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또 논문을 쓸 것도 아닌데,
남편은 폐종이 한 바가지를 가져왔다.
물에 종이를 불린다.
작업의 시작이다.
내가 작업할 때 쓰는 소지(흙)는
백자토에 종이를 섞은 것으로
어떤 면에선 지점토와 유사하다.
대학원 논문을 쓸 때,
'무엇을' 만들기보다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깊게 생각했다.
우연히 교수님 논문을 읽고,
관련 책을 보면서,
나는 느낌이 딱 왔다.
저거다.
현미경으로 본 Paperclay는
사진과 같이 소지 사이사이에 종이의 섬유소를 함유하고 있다.
SH오빠가 요업기술원에 다닐 때,
자료를 정리해 주었다.
소지에 종이를 섞어 작품을 만들면,
소성 후 종이는 완전히 연소된다.
종이가 있던 자리에는 미세한 기공이 생기고,
작품을 완성했을 때
100% 소지에 비해, 무게가 경감된다.
한마디로,
작품은 골다공증 환자의 뼈 상태와 유사하게 되며
부피는 같지만, 좀 더 가벼운 작업이 가능하다.
2004년 통인화랑에서 개인전을 할 때,
드라이가 아주 잘 먹은
엘레강스한 미국인 여성 한 명이 방문했다.
그녀는 친구가 꼭 가보라고 했고,
자신은 필라델피아 도예연구소 부회장이며
도자기가 그려진 명함 한 장을 주더라.
Philadelphia, Vice president, Janet OOOO
(명함은 언젠가 버렸고ㅜ 이름만 기억한다ㅜ)
"If My friend met you, she would definitely be proud of yours. She also makes Paperclay."
" I read Rosette Gault's book"
"Oh, my. That's her."
그녀는 나의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스승이다
내년 대만 전시 관계로 WOO가 공지를 올렸다.
전시기간 동안 workshop 지원자를 받는다는.
난, 잠깐 생각에 잠기다가 톡을 보냈다.
ㅎㅎㅎ저요
남편은 나의 액션에 놀라더라.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또,
지금 유명하지 않은데,
작업얘기를 할 수 있을까.
살짝 소심해졌다.
하지만,
더 이상 유명해질 순 없을지 몰라도,
난 언제나 작업에 진심이었고
음.
작업을 소중히 생각하는 건 여전히 변함이 없다.
오랜만에, 노트를 다시금 꺼내본다.
Paperclay는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