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작업일지#2

영감을 주는 어떤 것

by MIRA

손이 빠르다는 건

어떨 땐 좋은 일이지만,

어떨 땐 좋은 일이 아닐 수 있다.

좀 천천히 만드려고 생각했는데,

또 100개 만들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누구나 그렇듯이 초행길은 낯설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가다 보면

낯섬은 사라지고, 익숙함이 나오지.

그러니까,

처음 새로운 형태를 시도할 때는

천천히 생각을 거듭하지만,

한 번 손에 익은 형태는

메뉴얼대로 손이 착착 움직이니,

재미없단 얘기야.

난 천천히 오래 즐기면서 만들고 싶은데,

내 손은 벌써 저만치 앞서가는 거지.

식재료에서 영감을 얻었다하면 이상하려나

중첩하는 선이 있고, 약간의 구조적 형태가 있고,

일정한 방향성이 있는 듯하나 규칙적이지 않은

뭐 그런 이미지.

십자가의 뒤태가 조금 낯설게 느껴지는 건 기분 탓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집모양과는 다를 수 있지만,

길고 짧음, 높고 낮음, 수직과 수평.

그 안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는가?

언제나 나는 같은 명제 안에서

고민하고 생각하고 작업을 한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효리이슈도 있고,

사람들이 원하는 분위기도 있고,

음, 그러면

나는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

글을 쓰면서 알았다. 내가 보낸 대표작 사진도 저거였다는 걸.

다른 작품은 슥슥~손이 가는 데로 만들었지만,

유독 저 작품은 마지막 동그라미를 어디에 넣을까 상당히 고민을 했다.

혹시 사람들도 이게 다르다는 걸 느꼈을까?


천천히 여유를 느끼면서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싶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는

어디에서 왔을까.


*커버사진은 @brainshort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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