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지, 커피 마시러 가자!"
아침 출근하고 우리팀 막내에게 커피 마시러 가자고 했다. 나의 회사에서 커피메이트는 지난 연말부터 출산휴가중이라 마땅한 커피메이트가 정해지지 않았다.
그 동안 회사에서도 인원 감축, 팀 변경 등 많은 일이 있었기에 회사에서 커피메이트를 정한다기보다 그저 그날 아침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끼리 커피를 마시러 나가곤 했다.
그나마 월요일이나 되어야 사람들이 회의로 인해 사무실에 있었고, 다른 요일은 직근이 많고 미팅이 많아서 함께 커피 한잔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팀이 바뀐것은 아닌데, 팀 조직이 바뀌면서 우리팀 막내와는 조금 서먹하게 멀어진 듯한 사이가 되어 버렸다.
사람들이 그만두면서 내가 맡아야 하는 일이 더 많아졌고, 업무도 방문해야 할 거래처도, 해야 할 레포트도 많아지다보니 자연스레 사무실에 머무는 일이 적어졌기도 했지만, 왠지 팀이 쪼개어진 것 같은 것은 사실이었다. 1999년생 우리팀 막내는 나에게는 속된말로 첫사랑에 실패하지 않았으면 딸뻘이 될수도 있겠다. 그러니 나의 눈에 로지가 귀엽게만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오랜 회사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굳이 나의 업무 스타일과 같지 않다고 요즘 MZ 세대들에게 회사 선배랍시고 가르치려고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몇년 차 아래의 동생뻘 동료들에게도 기분 나쁜 조언보다는 업무에 도움이 되는 팁을 슬며시 아려주는 것이 요즘의 나이다. 그런 내가 딸뻘의 팀막내에게 무슨 질타나 업무 지적이 필요있을까. 그저 조금 업무에 빠르게 익숙해지는 노하우를 슬며시 알려주는 것일뿐이다.
나름 팀간 분위기가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얼마전 조직이 바뀌면서 왠지 멀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늘 아침, 막내에게 커피 마시러 가자고 했다.
"부장님! 오늘 커피 제가 살께요! 스벅으로 가요!!!"
"부장님, 이 커피 드셔 보셨어요? 글레이즈드라떼 먹어요! 우리!!!"
사실 나는 아메리카노 말고는 다른 커피는 즐기지 않는 편이지만, 오늘은 막내가 쏘는대로 즐겨보기로 했다.
"그럼, 오늘은 로지의 팁대로 먹어볼까?"
오랜만에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가득한 판교의 하늘은 맑음이었다. 짧지만 팀막내에게 고충은 없는지 살펴보기도 하면서 달달함에 취해본 오늘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