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을 울었다. 엄마는 나까지 미대를 보내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왜 작은오빠는 되고 나는 안되는지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명화집 하나 가져본 적 없지만, 집안 곳곳에 작은오빠가 고등학교 때 그렸던 그림들을 보면서 한 번도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미술학원 문을 열고 들어가던 순간, 설레임과 두려움이 공존했지만, 내 인생의 가장 결정적 순간이었음은 틀림없다.
"앞에 석고상 보이지? 여기 종이에 그려."
원장 선생님께서 이렇게 딱 두 마디를 하셨다.
나는 4B연필로 종이를 모눈종이처럼 칸을 나누고 각각의 칸에 퍼즐을 맞추듯이 형태를 채워나갔다. 누구도 어떻게 하라고 말해주지 않아서, 내 딴에는 머리를 굴려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막막했다. 게다가 위아래로 팔을 휘두르다 보니, 팔이 아팠다. 친구들은 벌써 기본 석고를 그린다. 중형으로 넘어간 친구도 있다.
(기본 석고 3인방은 아그리파, 비너스, 쥴리앙으로 6개월 정도 완성도가 나오면, 장식이 좀 더 추가된 중형 석고로 진급한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에 들어가 가나다라를 배우는 것처럼 선을 긋는다. 건너편에 앉은 친구가 한심하다는 얼굴로 나를 힐끔 쳐다본다. 갈 길이 멀지만, 친구의 모습이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나는 우리 학교 미술부에서 가장 막차를 탄 학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마지막 티켓팅에 미술 선생님조차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셨다. 하지만, 나는 딱 한마디를 했다.
"선생님, 제가 Mr. Cho 동생이에요."
"어머! 너 그림 잘 그리겠다~"
내가 그린 인물이 누군지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가르치던 학생이 BTS 지민이냐고 물었다. 물론 아니다. 사람들은 Note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까?
몇 년 전 Note20 광고를 보면 일러스트로 고양이를 그리는 장면이 나왔다. 나는 그걸 보고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그림을 그려서인지 형태를 어디서부터 잡아야 하는지 감이 안 왔다.
게다가 나는 석고상만 그려봤고, 인물은 어린 Yoon을 그려본 게 전부였으니 어디 가서 미대나왔다고 말하기 참 뻘쭘한 상태가 되었다. 말 그대로 손이 굳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