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청구를 빠짐없이 싹 다 해야 하는 이유

[불난 집 아랫집의 간접피해 보상기] 19화

by 조서경

[본 글은 개인 경험 기록이며, 개인적 판단을 포함합니다. 상세 고지는 글 하단을 참고하세요.]


2025년 1월,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넉 달 하고 열흘이 지났을 때 내가 가입한 개인보험에 피해보상청구서를 보냈다. 이 시리즈에 적은 모든 자료를 정리해서 제출했다.


<1차 추정손해액>

청구서를 보내고 한 달 이상 지나서 '1차 추정손해액' 문서를 받았다. 내용을 보니 가재도구 피해가 인정되지 않았고, 세탁비와 청소용품 등 손질비만 반영되었다. 피해 물품을 복구하려는 노력을 다 인정해서 산정했다고 하는데, 나는 좀 어이가 없었다. 헝겊으로 만든 모든 것, 종이로 만든 모든 것, 나무로 만든 일부 가재도구를 전부 폐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손실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후 문자로, 메일로 꾸준히 피해 주장을 하였고, 두 달 뒤에 다시 보내온 '2차 추정손해액'에서는 물품 피해가 인정됐다. 대신 세탁비와 청소용품 등 손질비는 제외했고, 피해 물품에는 감가와, 손율, 특약에 있는 '가재도구 재조달 비용'을 적용하여 결과적으로 1차에 비해 총액은 늘었다.


여기서 봐야 할 것은 ‘감가’, ‘손율’과 ‘가재도구 재조달 비용’이다. 이 내용을 짚는 것은 피해자가 보험사의 관행, 산식, 약관 해석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감가

피해 품목의 영수증을 찾아서 청구했기 때문에 구매 날짜가 분명하여 30%를 감가하고 손해액이 산정됐다. 이 감가에는 이의가 없었다. 다만 감가를 하고 나니 보상액이 얼마 안 됐다. 청구서를 쓸 때, 피해물품마다 영수증을 찾아야 했는데, 몇천 원짜리까지 다 영수증을 내야 하니 찾다가 지치기도 하고, 이것까지는 청구하지 말지 싶은 것도 있었다.


그리고 사진도 남기지 않고 폐기한 것들은 청구할 수 없었다. 행주, 지퍼백 등 주방 소모품 대부분, 포스트잇 등 손에 닿는 문구류 대부분, 뒷면에 코르크가 붙어있는 장식품, 헝겊으로 된 파우치, 갖가지 크기의 면포, 매트와 폼롤러 등 간단한 운동장비 등등. 매캐한 냄새가 나거나 분진이 흡착되는 재질의 물건들은 다 버렸다. 빨리 버리고 싶었는지, 아니면 비싼 게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사진 기록도 남기지 않은 게 꽤 많았다. 그런데 그게 각각은 얼마 안 되지만 다 사려면 돈이 꽤 든다.


그러니 행주 한 장이라도 버릴 때는 다 사진을 찍어서 남겨야 한다. 그리고 ‘이건 얼마 안 하네’, ‘뭐 이런 것까지 청구하나’, 그런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고 싹 다 청구해야 한다. 왜냐, 청구한다고 보험사가 다 주지 않는다. 학생들 수업에 쓰는 여러 가지 교육용 카드는 사업 용품이지 가재도구가 아니라고 보상 대상에서 빠졌다. 이것 빼고, 저것 빼고, 감가하고, 어차피 보상액이 얼마 되지 않으니, 피해자가 알아서 빼고 말고 할 것 없다. 싹~~ 다 청구해야 한다.


그리고 ‘감가’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알게 된 내용 하나를 공유하기 위해 올린다. 인테리어 감가상각 적용 기준에 대한 것인데, 지어진 지 10년 된 상가 건물에 입주하여 2년 전에 인테리어를 했다면 인테리어 비용을 보상받기 힘들다고 한다. 대응을 위해서는 처음부터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한다.

https://www.lawbobae.com/fir/attacker_view.php?seq=89&selectvalue=&searchvalue=&ca1=1&ca2=


