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그러는 거 아냐

by MIRA

대학원 다닐 때, Fly to the sky를 엄청 좋아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생각 외로 나는 좋아하는 게 참 많았네. 나중에 아마 '김현수'도 등장할 것이다. 야구밖에 모르던 시절도 있었다.

환희와 브라이언 중에 나는 브라이언을 좋아했다.

노래 파트가 너무 짧아서, 잘 찾아서 들어야 할 만큼 아쉬웠지만, 동기들이 'missing you'를 들으면 언제나 내 생각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브라이언의 한국 이름은 주민규이다. 남편과 이니셜이 같다. 거기에 둘 다 닭 띠다.

나는 아마도 JMK 이니셜에 닭 띠인 어떤 사람과 결혼할 운명이었는데, 바퀴가 살짝 잘못 돌아서 남편과 결혼한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바퀴가 몇 바퀴 더 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내가 꽂힌 중국 배우도 역시 닭 띠다. 꼬끼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졌다

슬슬 그림 그리는 재미가 붙었다. 나름 체계가 잡혀가는 느낌이라 어디서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감을 잡았다.

처음으로 별그램을 시작했다. weibo도 깔긴 했는데, 가입하진 않았다. 살짝 두려웠기 때문이다.

날마다 별그램을 뒤지기 시작했다. 닥치는 대로 정보를 수집하고, following을 했다.


"나도 멋지게 한 장 그려줘."

남편은 미술을 좋아한다. 아니, 이해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림 실력은 초등학교 3학년에 멈춰있다.


일반적으로 그림을 잘 그린다 못 그린다는 사실기를 기점으로 나누어진다.

초등학교 3학년쯤 되면, 내가 그린 그림이 실제 사물과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전까지 온갖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림을 그리면, 상을 받았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눈에 보이는 사물 그대로 똑같이 그려야 상을 받는다.

상상화만 잘 그리던 아이는 한순간에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이 된다. 갑자기 미술이 싫어지는 과목으로 변한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리를 중학교에 가서야 들었다.

내가 받은 첫 번째 미술상은 유치원 사생대회인데, 작은오빠가 그리라는 데로 그려서 상을 받았다. 그래서 내가 그린 그림인지 오빠가 그리라고 한 그림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부상으로 크레파스를 받았는데, 그게 더 좋았다.


웹툰 작가들을 보면, Note는 아니지만, 비슷한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는 것 같다.

나 혼자 산다에 기안이 만화를 그리는 것을 보면, S-pen 같은 걸로 그리고, 원하는 부분에 색을 넣는 것 같았다. 클릭 몇 번으로 배경 색이 채워진다.

하지만, 요즘 새로 시작한 아크릴화는 노동집약적 방식이다. 아마 캔버스를 모두 채우려면 수만 번 붓질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기안을 이해한다. 캔버스와 내가 하나가 되는 시간,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나는 나만의 세계에서 시공간을 초월한 기분을 느낀다. 그곳이 섬이라 할지라도 그 순간의 몰입이 충분히 좋다.

신기하게도 나는 항상 이성적이며 현실적이라 말하고 있지만, 내가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는 가장 감성적으로 변한다.


어떻게 도구를 사용하는지 몰라서, 대충 이것저것 눌러서 시험 삼아 그려보았다. 오색찬란한 팔레트에서 사진과 유사한 색을 골라 슬쩍 칠해보았다.

잘 그려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니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어쩌면 색을 입혀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한 번 찐~하게 그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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