리부터 지르는 나를 본다.
"너, 엄마가 갱년기니까 좀 봐달라고 했어? 안했어!
그 사춘기 대 갱년기 책 엄마처럼 엄마도 계속 잠만 잘까??? 그럼 좋겠어?????"
뭐 이런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면서 초롱이의 행동에 트집을 잡는 둘만의 싸움이 시작된다.
한참을 혼내놓고서도 또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슬며시 손을 내밀어 안아주는 나이다.
그래서 남편은 엄마를 만만히 본다고 하는데, 그러면 또 어때? 엄만데..
이제부터 시작될 장기적인 사춘기 대 갱년기의 싸움에서, 다들 갱년기가 이기니까 걱정말라고 하지만, 그래도나는 초롱이에게 져주고 싶다.
생각해보면 그 예전 엄마가 나에게 져주었던 것처럼.
왜냐하면 나는 엄마, 딸바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