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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행ㅣ항동ㅣ아침산책 푸른수목원

여행의 기록ㅣ첫번째 이야기

새벽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여름, 아내가 나에게 배가 고프다고 했다. 배가 고프다는 아내의 말은 항상 나를 놀랍게 한다. 아내는 이제 27주가 되는 둘째 아이를 가진 임산부인데 좀처럼 잘 먹는 음식도 좋아하는 음식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걱정이 많았다. 예쁜 외모이지만 작은 체구여서 그런지 아내는 연애 초 때부터 잘 먹지 않았다. 둘째를 가지고서도 먹고 싶은 음식이 없다는 아내의 말이 내내 걸렸었는데 너무 이른 시간 이기는 하지만 아내의 배고프다는 말은 내가 가장 듣기 좋은 말 중에 하나다. 내 마음에 행복이 그려졌다.


/사실 난 아내가 아이를 가졌을 때도 가지지 않았을 때도 잘 먹기를 원한다.


어쨌든, 우리는 방금 일어나 눈이 부스스한 아이인 우리 첫째를 이끌고 동네에 있는 맥모닝을 먹으러 갔다. 얼마 전 생긴 패스트푸드 점인데 우리 가족은 가끔 주말엔 드라이브 쓰루-를 이용한다. 매번 차에서 가져가거나 때론 가게 안에서 늦은 오후에 먹는 것이 많았는데 오늘은 9시가 되기 전에 도착을 했다.


/아내가 먹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어느샌가 첫째 아이가 아내보다 더 많이 아침 식사를 한다고 생각했을 때쯤 시간은 9시를 향하고 있었다.

근처에 사는 여동생을 픽업해 푸른 수목원에 도착했을 때는 내가 오늘 일어났을 때의 아침 시간과 같이 매우 날씨가 좋지 않았다.


/아니,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어쨌든 아이는 좋아했다. 처음 이곳이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작은 모종뿐이라 나뭇가지들이 매우 앙상했는데 지금은 제법 내 키를 훌쩍 넘은 나무들도 몇몇 보였다.

작년 가을에 날씨가 아주 좋을 때 아내와 아이, 부모님과 찾아온 적은 있었지만, 그때는 걷지도 못하는 아이였는데 오늘은 새파란 나무들이 신기했는지 매우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내 눈앞에 있는 아이의 뛰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내 아이보다 체력이 안돼 같이 뛰어 주고 있지 못하는 내가 미안할 뿐이다.

매일매일 푹푹 찌는 서울 하늘이지만 오늘만큼은 아침에 오니 가을 날씨 같은 느낌이 든다. 같이 나온 내 아이와 같이 손을 잡고 아내와 함께 신나게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생각보다 아침에는 수목원이 시원했기 때문에 아침에 방문한 푸른 수목원에게 감사하기까지 했다.

한참을 놀다 아이가 수목원 가운데에 있는 곳에서 뛰어가는 아이를 불러 사진을 찍었다. 자신의 키보다 높은 갈대를 가로질러 가는 아이의 표정이 너무 신기해 핸드폰 카메라로 셔터를 몇 번 눌러보았다. 생각보다 맘에 드는 사진 한컷이 나왔다. 바람이 차가워 아이를 다시 차에 태우고 돌아왔던 하루. 내 아이와 아내와 함께 다시 찾고 싶었던 푸른 수목원의 아침을 사진과 함께 기억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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