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작업일지 #3

@chinchin_pottery

by MIRA

뭔가 결정해야 할 일이 있으면,

나는 동네 뒷산을 오른다.

익숙한 길을 걷다가 내려오는 길엔

항상 답을 구하기 마련이다.


음, 생각하고 있는 일이 하나 있는데,

마침내 하기로 했다.

2026. 1. 16 - 2026. 1. 20

chinchin_pottery in Taiwan


몇 년 전부터 동문회에서 하던 대만 전시인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한 번도 갈 기회가 없었다.

20대에는 돈이 없어서 못 갔고,

30대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 갔고,

40대에는 정신이 없어서 못 갔고,

50대가 된 지금은 자신이 없어서...


작은 갤러리라고 후배가 그랬는데,

인스타에 들어가 보니, 이런저런 활발한 활동을 하는 곳이었다.

오십이 넘어 뭐 이렇다 할 이룬 것이 없다는 생각에 갑자기 겁이 났다.


소싯적 나의 성격은

웬만한 것에 쫄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문제를 해결했는데, 나이를 먹으니 두려움이란 게 생겼다.

'내가 너무 뒤처지진 않았을까?'


얼마 전 대학후배와 산책을 하면서,

그 아이가 그러더라.

"언니는 언니만의 작품세계가 분명히 있어요, 남들이 하지 않는 독특함이요. 그런데, 작품가를 너무 낮게 책정하지 마세요. 선택한 사람이 더 가치 있는 선택임을 느끼게 해 주세요."


나는 사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큰 기쁨을 느끼는 타입이라,

작품가에는 별 생각이 없다.

오히려, 내 작품을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하다.


후배말은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게,

자신의 선택이 대단하게 느낄 수 있게,

걸맞은 가격을 책정하란 소리인데..

나는 낮다높다를 떠나

그저 나를 이해하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크게 만드는 게 어렵다.

아니,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

(이건 여러 이유가 있는데, 나는 기본 유닛을 중요시하고, 그 단위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고집이 있다. 그래서, 작품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비교적 일정하다. 그래서, 문제는 큰 작품이 꺼려진다는 사실.

그래서, 낮은 가격이 타당하다고 본다)


변명처럼 들릴 테지만,

내가 좋아하는 배우 그림도 마찬가지다.

각기다른 푸른 색을 찾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누군가는 내 작업을 가볍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 어느 누구에게도 무거움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밝고 경쾌하고 부담 없는 그 어떤 것.

회색빛 흙은 온데간데없고

하얀 비스킷만 남았다.

더운 여름이 지나갈 즈음,

다시금 푸른 지붕을 얹어야겠다.


그런데, 말이지.

효리이슈로 십자가만 잔뜩 얹었는데,

대만은 십자가가... 통하려나?

내가 좋아하는 부엉이 아닌가.

加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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