(2) 손율

피해 물품의 구매가에서 감가를 적용한 뒤, 또 ‘손율’이 적용되었다. 그러니 보상액은 형편없이 줄어들었다. 검색해 보니 ‘손율’은 ‘손해율’이라고 나왔다. 손해율이라면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져서 보험료를 인상한다’ 이런 기사를 본 적은 있었다. 그런데 개인이 화재 피해를 입어서 물건을 폐기하는데, 왜 60%, 70% 이런 손해율이 적용되는 것인가. 옷을 100%로 볼 때 40%에는 분진이 안 묻고 60%만 분진이 묻었다는 건가? 당시 손해사정사에게 전화해서 묻고 항의했는데, 무슨 답을 들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자료조사 후 정리)

손해율은 보험사로 들어온 보험료 중에서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만약 보험사가 1,000만 원의 보험료를 받아서 500만 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면 손해율은 50%가 된다. 손해율은 보험사의 수익률을 확인하는 중요한 지표로 쓰이며, 보험사의 손해율이 높아지면 보험을 팔수록 손해라서 이를 보전하기 위해 보험료 인상이 고려된다. 현재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은 반면, 일반 화재보험을 포함하는 ‘일반손해보험’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손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CHATGPT/GEMINI)


그런데 전체적인 보험료를 결정하는 대표적 요인인 손해율을 개인에게 피해보상을 할 때에도 적용하는 것인가? 손해보험사의 손해율이 50%이면, 피해자에게 보상할 때도 50%만 하는 것인가? 몇 가지 자료를 찾아보니 그런 내용은 없다.


‘화재 보험 손해율은 개별 피해 보상 금액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구글 AI)

‘화재보험의 손해율은 개별 피해 보상액에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ChatGPT)

‘화재보험에서 말하는 손해율은 보험회사의 경영 지표로 사용되는 개념이며, 피해자에게 직접 지급되는 보상금액을 결정하는 기준은 아닙니다.’ (Gemini)


화재 피해자가 적은 어떤 글에는 ‘보험사는 손율을 적용하고 싶어 했으나..... 손율은 적용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있었다. 나도 여러 번의 항의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손율이 적용되지 않았다. 만약 내가 의문을 품지 않고, 그런가 보다 했다면 그 보상액에서 마무리되었을 거다.


얼마 전에 암보험을 조정했는데, 그때 만난 설계사가 가입자들이 보험 청구 상담을 요청해서 보면 받을 수 있는 것도 청구 안 한 경우들이 있다고 한다. ‘이거 왜 청구 안 하셨어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은 ‘안된다고 하던데...’라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안 된다고 해서 알았다고 하면 거기서 마무리될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좋겠다. 물론 힘은 좀 든다.


(3) 가재도구 재조달차액

‘2차 피해 추정액’에는 특약으로 가입한 ‘가재도구 재조달 차액’이 적용되었다. ‘가재도구 재조달 차액’은 화재로 인해 손상된 가재도구를 시가(감가상각된 중고 가격)가 아닌 신품 가격을 복구하는데 필요한 추가 비용‘을 말한다. 그러니까 내가 3년 전에 10만 원짜리 바지를 샀는데, 화재 피해로 폐기했다면 감가가 적용되어 7만 원이 보상된다. 그러면 나는 3만 원을 손해 본 것이다. 지금 다시 바지를 사려하니 물가가 올라서 12만 원에 샀다. 이때 폐기로 인해 손해 본 금액 3만 원을 보상액에 추가해 준다. 이게 ’ 가재도구 재조달차액‘이다.


처음에는 이 특약의 내용을 잘 모르고 총액으로 보상되는 줄 알았었다. 예를 들어 내가 폐기한 물건의 총액이 1,000만 원이고, 새로 산 물건의 총액이 1,200만 원이면, 그 차액인 200만 원을 보상해 주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 옷장을 폐기했으면 옷장을 살 때 차액을 채워주고, 바지를 폐기했으면 비슷한 바지를 살 때 차액을 채워준다. 그러니 폐기한 물건대로 구입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 상품을 사야 한다.


나는 2,500여 권의 책을 폐기하고 당장 필요한 책을 중고로 사느라 눈이 빠지게 검색을 했었는데, 중고로 산 것은 보상이 안 된다. 그리고 물가가 올랐기 때문에 보상액을 다 받아도 새로 물건을 구입하는 데는 부족하다. 거기다 재조달 차액을 받겠다고 물건을 한꺼번에 구입할 수도 없었다. 다만 보험은 3년 안에 추가 청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폐기한 물건과 같은 품목의 물건을 구입했다면 추가 청구를 고려할 수 있다.


