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갔던 열정을 찾아드립니다

Oh, my dear

by MIRA

나는 90년대 MBC 드라마왕국에서 살던 사람이다.

대학원 다닐 때, <불꽃>이 방영되었는데, 본방을 사수하고 다음날 학교에 가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기억이 난다.

은숙 선배님의 <파리의 연인>에서 여주인공이 "강릉여고 나오셨어요?"라고 대사를 치는데, "저, 강릉여고 나왔어요. 저 말이에요, 저"라고 대답을 했다.

하지만, 그런 나의 열정도 <도깨비>를 거치면서, 불멸의 반대 길을 걷게 되었다. 더 이상 나의 감성이 남아있지 않은 무미건조한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는 중학교 때 장국영을 엄청 좋아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영웅본색 OST는 나에게 가장 슬픈 노래였고, 나중에 중국어를 전공하겠다 결심할 정도로 많이 좋아했다.

그가 지금의 내 나이에 죽음을 택한 것을 생각하면 여전히 애잔함이 느껴진다. 중국 여행을 여러 번 다녀왔는데도 나는 아직 홍콩에 가 본 적은 없다. 아마 호텔 앞에서 엉엉 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어떤 사람 한 명이 눈에 들어왔다.

oh, my dear.

세상에 저렇게 생긴 사람이 있구나!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글을 쓰면서도 좀 쑥스럽다. 사실 이 얘기만은 안 하고 싶었는데, 내가 그림을 그리게 된 핵심인물이기 때문에, 오늘부로 COMINGOUT이다.


비교적 무료한 날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스스로 왕국 출신이기 때문에, 중국 드라마 따위는 절대 보지 않겠다는 지조 같은 게 있었다.

어렸을 때 오빠들이랑 '포청천'을 보긴 했다. 기승전결로 이루어진 구성에, 악인을 응징하는 그래서 호탕한 결말이 묘하게 끌리는 드라마였다. 물론 그때 당시 높은 시청률을 보였기 때문에, 'V'이후로 삼남매가 즐겁게 봤던 기억이 있다.


누구냐! 넌?

그날 이후로 나는 중국 배우에 푹 빠진 평범한 중년 여성이 되었다.

어쩌면 가능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 아직 죽지 않았어!

선을 좀 더 깔끔하게 써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면을 그리고 싶었지만, 이미지를 뽑을 자신이 없어서 비겁하지만 측면을 선택했다.

내가 배운 뎃생을 되짚어 본다면 화면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부분을 정밀하게 그려야 한다. 그림에서는 '귀'에 해당하며 지금껏 이토록 귀를 강조하면서 그리기는 처음이었다.

손가락과 입 부분에서는 어떻게 맞닿아있는지, 뭐가 위이고 아래인지 아주 조심스럽게 공간을 구분했다.

그날의 떨림을 잊지 못한다.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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