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Note20로 그림을 그려요

by MIRA

"네? 뭘로 그렸다구요?"

"Note로 그렸어요. Galaxy Note20, 휴대폰으로."


내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본 사람들은 공통된 질문 두 가지를 한다.

첫 번째는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람이 남편이냐고, 두 번째는 어떻게 그린 거냐고.

그럼 나는 남편이 아니며 휴대폰으로 그렸다고 답한다. 자연스럽게 S-pen을 꺼내 그림을 그리면 대부분 놀라거나 신기하게 본다.

어느 날 갑자기 Note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는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다. 조소과에 다니던 작은오빠의 영향일 수도 있는데, 미대로 진로를 정하고, 전공을 선택할 때, 나는 뭔가 흙이 주는 친근함이 좋았다.

새로 만난 어떤 사람들에게 나의 직업을 말하면, 사실 나도 정확하게 내 직업이 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중년의 나이에 전공이 뭐 그리 중요할까 싶지만, 나는 여전히 작업을 하고 있고, 내가 아는 사람 절반은 도예가인 것으로 보아, 아직까지는 도예가인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예가라는 나의 직업에 놀라고, 내가 미술을 전공했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란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의 외형적인 모습은 교사에 가깝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나의 내면은 철저하게 미대생임을.

"여기 왼쪽에 pen이 있어요. 누르면 나와요."

"네? 거기 pen이 있었어요?"

나의 절친 최프로 어머니는 나와 같은 휴대폰 기종을 가졌다. 그녀는 Galaxy Note20 한쪽에 S-pen이 있다는 사실을 나를 통해 처음 알았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사실 휴대폰의 기능이 뭐가 중요하겠나? 전화받고 카톡하고 인터넷 좀 하고 사진 몇 장 찍을 수 있으면 되지. 나는 휴대폰게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외의 기능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래서, 휴대폰을 선택하는 것도 고민스러운 일이 아니였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내가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어서, pen을 다시 들던 날 어떻게 그려야 할지 상당히 막막했다. 약간의 당황스러움이 있었지만, 금세 내 손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랬던 것이다.

오랫동안 나는 많은 것들을 잊고 지내왔다. 하지만, 여전히 내 몸이 기억하고 있는 어떤 것들. 그림을 그리면서 사라진 나의 열정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미대입시 실기 필수는 뎃생이지만, 정작 대학에 가서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가장 필요한 작업임을 깨닫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