(4) 세탁비와 청소용품-수선비를 제외함

1~18화에 적은 것처럼 나는 가재도구를 살리기 위해 제습제를 구매했고, 세탁비를 지불했고, 벽에서 탄내가 나서 탈취용품을 구매해 벽을 닦기도 했다.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 그런데 보험사는 가재도구 피해를 인정하는 대신 수선비를 모두 보상에서 제외했다. 복구하려고 노력했으나 복구가 안 됐으니 보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탁해도, 청소를 해도 복구가 안 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복구 비용을 보상하지 않으니 아예 복구 노력을 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 괜히 돈 쓰고 애쓰고 결과도 알 수 없는 복구 노력을 해야 할까? 그래서 앞서 <피해는 복구하지 말고 일단 보관하라>에서 썼듯이 서둘러 세탁하고 청소하지 말고, 손해사정사나 보험사와 얘기를 먼저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복구 노력을 했는데 복구가 안된다면 복구 비용은 보상이 되는지. 만약 안된다면 차라리 지금 폐기를 하는 게 나을지. 딱 한 번만에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한다면 좋은 세탁업체나 청소업체를 소개해줄 수는 있는지. 물론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답변해주지는 않겠지만 확인할 만큼 한 후에 복구를 결정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나는 가재도구 손실은 인정하면서 손율을 적용한 <2차 피해추정액>도 수용할 수 없었다. 그랬더니 보험사에서는 피해를 과학적으로 더 입증하라는 요구를 했다.


나는 이토록 피해가 확대된 데 보험사의 책임은 없는지 묻기로 했다. 이토록 피해가 명확한데도 굳이 피해를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면, 보험사 입장에서 이것이 피해가 아님을 입증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런 요구로도 부족하다면 소송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피해가 너무 확실해서 그만둘 수도 없는데, 더 이상 혼자 대응하다가는 딱 죽을 것만 같았다.


<2차 피해 청구서>를 메일로 보내고, 소송에 앞서 금융감독원에 몇 가지 절차를 물었다. 그 과정 중에 보험사와 협상이 이뤄졌다. 폐기한 일부 가재도구의 전손 인정, 감가는 적용되었고, 손해율은 적용되지 않았다. 특약에 있는 가재도구 재조달비 얼마, 임시숙소거주비와 그 기간 내 식비가 보상됐다.


화재 사고가 난 지 8~9개월, 1차 피해청구서를 제출한 이후 넉 달 정도 걸렸고, 이로부터 두 달 후에 보상액이 입금되었다. 생각해 보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거쳐야 할 단계를 다 거친 게 아닌가 싶다.


보험사는 내가 증거를 잘 모았다고 해서 ‘유효한 증거를 잘 모으셨네요’ 하지 않으며, 피해진술서를 자세히 썼다고 해서 ‘피해를 많이 입으셨네요’ 하지 않는다. 피해자의 피해를 부정하고, 부정하고 또 부정한다고 느꼈다. 때문에 대응하고, 대응하고, 또 대응해야 전체적인 손실을 좀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면서 자료를 하나 봤는데, 농작물재해보험 손해평가에 대한 내용이다. 재해보험은 정책보험으로 일반 손해보험과는 성격이 좀 다르기는 하다. 이 자료에서 눈여겨 읽은 것은 손해평가를 보험상품 판매자인 보험사가 운영하기 때문에 현장 손해평가사 처우나 일감 배당 문제를 넘어 최종 수혜 대상자인 농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 손해보험에서는 제기하기 어려운 문제인지 궁금하다.

https://www.ikpnews.net/news/articlePrint.html?idxno=67616


아무튼 산을 하나 넘었다.

그리고 짜잔~

더 큰 산을 만났다.

발화세대 개인보험 vs 단체보험

그들은 나를 탁구대에 올려놓았다.


본 글은 개인의 경험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관련 서류와 자료(증빙)는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 글의 목적은 유사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빠르게 대응하는 데 참고가 되도록 경험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본문에 포함된 의학적, 과학적 내용은 개인의 경험과 참고 자료 및 제삼자의 의견을 종합한 개인적 판단이며, 전문적 검증이나 수치화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본 게시물은 고의적 비방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사실 관계의 오류가 발견될 경우 정정하겠습니다. 현재 이 사안은 금융감독원에 정식 접수되어 조정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접수번호: 202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